[단독] ‘조희팔 뇌물 검사’ 김광준 "김수남 총장이 돈 구해서 해결해라 했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8.01 09:09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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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준 전 검사 옥중 단독 인터뷰 "난 특임검사의 희생양"

조희팔 측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인 김광준 전 검사가 자신을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임명된 특임검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 전 검사는 시사저널과의 옥중 단독 인터뷰를 통해 “검사가 경찰에서 조사받는 선례를 남기지 않고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특임검사를 임명하고, 국민적 비난을 조금이라도 모면하기 위해 온갖 불법·부당한 행위를 벌여 (나에게) 중형을 선고했다”면서 “검찰이 현직 차장검사급이었던 나에게도 수사권과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인생을 파멸시키는데,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동안 얼마나 불법·부당한 검찰 권력이 행사됐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가 조희팔 측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2008년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김수남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에게 ‘내연녀가 2억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있다’면서 사의를 표명했지만, 김수남 당시 3차장이 ‘돈 구해서 막고 사태를 수습하라’고 종용해 강태용(조희팔 측근)에게 2억원을 빌렸다”고 밝혔다.

 

홍만표 법조 게이트, 진경준 주식 대박 의혹 등 전·현직 검찰 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모든 수사를 같은 식구인 검찰이 주도하면서 ‘셀프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내놓은 특임검사 역시 ‘조직보호 논리’에 의해서 작동되고 있다는 김 전 검사의 주장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현재 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법안을 공동추진하고 있고, 경찰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가 연루된 사건에 한해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셀프수사 금지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측근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내사ㆍ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9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고 그것이 나였다”

 

김 전 검사는 2012년 경찰의 조희팔 관련 수사에서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인 강태용으로부터 2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를 지명해 경찰수사를 무력화시키고 사건을 검찰로 가져왔다. 특임검사 제도는 지난 2010년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 불거지자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찰의 자정능력을 강화하겠다며 들고나온 개혁조치다. 

 

그러나 김 전 검사는 검찰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특임검사를 급하게 지명해 자신을 ‘총알받이’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은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 사이의 이른바 ‘검란(檢亂)’이 터지고 성폭행 검사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었다. 또한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경 간의 대립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와 관련, 김 전 검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때 그 순간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고 그것이 나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에서 청구인(김광준)과 강태용의 금품거래 행위를 포착하고 수사한다는 언론플레이를 하자 검찰이 검사가 경찰에서 수사를 받는 선례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임검사를 임명해 직접 수사를 시작했고, 검사가 4조원의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단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의 공분이 일던 상황에서 국민, 언론 그리고 경찰의 비난을 조금이라도 모면하기 위해서는 청구인을 강태용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기소하지 않을 수 없는 곤란한 지경에 처하여 검찰이 이런 무리한 조작까지 하면서 기소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김 전 검사가 재심청구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재심이란 확정된 판결에 대해 중대한 심판절차의 하자가 있을 경우 재심판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김 전 검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는) 검찰이나 경찰 서로 상대의 흠집을 잡아서 수사권 독립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생각들이 팽배해 있던 시점이었다”면서 “검찰이야 무엇보다도 검사가 경찰에서 수사받는 선례를 남기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팩트로 해명되니 감찰조사해서 징계하는 것으로 정리할 테니 감찰조사를 받으라 해서 감찰조사를 받았다. 그러던 중 경찰에서 나를 소환조사하겠다고 언론에 공표하니 부랴부랴 특임검사를 임명해 나를 정식 수사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통해서 내가 경찰에 출석하지 말고 특임검사 수사를 받으라고 설득했다. 그중 대표적인 변호사가 홍만표 변호사였다”고 밝혔다. 즉, 특임검사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검경 알력 다툼이라는 ‘정치적 배경’에서 임명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전 검사는 “그때 내 측근 법조인들 중에 검찰조사를 받으면 온갖 먼지떨이를 해서 만신창이를 만들고 무죄를 받더라도 무조건 기소할 것이 분명하니 경찰조사를 받으라고 권유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면서 “내가 죄가 없는데 검찰이 그렇게까지 하겠느냐고 생각했고 나로 인해서 검찰이 곤란한 지경에 처했는데 외면할 수는 없어서 검찰수사를 받았다. 경찰수사를 받았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논리 및 증거조작으로 나를 이렇게 만들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수사를 받았다면 증거조작은 없었을 것”

