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외부인사 참여시켜 ‘슈퍼스타K’ 방식으로 대선주자 뽑을 것”
  • 박혁진 기자·구민주 인턴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8.02 10:23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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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당 대표 후보 출마한 이정현 의원

2014년 7월 재·보궐선거와 2016년 4월 총선을 거치며 밀짚모자와 자전거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밀짚모자를 눌러쓴 채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비는 모습은 지역 유권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어느덧 3선 의원이 된 그는 오는 8월9일 열리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전당대회는 발로 뛰면서 지역 유권자와 만나는 선거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여전히 면바지에 밀짚모자를 쓴 채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7월2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어렵게 시간을 낸 그와 마주했다. 그는 “전당대회 준비도 결국 얼마나 많은 곳곳을 부지런히 찾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야 그동안 미처 몰랐던 진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도시락을 먹으면서 인터뷰를 진행해도 되겠냐며 기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 도중 허겁지겁 수저를 드는 모습에 선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조직력이 약하단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력이 부족한 것은 인정한다. 오히려 나의 불리한 조직력이 이후 당 대표가 된 후,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당 대표가 되면 호남 출신이 주축을 이루는 야당과 훨씬 소통을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1984년 이후부터 줄곧 이 당에서만 일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주류뿐 아니라 이전 세력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흙수저보다 못한 현장의 ‘무(無)수저’들과, 과거 청와대 수석과 당 최고위원을 지내며 교류한 사람들까지, 누구와도 폭넓게 교류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 과정만 놓고 보면 조직력이 약하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점임에 분명하다.

 

 

총선 때부터 소통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을 많이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선거도 비슷한 전략인가.

 

나는 흙수저를 넘어 아무것도 없는 무수저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겪었던 삶을 사는 서민들을 좀 더 위선 없이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아무 데나 불쑥불쑥 앉아 그들과 막걸리를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고, 조금도 의원‘님’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필요한 곳마다 먼저 찾아갔다. 머슴이 주인을 찾아가야지, 주인이 머슴을 찾으러 오는 게 말이 되나. 1년8개월 머슴 생활을 했더니 많은 주민들이 이념, 세대를 떠나 정말 나를 선택해 주더라. 내가 당 대표가 되려는 것도 이렇게 머슴처럼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 ‘서번트(servant·하인) 리더십’을 전국적으로 보이기 위함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금은 청년실업 문제를 풀 수 있는 당 대표가 가장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총선 후 배낭투어를 다니며 청년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던데. 

 

현장에서 들은 그들의 걱정은 정치권의 생각과 전혀 달랐다. ‘일자리는 많은데 청년들이 좋은 일만 하려 한다’는 책상 앞 분석과 달리, 실제 당사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극심한 격차를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마치 사회에서 ‘루저’가 된 것처럼 바라보는 게 문제라는 거다. 정치권이 청년들에 대한 생각을 확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나약하게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서로 군에 입대하려고 나서는 이들을 어떻게 나약하다 할 수 있겠는가. 청년 문제에 대한 인식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여전히 새누리당은 부자 정당 이미지가 강하다. 어떻게 바꿔나갈 건지.

 

변호사, 기업인, 교수 등 우리 당의 구성은 지극히 엘리트 위주로 이뤄져 있다. 과거 모든 분야에서 뒤떨어져 있어 누군가가 선도해야 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그 수준이 어느 궤도에 올라 있다. 이제 누가 누굴 선도하는 시대가 아니라, 서로 서로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해 나가는 게 중요한 때다. 이 점을 기억해 이후 대표가 되면, 새누리당 129명 의원들과 함께 그간 우리 당이 소홀히 해 왔던 대상을 찾아 적극적으로 듣고 당내 공론화를 활발히 이끌어낼 계획이다. 

 

 

당내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나.

 

내가 당선되면 헌정 이래 보수정당 최초의 호남 출신 당 대표가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새누리당이 그동안 국토의 엄연한 한 부분인 호남에 대해 사실상 포기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당내에 호남의 실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곳의 정서나 현안, 숙원사업에 대해 제대로 대변할 수 없었다. 내가 대표가 돼야 비로소 새누리당은 전국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그간 소외됐던 지역 주민들의 정서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청 관계에 대한 인식 새롭게 정립할 계획”

 

당청 관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했는데, 점수를 좀 매겨 달라.

 

정무수석의 일이 칼로 무 자르듯 점수를 정확히 매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시 야당으로부터 어느 정무수석보다 야당 대표실을 많이 찾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본인이 당 대표가 되면 당청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가.

 

대통령은 혼자 된 게 아니다. 당에서 후보를 뽑고, 당내 모든 조직의 힘을 총동원해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당은 공(功)도 과(過)도 함께 짊어져야 할 운명공동체,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물론 당에는 129명의 국회의원이 있고 이들은 입법부 소속이다. 삼권분립의 원리에 따라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 운용에 대한 견제와 비판도 물론 필요하다. 그렇지만 (당이) 청와대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공격하고 그것이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여기는 건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청와대가 욕을 먹든 말든 내버려두는 것 또한 정권 재창출 포기와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이 분명한 원칙을 갖고 추진하는 목표에 대해선 당이 앞장서 입법이나 예산 책정 등의 방법으로 도와야 한다. 당청 관계가 삐걱거리면 결국 손해는 고스란히 이들을 믿고 뽑은 국민의 몫이 된다. 

 

 

현 정부에서 요직을 맡아왔다. 당 대표가 되더라도 이후 정치활동을 하는 데 거센 비판을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결국 국민들을 향한 충분한 설득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아봤자 국민이 제대로 모르면 그 정책은 곧 틀린 것이다. 내가 대표가 되면, 향후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슈퍼스타K’ 방식으로 선출할 생각이다. 4명의 당내 인사와 6명의 외부인사 등 10명 남짓의 후보들에게 3~5개월간 국정 전반에 대한 토론을 시키고, 열흘에 한 명씩 탈락시켜 최종적으로 1~2명 정도만 남기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투명한 발표와 검증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히 국민들을 향한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당 대표가 되는 순간 매일 기자간담회를 열 생각이다.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매일 브리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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