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학생 간 성폭력, 빨간 불 들어온 청소년 성(性) 의식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8.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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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성폭력 증가율 가장 높아…가해 학생 처분도 경미해져

8월1일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전시∙배포한 혐의로 10대 청소년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5~19세의 청소년들로 지난 2월부터 스마트폰 무료 채팅 어플을 통해 음란물 공유방을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소유한 음란물을 공유했다. 청소년들이 직접 사이트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소년들의 성의식에 빨간 불이 들어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잘못된 성의식으로 생기는 청소년 성범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5월에는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여학생 1명을 무인텔에서 집단으로 성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6월에는 강원도 횡성에서 중학생 3명과 성관계를 한 여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일이 일어났다. 정황상 성폭행이 의심됐지만 남학생들은 “합의 하에 이루어졌다”며 집단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최근에는 10대 청소년 3명이 또래 여자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성폭행하는 등의 범행을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학교에서 각종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해∙피해 학생의 분쟁을 조정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 등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학생 간 성폭력 건수는 2013년 878건에서 2014년 1429건, 2015년 1842건으로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릴 수 있는 상해∙폭행이다. 이 경우 2013년 1만1702건, 2015년 1만2703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왕따 건수’는 2013년 752건에서 지난 해 645건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금품 갈취나 따돌림은 해마다 줄었지만 유독 성폭력만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성폭행 가해 학생 수는 2013년 1006명에서 2015년 2139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피해 학생 수도 2013년 1075명에서 2015년 2632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2013년 130건에서 2015년 439건으로 무려 3.3배나 증가했다. 

 


학교 내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이 경미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5년도 학교 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물리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전학과 퇴학 처분이 각각 217건, 31건으로 전체 처분 1431건의 17.3%에 달했다.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서면 전체 처분 3913건 중 전학은 342건, 퇴학은 53건이었다. 그 비중이 10.1%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가장 낮은 수위의 처분인 ‘서면 사과’는 15%에서 24%로 증가했다. 노 의원은 “최근 학교 성폭력 증가 추세는 위험 수위에 도달한 심각한 상황이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면 시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청소년 성폭력이 급증한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일단 SNS나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배포하다 처벌받은 자의 신상 정보를 등록하도록 한 현행 법규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아동이나 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음란물을 배포하는 행위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형성해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성폭력 사건이 유독 증가한 이유에 대해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환경 변화가 있지만 성 관련 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예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9월 중 학교 성폭력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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