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낸 경찰청장의 탄생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8.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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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 8월23일 이임식

이제 시민들은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사람에게 음주운전을 단속받아야 한다. ‘음주운전 사고’로 논란이 불거진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58)가 8월23일 이임식을 통해 경찰청장 업무를 수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직 정식임명이 되지 않은 이 후보자는 ‘직무대행’으로 경찰청장 일을 시작한다.

 

이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비판은 단연 ‘음주운전 사고를 낸 사람이 치안총수의 자격이 있는지’에 관해서다. 그는 강원지방경찰청에 근무하던 1993년 11월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였다. 이 후보자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본인이 경찰관인 것을 숨겼다. 

 

이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이 사실을 인정하며 “(당시) 정신도 없고, 너무 부끄러워서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면서 “그로 인해서 징계 기록은 없다.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 일로 면허가 취소됐다. 법원은 그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경찰 신분인 것을 조사과정에서 숨겨 징계는 피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8월19일 국회 안행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다.


추가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존에 이 후보자는 이 사고로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제가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8월22일 “당시 인명피해 사고가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고 내용 자체가 인명피해가 없을 수가 없는 중한 상황”이라면서 이 제보들이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전말을 밝힐 수사기록은 아직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건 기록의 보존연한은 25년이다. 이 후보자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때가 23년 전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인사청문회 때 제출되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이 문제에 대해 의원들을 상대로 “송구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청문회를 마쳤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안행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23년 전 거짓으로 사고를 은폐해 이 자리에 서게 된 후보자가 경찰총수로서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결단하라”고 밝혔다. 야당의 반발로 법적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인 8월22일까지 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거센 비판에도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8월23일 “(인사청문회법 상) 요청을 하게 되어 있고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이 후보자의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데 대해 국회에 보고서를 내라고 재요청을 하겠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재요청한 뒤에도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대통령은 직권으로 경찰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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