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는 이화여대 사태
  • 구민주 인턴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16 08:51
  • 호수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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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학생들 ‘총장 사퇴’ 요구…동국대 총학생회도 평생교육사업 반대 농성 시작
8월3일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은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 결정을 철회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언론대응팀은 공식 성명을 통해 최 총장이 사퇴하기 전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7월30일 학내에 경찰 1600명을 불러들여 200여 명의 학생을 끌어낸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사퇴 기한은 8월9일이었다. 총장이 사퇴하지 않자 학생들은 8월10일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 등 약 3만5000명(언론대응팀 추산)이 참가한 이 시위는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학교 측은 최 총장의 사퇴를 두고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 총장은 사퇴 촉구의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경찰병력 투입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거센 저항으로 (본관) 내부에 있던 교수·교직원의 안전이 위급한 상태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학생 측은 “학생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였다며 “그 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또 학생 언론대응팀은 비단 최 총장의 경찰병력 투입 문제만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학교는) 이번 프라임사업 졸속 추진뿐 아니라 성적 장학금 중단과 도서관 24시간 운영 폐지 등 여러 문제에 있어 오랜 기간 불통의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8월10일 이화여대 재학생·졸업생들이 본교 ECC광장에 모여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동국대 학생회도 반대 움직임

이화여대와 같이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 결정이 났던 동국대학교도 총학생회(동국총학)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8월10일 오후 1시 공식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들은 본관 앞에서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의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25시간을 넘긴 8월11일 오후 농성장엔 약 50명의 재학생이 모여 있었다. 큰 종이 위에 학교 측에 전하는 메시지를 적거나 학생회장의 선창에 맞춰 ‘평단사업(평생교육 단과대 사업) 반대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학교 측을 향한 총학생회의 요구는 한마디로 해당 사업이 졸속으로 통과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와 비교해 다소 늦게 반대 움직임이 시작된 것도 학교 측이 사업의 진행 과정을 학생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학과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회과학대 글로벌무역학과를 평생교육 단과대 소속으로 옮기도록 결정한 사실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지목했다. 

재학생들은 이번 문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교정을 오가는 재학생들에게 해당 사업에 대해 물어보니 상당수가 잘 모르거나 관심 없다고 답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대화 요청을 수락할 경우 즉시 농성을 중단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농성을 이어가겠고 밝혔다. 이번 농성을 추진한 안드레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무더운 계절과 방학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그리 활발하진 않다”며 “이를 이용해 학교 측은 ‘조만간 제풀에 쓰러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더욱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재 학교 관계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농성을 진행하는 동안 학교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학생들의 농성 현장에 다가와 수차례 철회를 요구했다. 급기야 교직원과 학생들 간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이 자리 잡은 본관 건물 입구는 이미 학생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셔터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학교 측은 내부 시설 점검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학생회는 농성 시작과 동시에 갑자기 문을 막아버렸다며 변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총학생회 공식 SNS에는 교직원들이 본관 내부 상황 통제실에서 모니터로 학생들의 농성 모습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8월11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평생교육사업에 반대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구민주
학교·학생 간 갈등의 불씨 댕긴 교육부도 문제

학계에서는 이번 학내 사태를 교육부가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의 정책 밀어붙이기식 태도가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비롯한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은 추진 직후부터 ‘대학 줄세우기’라는 비판이 거셌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은 기존 대학 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한 것들이었다. 학내 구성원들 간 충분한 논의와 절충의 시간도 없었다. 의도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 ‘재정 지원’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대학들을 유인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은 교육부의 선정 기준에 맞게 부랴부랴 학과 조정 등 구조적 변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학내 혼란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 교무과 관계자는 “교육부가 ‘재정’이라는 거절할 수 없는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정부 방침을 따르느라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 탓에 대학 구성원 간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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