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버이연합은 박 대통령 사랑하는 단체...청문회는 좌파들의 전략"
  • 조해수·조유빈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8.15 01:51
  • 호수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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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새 사무실·추선희 사무총장 최근 모습 단독 공개

어버이연합이 활동 재개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본지의 단독 보도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 기사)로 촉발된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로 사실상 활동 중단 상태였던 어버이연합은 최근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하며 거리투쟁에 복귀하기 위한 재정비에 나섰다. 이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을 시작했고, 시국 안보 강연도 진행하고 있다. 빠르면 8월말부터 거리집회도 재개할 방침이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이달 말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지지하는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어버이연합 회원 중 일부는 최근 열린 사드 배치 지지선언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어버이연합의 활동 재개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을 음해하고 야당 인사를 빨갱이로 매도한 어버이연합의 활동 재개를 묵과할 수 없다”며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어, 향후 어버이연합의 행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위치한 어버이연합의 새 사무실. 회원들은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며 정식 인터뷰를 거절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단체”

 

어버이연합은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터진 4월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해 왔다. 이따금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고,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했다는 것이 최근 소식의 전부였다. 이런 와중에 어버이연합에 자금 지원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이승철 부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어버이연합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집중됐다. 시사저널은 지난 8월9일 법원에 출석한 추 사무총장을 만나 근황을 들었다( ‘[단독]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 최근 모습 공개’). 또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어버이연합의 새로운 사무실 위치도 확인했( ​ ‘[단독] 어버이연합 새 사무실 찾아가보니’ )“잠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어버이연합은 새로운 둥지에서 ‘그들만의 애국 활동’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8월9일 오전 11시쯤 서울중앙지법에 추 사무총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월말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와 달리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까지 기른 모습이었다. 추 사무총장은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별개로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추 사무총장과 윤아무개 어버이연합 청년단장은 지난 2014년 10월13일 탈북자단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엄아무개씨를 폭행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당시 경기도 파주에서 열린 탈북자 행사에서 엄 대표와 추 사무총장의 측근 사이에 시비가 붙었는데, 이를 전해 들은 추 사무총장이 윤 단장과 함께 엄 대표의 자택까지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등 폭행을 저지른 것이다.

 

공동상해 등으로 기소된 추 사무총장은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윤 단장에게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불복한 추 사무총장은 항소를 제기했고, 9월초 2심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변론은 어버이연합의 법률 고문인 서석구 변호사가 맡고 있다. 추 사무총장은 최후변론에서 “잘못했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다.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추 사무총장은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민주노총과 4·16연대 등 6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5월 추 사무총장을 비롯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 심인섭 어버이연합 회장 등을 금융실명제법과 업무상 횡령, 배임죄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추 사무총장은 “검찰조사가 끝나면 어버이연합이 죄가 없다는 것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다”면서 “허현준 행정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이 ‘박근혜 대통령 보위단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 7월 추 사무총장은 기고를 통해 어버이연합이 박근혜 대통령 보위단체가 맞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 “더 정확하게 하자면 ‘박근혜 보위단체’다. 어버이연합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그녀의 보위단체였으며, 그녀가 대통령직을 떠나도 ‘박근혜 보위단체’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묻자 추 사무총장은 “우리가 개인적으로 그분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우리 성향이 그렇다”고 강조했다.

 

 

8월9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 시사저널 고성준

“어버이연합 청문회는 좌파들의 전술 전략”

 

추 사무총장은 청문회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추 사무총장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월5일 어버이연합의 활동 재개 방침을 두고 “즉각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통해 전모를 밝혀 이런 단체들이 발 디딜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비판 것과 관련해 “(야당은) 처음부터 청문회 할 생각도 없었다. 좌파들의 전술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야당은 어버이연합이 청와대, 국정원, 정부와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청문회 카드로 (박근혜 정부로부터) 좋은 조건을 받아내려고 하고 있다”면서 “(어버이연합은) 아무 죄도 없는 노인들이다. 경실련은 얼마나 깨끗한가. (경실련이) 25억원 불법 모금한 증거도 있는데 그런 것은 조사 안 하고 무상급식 받은 것만 깐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8월11일 어버이연합의 새로운 사무실을 직접 찾아갔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어버이연합의 사무실은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이화사거리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버이연합 측은 지난 8월2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무실 이전 소식을 알렸지만,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함구해 왔다.

 

실제로 어버이연합 사무실을 보여주는 간판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어버이연합의 새 사무실은)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경선에 참여한 새누리당 소속 한 변호사가 사용한 법률사무소였다. (법률사무소가) 4월말에 나가고 공실로 있다가 8월초에 임대됐다”면서 “현재 데모하는 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 어버이연합 사무실. 아직까지 간판도 달지 않은 모습이다. © 시사저널 최준필
“어버이연합 지지하는 일베 마음 느껴”

 

어버이연합은 8월9일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1일 정오쯤 찾아간 사무실에는 50여 명의 어르신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벽 한편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었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도 찾아볼 수 있었다. 어버이연합 관계자는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지만 회원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사무실을 새롭게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70여 명의 어르신들이 꾸준히 사무실을 찾고 있다”면서 “오히려 애국 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다만 좌파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며 정식 인터뷰나 사진 촬영 자체를 거부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안보 강연이 진행됐다. 어버이연합 관계자는 “시국 안보 강연은 지금도 사무실에서 진행 중이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라면서 “폭염 때문에 야외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을 뿐이다. 곧 거리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거리투쟁은 사드 배치 지지 집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 숨어 있는 북한 간첩이 5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사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종북 세력들의 선동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어버이연합 회원 일부가 사드 배치 찬성 집회에 참석하는 등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버이연합은 전경련의 우회 지원 의혹 때문인지 자금 출처 투명화를 위해 홈페이지에 후원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월 170만원 상당의 사무실 임차료나 매일 진행하는 무료급식에 필요한 자금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어버이연합 측은 “회원들의 회비나 뜻있는 사람들의 기부금으로 겨우겨우 꾸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어버이연합 계좌의 입금 내역을 보면 ‘힘내세요, 필승, 성원합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애국보수지지자, 예수사랑나랑사랑, 애국 어버이, 힘내라 대한민국’ 등 익명의 지지자들이 보낸 후원금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에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라고 밝힌 후원자도 눈에 띈다. 어버이연합이 오프라인에서 노인들로 이루어진 우파 성향 단체를 대표한다면, 일베는 온라인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추 사무총장은 “일베 이름으로 기부금이 들어온 것은 자발적인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전혀 없다”면서 “우리(어버이연합)를 지지하는 마음을 그분(일베)들에게 느끼기 때문에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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