 

그는 검란 사태 역시 특임검사 임명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을 놓고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이 충돌했는데, 한 총장은 최 중수부장이 김 전 검사와 문자메시지로 언론 대응방안을 상의했다며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2012년 11월 초에 나(김광준)하고 금전거래가 있었던 지인들을 상대로 일제 수사가 시작됐고 대학동기인 최재경 중수부장이 전화를 해 경찰수사 소식을 아느냐고 하면서 수사내용과 해명을 적은 진술서를 보내달라고 해 보내 주었더니 충분히 해명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면서 총장님(한상대)께 보고한 후 지침을 주겠다고 했고 잠시 후 대검 감찰본부 감찰 조사를 받고 징계여부를 판단한다고 하면서 감찰 조사를 받으라 해서 감찰 조사를 받았다. 그런 와중에 언론에 사건이 터지니까 총장이 특임검사 임명해서 대대적으로 수사한다고 했다. 그러자 최재경이 항의해서 총장하고 다퉜다고 들었다. 그러다가 언론에 보도되고 각 언론에서 나한테 확인 전화 와서 ‘어떻게 하나’할 때 최재경이가 그냥 강태용이나 유진기업과 돈 거래 없다고 하라고 문자 보내서 그렇게 대응했는데 나중에 그 문자를 가지고 한상대 총장이 범행을 비호했다고 보고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고 그 난리(검란)가 났다.

 

김광준 전 검사에게 2억7000만원을 건넨 강태용씨가 2015년 말 검거됐다.


 

“돈 구해서 위기만 넘기면 승승장구”

 

김 전 검사는 자신이 조희팔의 최측근인 강태용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2008년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김수남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이 정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재심청구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내연녀가 돈 2억원을 요구해 왔습니다. 청구인(김광준)은 검사직을 사직하기로 마음을 먹고 당시 직속상관이던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 김수남 차장검사에게 이러한 사정을 말하면서 사의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김수남 차장검사가 ‘임명된 지 두 달도 채 안 지나서 사직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다. 특수 3부장 검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데 그만두려 하느냐, 돈 구해서 이 위기만 넘어가면 승승장구할 수 있는데 사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면서 적극 사의를 만류했고, 당시 검사장이던 명동성 검사장에게 보고해 검사장까지 같은 취지로 만류해 청구인은 사의를 보류하고 여기저기 돈을 구하려고 노력하다가 김○○을 통해 강태용으로부터 2억원을 차용했던 것입니다.”

 

김 총장은 김 전 검사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검사는 “2012년 12월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 수사검사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수사검사가 김수남 총장(당시 수원지검장)님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당시 내가 사표 낸 얘기는 유명해서 아는 검사들은 다 알고 있다. 내가 도깨비한테 사표를 낸 건지…. 김수남형(학교 다닐 때부터 같이 당구 치던 고향 형)이 사표 낸 사실이 있다고 얘기했으면 강태용 관련 부분은 기소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검사 사건을 처음으로 수사했던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은 “김 전 검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검찰 조직이 얼마나 부도덕적인 조직임을 알 수 있다. 돈을 가볍게 생각한다. 검찰이라는 조직은 자신들은 부와 경력과 명예를 99%의 사람들과 차원이 다르게 향유해야 한다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김수남 총장이 ‘니가 특수 3부장만 하고 나가기만 해 봐라. 나가면 수십억 그렇게 순식간에 벌어들이는데. 니가 어디다가 살짝 힌트만 갖다줘 봐라 너한테 돈을 갖다주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 그까짓 몇 억 때문에 그걸 그만둬? 이건 경제논리에도 안 맞는 거다’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전 검사에게 2억7000만원을 건넨 강태용씨는 지난해 말 검거돼 올해 초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강씨는 “김 전 검사에게 돈을 빌려준 것일 뿐”이며 “대부분의 돈을 돌려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김 전 검사는 이를 토대로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김 전 검사는 “뇌물 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증거는 돈 준 사람의 진술인데, 2013년 검찰이 기소할 당시에는 강씨가 도피 중인 상태였다”면서 “당시 나는 지탄의 대상이 돼 버려서 검찰에서 억지로 기소했고, 기소 단계에서도 검사들끼리 기소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강씨의 진술이 나왔으니 새로 재판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광준 前 검사 옥중 편지

