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학교] “특수교육지도사가 왜 ‘김보조 선생님’인가요?”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8.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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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들이 넘어야 하는 ‘차별의 고개’를 말하다 ④ 또 다른 교실

어떤 초등학교의 교실에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책상과 의자 옆에 하나의 의자가 더 놓여 있다. 특수교육지도사들이 앉는 의자다. 특수교육지도사들은 하루 6시간을 아이들 곁에서 함께 보내지만, 정해진 호칭이 없다. 아이들은 특수교육지도사가 보살피는 아이 이름을 앞에 붙여 그들을 ‘◯◯◯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나 ‘도우미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파견을 온 담임교사는 같은 반에 앉아 있는 특수교육지도사를 보고 “◯◯◯ 어머님이시냐”고 묻기도 했다.

 

강원도의 초등학교에서 9년째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는 특수교육지도사 정유정씨는 “저는 학생의 어머님도, 도우미 선생님도 아닌 특수교육지도사”라며 “저마다 다른 이유로 특수교육 대상학생으로 선정된 학생들의 손과 발이 돼주고, 때로는 친구가 돼주며 집이 아닌 학교에서만큼은 엄마의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해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지만, ‘특수교육지도사’라는 명칭을 두고 인격비하적인 발언이 쏟아진다고 했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지도’라는 말을 명칭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수교사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지도’라는 행위는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실무원, 실무사라는 명칭을 쓰는 지역도 있다. 정유정씨는 “‘지도’의 사전적 의미 중에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좋은 습관이나 태도를 기르도록 이끄는 일’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것은 특수교육지도사가 하는 일과 일치한다”며 “‘실무’라는 표현은 되고, ‘지도’라는 표현은 왜 쓰면 안 되는지 지금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우리나라는 특수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2004년부터 ‘특수교육보조인력제’를 시행해 특수교육을 보조할 수 있는 인력들을 교육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단순히 화장실이나 식사를 보조하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을 안전사고로부터 보호하는 역할, 사회성 발달을 위해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특수교육지도사의 수는 2009년(4178명)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에는 8800여명까지 늘어났다. 법령은 이들을 ‘특수교육 보조인력’이라고 규정하고, 바깥에서는 이들을 ‘보조’라 부른다. 올해 초 국립특수교육원의 원격 연수 교재에도 ‘김보조 선생님’이라는 예시가 등장했다. 특수교육지도사들을 대상으로 한 유료 연수로, 최근에 개발된 고급과정이었다. 특수교육지도사를 교육하기 위해 만든 교재에도 ‘보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고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교육부가 규정하는 ‘특수교육보조인력’의 역할은 ‘교사의 고유 업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사의 교육 활동을 보조하며, 교사의 지시와 감독 아래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또 교사의 고유 업무인 수업, 학생지도, 평가, 상담, 행정업무 등을 대리할 수 없고, 학급 담당교사의 요청에 의해 학생지도를 보조한다고 돼 있다. 정유정씨는 법령에서 이들의 역할을 규정하면서 ‘지시∙감독을 받는다’, ‘보조한다’, ‘활용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사가 ‘감독’을 한다는 것이나, 사물에나 적합한 ‘활용’이라는 표현을 특수교육지도사에게 쓰는 것이 교육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들은 아직까지도 교육 현장의 주체가 아니다. 비정규직들은 8월17일 열린 ‘학교비정규직 증언대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휴게시간 보장해 달랬더니 “알아서 쉬어라”

 

정유정씨는 아침 9시부터 퇴근 시간인 오후 5시까지 일한다. 그러나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생을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학생과 화장실 같은 칸 안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할 때도 있다.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의 기저귀를 교환해야 한다. 밖으로 나가거나 돌발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보살펴야 한다. 식사 시간에도 마음 놓고 밥을 먹을 수 없다. 밥 먹다가 일어나는 아이들, 다른 아이들의 식판에 손을 대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서다. 음식을 잘 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잘게 자르고, 수저 사용법을 가르치느라 밥을 국에 말아 대충 넘겨야 한다.

 

아이들에게 양치를 시키고 오후 일과를 똑같이 마치면 퇴근 전 10분 정도의 유일한 휴식시간이 남는다. 근로기준법에 있는 휴게시간을 보장해달라고도 요구해봤지만, “알아서 쉬라”고 했고, 일부 교육청 “퇴근 시간 이후가 휴게시간”이라고 했다. 방과 후 과정까지 지원하느라 인력이 부족해 추가 채용을 요청했더니 “정규 교육 과정이니 담당해야 하는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법령이 정하는 ‘지원 인력 배치기준’이 없어 일어난 일이었다.

 

또 ‘보조’라는 이유로 학교의 직종 중 가장 낮은 처우를 받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특수교사에게는 ‘직무수당2’라는 명목으로 월 7만원이 나오지만, 특수교육 학생들과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직무수당은 주어지지 않는다. 방과 후 과정을 밟는 아이들을 지원해도 방과 후 지원 수당은 나오지 않는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방학 중에는 근무가 없어 급여도 나오지 않는특수교육지도사의 비율이 88.6%에 이른다. 무급으로 인한 생계 문제까지 걱정해야 한다. 학교 별 인력 수요 변동에 따라 강제 퇴직도 이루어지고, 저임금과 각종 차별 처우 때문에 업무를 지속하기도 어렵다. 특수교육지도사의 근속기간은 평균 51개월로 전체 직종 평균(69개월)보다 훨씬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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