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선수촌, 절도, 교통 체증... D-1 무비유환의 리우 올림픽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8.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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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자크 로게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차기 올림픽 지명지가 적힌 봉투를 집어 들었다. 브라질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가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호명되는 순간이었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리우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렸다.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을 위해 도시 환경을 정화하고 불안한 치안을 안정시킬 것을 전 세계에 약속했다. 그렇게 약속한 뒤 7년이 흘렀다. 리우 올림픽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 약속은 지켜졌을까. 리우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전 세계 언론들이 하나 둘 속속 브라질에 도착한 뒤, 리우가 올림픽 인파를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소식은 꾸준히 세계 곳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리우는 기본적인 위생과 편의시설이 수준 미달이고(용변조차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라니 말 다했다) 불안한 정국과 치안 상태는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고질적인 교통난까지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선수촌을 보자. 8월1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총 31개의 올림픽 선수촌 건물 가운데 단 12개 동만이 안전조사를 통과했다. 선수들이 SNS를 통해 변기 역류, 설비 부실, 시공 미완료 등에 대해 폭로하는 내용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고 있다.

 

호주농구대표팀 앤드루 보거트가 샤워커튼을 직접 만들고 있다.  (보거트 트위터)

 

급기야 선수촌 입주 거부 사태도 발생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7월30일 리우 선수촌에 도착한 호주 국가대표팀은 불완전한 수도․설비 상태에 불만을 표하며 선수촌 인근의 외부 숙소에 짐을 풀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호주 올림픽 위원회 키티 칠러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장실 변기는 막혔으며 배관시설에서는 물이 샜다. 계단은 어두웠지만 조명이 아직 설치돼있지 않았다. 복도 바닥도 더럽기 그지 없었다”며 불만을 토했다. 

 

호주 선수단은 화재로 선수촌에서 대피도 해야 했다.  (호주 올림픽위원회 트위터)


 

중국 허들 간판스타인 시동펭은 선수촌 코앞에서 취객에게 봉변을 당했다. 카메라맨과 동행하던 시동펭에게 한 취객이 다가와 그의 옷에 구토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몸에 묻은 토사물을 씻으러 시동펭은 숙소로 올라갔고, 카메라맨 역시 취객을 쫓아 자리를 비웠고, 이들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을 땐 카메라 장비와 시동펭의 짐들이 모두 사라진 뒤였다. 

 

선수들에 대한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덴마크 선수단은 휴대전화와 아이패드 등 전자제품과 의류까지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우 현지에서는 “도둑 신고를 하려고 경찰서에 가면 줄이 길어서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신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선수촌에서 일어난 절도 관련 신고 건수만 150건이 넘는다. 그런 와중에 브라질 법무부는 올림픽 경기 보안을 맡은 보안회사와 계약해지를 했다. 회사의 ‘무능함’과 ‘무책임’이 이유였다.

 

브라질에서는 지카, 뎅기에 이어 열성 질환인 치쿤구니아 열병까지 돌면서 보건․위생 관리에도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야외 종목 경기가 이뤄질 장소의 오염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기사원문)   요트, 조정, 마라톤수영과 트라이애슬론이 펼쳐질 코파카바나 해안이 심하게 오염돼 있어 선수 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조심해야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요트 등 수상 종목에 출전하는 1400명의 선수뿐 아니라 30만~5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들도 바짝 신경을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올림픽 대회가 열리지는 않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는 주변의 이파네마 해안도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우 해변에는 도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활 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유입된다.

 

리우의 수질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물의 오염이 심하니 물을 삼키는 것을 피하고 오염물질에 닿았을 경우 최대한 빨리 씻어내라"고 선수단에게 권할 정도다. ⓒ CBS 유투브 캡처와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이 매체에 “모든 선수들은 이런 곳에서 경기에 임하기 전에 상처부위에 방수 붕대를 감을 것을 권장한다. 또 물의 오염이 심하니 물을 삼키는 것을 피하고 오염물질에 닿았을 경우 최대한 빨리 씻어낼 것을 권한다. 물  속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비가 많이 내린 뒤에는 물 속에 들어가는 걸 삼가라”고 말했다.

 

교통체증문제는 비교적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워싱턴저널’에 따르면 리우데자네이루 주민 수는 미국 뉴욕과 비교하면 24% 정도 적지만, 부실한 대중교통 시스템 탓에 개인 승용차 보유대수는 51%나 더 많다. 기본적으로 교통량이 많은데다 올림픽을 앞두고 브라질 정부가 특별교통법을 제정해 선수들과 VIP 방문객들에게 통행 우선권을 주면서 ‘트래픽 잼’은 더욱 심화됐다. 실제 리우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20km 구간에서 교통 체증이 특히 심해지고 있다. 최근 리우 시내 자동차 평균 주행속도는 15km/h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적인 리우데자네이루의 교통 체증

올림픽 주최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올림픽위원회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모든 숙박시설은 최고 수준으로 준비되고 있다”며 “관리 문제가 좀 있지만 새로운 시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이며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금까지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리우가 올림픽을 수행해낼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들은 쉽사리 거둬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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