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겠다”던 조용기 목사, 달라진 건 없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8.24 10:00
  • 호수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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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여의도순복음교회 내홍…장로모임, 강경 대응 방침 시사

단일 교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교회 측과 ‘여의도순복음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장기모)의 갈등이 또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모는 조용기 원로목사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장기모가 특별선교비와 퇴직금 등 교비 8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조 목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장기모는 검찰 조사와 별도로 조 목사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기자들에게 기자회견 날짜까지 통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조 목사 측이 물밑에서 합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교회, 조 목사 고발한 장로 16명 출교·제명

 

이때까지만 해도 양측의 분위기는 험악하지 않았다. 장기모는 재판에서 조용기 목사의 비리가 드러난 만큼 교회 설교권을 내려놓고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조 목사는 2013년 6월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31억여원의 손해를 끼치고, 세금 35억원 상당을 포탈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조 목사가 상고하면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조 목사 측도 장기모가 제기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된 상황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 목사 측이 합의 사항을 전면 부정하며 말을 바꾼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월 “당회를 열어 조 목사 문제를 논의할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특별기구가 설치되면 (장기모는)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기도모임을 해체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장기모 측에 보냈다. 

 

7월에는 장기모 소속 장로 16명에 대해 출교(11명)·제명(5명) 결정을 내렸다. 교회는 7월27일 장기모 소속 장로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교회의 재판기일을 통지했다. 이후 양측의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현재 “장기모 소속 장로들이 조 목사를 근거 없이 검찰에 고발해 교회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한다. 서울서부지검이 최근 조 목사의 800억원대 횡령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해 장기모 측은 “사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장기모 관계자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서울고검에 항고한 상태”라며 “교회의 재판기일 통지 역시 교단 헌법에 위배되는 만큼 해당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속된 교단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권징조례의 법 제4조 3항에 따르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는 장로를 징계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교회가 최근 장기모 소속 장로들에 대해 위법한 징계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장기모는 조만간 교회를 상대로 징계무효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조 목사 측과 장기모의 내홍 역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1심과 2심에서 조 목사의 혐의가 인정되었음에도 교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영훈 담임목사는 “앞으로 조 목사를 잘 받들어 모시겠다”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반면에 조 목사를 고발한 장로들에 대해선 무혐의 결정이 나자마자 서둘러 출교 결정을 내렸다. 향후 논란이 예상되는 부문이다. 장기모 측도 향후 강경 대응에 나설 뜻을 명확히 했다. 장기모는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합의 과정을 공개할 계획이다. 조 목사와 관련된 내용 역시 숨김없이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모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조 목사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참고 인내해 왔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교회 측의 협상에 응했는데 역시나 뒤통수를 맞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는 교계 인사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목사의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2010년 노승숙 당시 국민일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 회장은 조 목사의 차남인 조민제 당시 국민일보 사장의 장인이었다. 분쟁 초기만 해도 조 목사는 사돈인 노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장남을 불러 “왜 가족 간에 분쟁을 만드느냐”며 강하게 꾸짖었다. 노 회장의 사임도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분쟁이 격화되자 입장을 바꿨다. 노 회장을 불러 가족의 화합을 위해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얼마 후 노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조용히 물러났다. 

 

이후 장남과 차남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 국민일보뿐 아니라 교회에도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결국 조 목사가 국민일보 발행인 겸 회장에 취임했다. ‘가족 간 분쟁’으로 치달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조 목사는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을 다시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으로 추천한다. 국민일보의 최대주주인 국민문화재단 이사직도 김 총장에게 양보했다가 내부적인 반발을 샀다. 

 

2013년 10월7일 조용기 원로목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조용기 목사의 리더십 아쉽게 느껴져”

 

이 시기를 전후해 조용기 원로목사의 가족들이 대거 교회 요직에 이름을 올렸다. 부인 김성혜 총장은 순복음선교회 및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이사에 취임했다. 큰아들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사랑과행복나눔재단 대표사무국장과 엘림복지회 공동이사장에 올랐다. 허동진 장로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조 목사 가족들은 교회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야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장기모라는 모임 역시 이때 생겨났다. 결국 순복음교회 당회 운영위원회는 조 목사 가족들의 역할을 대폭 제한했다. 교회 관련 기관 중 한 곳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사퇴하게 했다. 조 목사도 “가족 문제로 교회 내부의 분란이 확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신도들에게 큰 절로 사죄를 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조 목사가 부인과 장남의 사퇴서를 반려한 것이다. 불똥은 조 목사 자신에게 튀었다. “조 목사를 믿을 수 없다”는 거친 말까지 튀어나왔고, 결국 장로들은 조 목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교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요한 순간에 조 목사가 말을 바꾸지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조 목사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아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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