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어바웃 아프리카] ‘25세 미만 10억 명’ 아프리카의 기회 혹은 폭탄
  • 이형은 팟캐스트 ‘올어바웃아프리카’ 진행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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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일컬어 ‘미래의 대륙’이라고 한다. 지구촌 마지막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아프리카 대륙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기존 시장을 떠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는 국가들에게 이곳은 분명 ‘기회의 땅’이다.

아프리카를 미래의 대륙이라고 부르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인구’다. 유엔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들은 향후 아프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대륙이 될 것이고, 경제활동인구인 25세 미만 청년층이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구는 분명 아프리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1500~1900년대 있었던 삼각무역 탓에 유럽인구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1900년에 1억 명이던 인구는 1950년에 1억7000만 명, 2000년에는 7억 명, 그리고 현재는 약 10억 명으로 100여 년 동안 놀라운 증가세를 보였다. 2011년 유엔사무국 경제사회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약 19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억 명이라는 수치는 현재 여성 한 명당 출산율 5명 (사하사막 이남 아프리카 기준)을 2명으로 낮춘 조건으로 추정한 결과다. 만약 현재의 상태로 꾸준히 증가한다면 24억 명, 더 높게 잡으면 29억 명까지도 가능하다.

전망대로라면 1950년부터 2050년까지, 1세기 동안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10배 이상 급증하게 된다. 인류 역사상 1세기라는 기간 동안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의 인구변화를 겪은 곳은 없다. 1950년 세계 인구의 9% 정도였던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2016년에는 16%, 그리고 2050년에는 약 25%를 차지하게 된다. 과거 비어있던 아프리카 대륙은 곧 유럽 인구의 3배가 되고 중국이나 인도 보다 많은 인구를 가진 대륙으로 부상할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발전의 기회일지 단순 인구 폭발이 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가장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아프리카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금융자본가 및 투자자들이다. 이들이 인구증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개개인을 노동력으로 보고 소비자로 여기고 있어서다. 아프리카의 빈곤을 감안하더라도 시장으로서는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25세 미만 인구가 많다는 점은 기회가 될 수도, 때로는 짐이 될 수도 있다.

높은 청년인구 비율 그리고 실업률

현재 아프리카는 평균 연령이 23.5세(2010년 기준)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이다. 니제르의 경우 두 명 중 한 명이 15세 미만이다. 언급했듯이 2050년 이 대륙을 살아가는 인구의 절반 이상은 25세 미만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럽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은 25세 미만의 인구가 고작 17% 정도일 거다. 아프리카를 살아간 절반의 젊은 사람들은 식민과 탈식민의 역사를 겪지 않은 세대로 TV와 인터넷,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해 정보에 민감한 계층일 거다. 이들은 기존 세대의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질 것이다. 또 25세 미만의 인구가 과반수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이 대륙은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나머지 대륙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미래다. 세계 시장에서 그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양질의 노동력이자 소비력을 갖춘 소비자가 된다. 그들은 경제 성장과 번영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반면 이런 미래를 위해서는 이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교육이 제공돼야 하고 그에 맞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것들은 정부의 정책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을 청소년층의 인구수를 그저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현재 아프리카 청년 실업률은 장년 실업률에 비해 두 배 정도 높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아프리카 청년의 72%는 하루에 2달러(US)이하로 생활한다. 실업과 빈곤에 내몰린 청년은 권위와 연장자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2012년 세네갈의 대통령 선거에서 수도 다카르의 수많은 청년들은 헌법을 무시하고 출마했던 압둘라예 와데 전 대통령을 낙선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세네갈의 청년 실업률은 15%였다. 대선 직전 압둘라예 와데에게 항의하는 청년들의 투쟁이 있었는데, 당시 참가자의 40%는 ‘실업’이 투쟁의 동기였다. ‘청년 실업’이 국가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한 현 세네갈 정부는 2017년까지 30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 수준이 다소 높고 정보력을 가진 도시의 청년들은 권력이나 기존 질서에 맞서는 저항자 역할을 한다. 세네갈의 정권 교체나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정책) 종결처럼 청년들은 한 국가의 정치·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1980년대 모잠비크나 시에나리온 등의 사례처럼 사회를 불안에 빠트리기도 한다. 후자와 같은 반사회적 무력 저항은 특히 실업상태의 청년들이 호응하기 쉽고 국가 불안정의 요소로 작동한다. 2011년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청년들이 무력집단에 가입하는 첫 번째 동기가 바로 실업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청년 실업은 시한폭탄과 같다. 2010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평균 1800만 명의 청년들이 구직시장에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코하람과 같은 테러집단에 아프리카 청년들이 가입하고 있는 것 또한 청년 실업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는 구직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청년 인력들에게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의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구배당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인구 재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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