 

저는 본의 아니게 친정 격인 검찰에 누를 끼치고 국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지난 3년8개월의 세월 동안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지냈습니다. 제가 공직에 있으면서, 또 다른 사람의 범죄를 단죄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부적절한 문제로 이에 대해 책임지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함에도, 여러 가지 사유로 금전으로 무마하려다가 공무원으로서는 과다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금전 차용을 하게 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점 등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징역 7년형이라는 살인자에 버금가는 중형을 선고받고도 운명이려니 체념하면서 거의 4년 가까이 구금생활을 묵묵히 감수해 왔습니다. 그러나 저의 부적절한 처신에 비해서는 너무 가혹한 처벌이었고 그로 인해 저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중략)

 

여러 가지 억울한 점이 많았고 검찰의 불법·부당한 수사와 기소·공소 유지 활동, 법원의 무성의한 재판, 피고인의 변소를 확인하기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은 태도 등에 대해서 세상에 알려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10억 뇌물수수 검사로 낙인찍힌 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사람 및 언론도 없었고, 확정 판결을 받아 수형 생활 중인 제가 이를 세상에 알릴 방법도 없었습니다.(중략)

 

경찰에서 저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한상대 검찰총장은 검사가 경찰에서 조사받는 선례를 남기지 않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특임검사를 임명하고 검사 13명을 차출해 저에 대해 먼지털이식 전방위 수사를 해 저를 반드시 구속 수사해 중형을 받게 하라고 지시해 검찰이 온갖 불법·부당한 행위를 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습니다.(중략)

 

2008년 4월 저는 협박도 있었지만 수신을 하지 못한 부도덕한 자가 더 이상 공직을 계속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해 직속상관인 김수남 3차장검사(현 검찰총장)에게 사의를 표했으나 적극 만류하면서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해결하고 계속 일을 하라고 해서 친구들을 통해서 강태용(조희팔 측근)에게 돈을 빌렸던 것인데, 2012년 11월 특임검사 수사 당시 강태용에게 돈을 차용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검사의 추궁에 김수남 총장에게 그 사정을 다 말하고 사의를 표했다고 하니 검사가 확인한 후 총장이 그러한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그때 총장이 제가 사의를 표한 사실만 밝혀 주었더라도 강태용 부분은 기소되지 못할 것입니다.(중략)

 

제가 언론을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밝히는 것은 저의 억울함을 호소해 진실을 밝히고자 함에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직 차장검사급이었던 저에게도 이와 같이 검찰이 수사권과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인생을 파멸시키는데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동안 얼마나 불법·부당한 검찰 권력이 행사됐을 것인지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그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하는 충정에서입니다. 

 

지금 진경준 전 검사장이 구속됐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진경준의 뇌물수수 인정 여부에 대해 저에 대한 판결에서 힌트를 얻어 진 검사장을 구속했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을 봤는데 그 누더기 판결문을 토대로 했다니 한심하기도 하고 또 무리한 이론 구성으로 검찰이 또 위기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이러한 얘기를 하게 된 것이니 주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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