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학교] 체감 온도 60도 급식실에서 일하는 급식 노동자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8.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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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들이 넘어야 하는 ‘차별의 고개’ - ① 급식실
아직도 학교 비정규직들은 교육 현장의 주체가 아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2013년 7월 <학교회계직원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2년 이상 근무자의 무기계약 전환 비율은 61%에 불과하고, 계약이 만료되면 기간제로 교체 채용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33%, 학교 교직원 중 43%를 차지하는 학교 비정규직들. 조리원, 사서, 강사 등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학교 안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냈다. 8월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 증언대회’에서 학교 비정규직들이 넘어야 하는 '차별의 고개'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함께 강병원 의원이 주최했다.

영양사∙조리사∙조리실무사 등 학교에 음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공무원도, 교사도 아니라는 이유로 ‘최하위 계층’이 돼 있다.

급식 노동자 54% “업무 상 사고 경험 있다”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제때 맛있고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영양사∙조리사∙조리실무사 등 학교에 음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공무원도, 교사도 아니라는 이유로 ‘최하위 계층’이 돼 있다. 급식노동자로 학교에서 7년을 근무한 경기 급식 조리 분과장 이현숙씨에게 가장 큰 보람은 아이들이 급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1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임금은 같았다. 급식실의 체감온도는 60도에 육박했고, 고열과 습기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했다. 화상사고로 숨진 노동자들도 있었고, 청소 전문 업체 없이 직접 높은 곳에 있는 후드를 청소하다가 갈비뼈가 부러진 노동자도 있었다. 

2014년 김철홍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장(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이 인천·경남·강원·충북의 학교급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 조사를 종합·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4%가 업무상 사고 경험이 있었고 24.9%가 사고 위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급식실 환경은 건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1인당 150여명의 급식을 책임져야 하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일명 ‘골병’이라고 불리는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김철홍 소장이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및 근골격계 질환 실태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학교급식 노동자들 중 90%이상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직종을 포함한 전체산업 평균 노동자의 77.9%가 근골격계 질환을 보이는 것을 볼 때, 급식노동자의 통증 호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통증을 호소하는 급식노동자들이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산업재해 신청자는 없다. 학교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산재로 인정하는 건수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가 인정된 건수는 82건에 불과했고, 급식노동자 중 산재로 인정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몸이 아프다고 해서 마음대로 병가를 쓸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병가를 쓰면 동료들이 더 고생해야 한다. 대체 인력이 없으니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2012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급식 노동자들이 통증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학교 단위 고용으로 인해 대체 인력이 없거나(78%), 관리자의 눈치가 보여서(18%)였다. 

“내년에는 정부가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가 되는 셈”

인천 방중비근무 급식노동자 이윤희씨의 가족은 5명이다. 4인 가족의 최저 생계비는 175만원이지만, 이씨가 버는 평균 170만원의 월급은 이마저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출근 전에 우유 배달을 하고, 퇴근 후에는 목욕탕 알바를 한다. 이씨는 “누구는 여자가 반찬값이나 벌려고 나왔냐 말할지 모르지만 이곳은 나와 우리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소중한 일터”라며 “40도가 넘는 급식실에서 하루 평균 8톤에 이르는 중량물을 나르고 온 몸에 골병 들어가며 하루 온종일 일하는데 기본급 시급은 6360원이다. 게다가 방학인 8월과 1월에는 기본급과 교통비, 급식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6470원이 최저임금이 되는 내년 1월이 된다면, 학교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사업장이 된다. 정부와 교육감이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가 되는 셈”이라며 저임금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영양사들도 ‘반토막 임금’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 학교 급식법상 ‘영양교사’를 두어야 하지만 ‘학교급식전담직원’을 둘 수 있다는 문구로 영양교사 대신 비정규직 영양사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채용된 비정규직 영양사는 영양교사와 다른 대우를 받는다. 정규직 영양사 임금의 50%를 받고, 임금과 복지 수준도 정규직 영양사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 전국 급식 영양사 분과장 최영심씨는 “영양사는 업무 특성상 식자재 검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교직원보다 일찍 출근하지만 초과 근무 수당 등 아무런 수당도 받지 못한다”며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시키면서 지켜야 할 것은 많은데 희생과 봉사만 강요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해결은 미지수다. 이미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일용잡급직 영양사들을 차별하는 것을 시정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고, 각 시∙도 교육청 관내 각급학교에 근무하는 일용잡급직 영양사들에 대해 차별행위를 시정하도록 감독기관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 권고했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변하지 않았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바람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교육부도 급식실 노동자 인력 문제가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란 걸 인지하고 ‘2식 이상 학교 관리 체계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휴식시간과 안정적인 식사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급식노동자들인지라 노동환경을 개선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이들은 더 이상 학교 급식실에 있는 ‘존재감이 없는 유령’이고 싶지 않다. ‘여사님’, ‘아주머니’가 아닌, ‘조리사’, ‘실무사’, ‘영양사’라는 명칭을 가진 사람들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이현숙씨는 “배움의 현장인 학교현장에서 이러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며 “우리도 학교 교육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당당한 노동자”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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