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08.26 19:37
  • 호수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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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키맨’ 이인원 부회장 자살 불구, 롯데 수사 9월중 마무리될 전망

“이인원 부회장이 없어도 기존에 진행되던 수사 일정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월26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한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당초 8월26일 이 부회장을, 그 다음주(8월29일~9월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소환조사한 뒤 추석 전까지는 기소를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 안팎에서는 늦어도 추석 전까지는 롯데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이 부사장 자살 사건이 벌어지면서 수사 일정에 다소 차질을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일부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9월26일 이전에는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수사의 핵심인 신동빈 회장에 대한 기소 수위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려 있다. 신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던 상황에서 이 부회장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때문이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롯데건설 비자금, 반쪽 수사에 그칠 우려 

 

이 부회장은 이번 검찰 수사의 키를 쥐고 있던 인물로 분류된다. 그는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하고 계열사간 부당 거래에 따른 손해를 입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를 받아왔다.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의 수장으로서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을 보좌해온 동시에 그룹 전체를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자금관리는 물론 그룹 전체의 경영도 이 부회장의 손을 거쳤다. 이 부회장을 통해 핵심 의혹들을 증명할 만한 단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준비에 상당한 공을 들인 까닭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배임과 횡령 혐의를 조사한 뒤 신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당초 롯데호텔의 롯데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검토 결과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외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부분에 대해서도 들여다봤지만, 이 역시 배임 혐의를 적용할 근거가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롯데건설에서 발견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에 신 회장이 관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 부회장에게 이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한 지금, 롯데건설 비자금에 대한 수사는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상황이지만 수사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기도 어렵다. 과잉수사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어서다. 이 부회장이 작성한 유서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그룹 내부에선 저인망식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정계 금품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촉발된 ‘성완종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해 소환 조사 및 불구속 기소 정도로 모양새를 갖추는 선에서 롯데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롯데그룹은 그룹 내 ‘2인자’로 통하는 이 부회장의 사건에 충격을 받는 모습이면서도 이 사건이 향후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인은 검찰 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뿐만 아니라 40년 이상을 롯데에 근무해오면서 최근 롯데그룹이 검찰수사를 받고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데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특히 롯데가 나름대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를 해왔는데 최근 발생한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이러한 공로가 폄하되고 비판받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유니클로 런칭 기자회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과 나란히 앉아있는 이인원 부회장. 당시에는 롯데쇼핑 대표이사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결과적으로 신동빈 회장에게는 득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권 분쟁을 벌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여기에 가세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그의 딸 신유미씨 등이 빠짐없이 검찰의 칼날 앞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철퇴를 맞은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7월7일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서씨 모녀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신 총괄회장이 2005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6000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와 관련해서다.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지배하고 있는 만큼 지분 가치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이들이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4곳의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8월4일 세금 포탈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추가로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신동주 회장도 검찰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계열사 여러 곳에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급여와 배당금으로 수백억 원을 챙긴 혐의가 드러나 8월25일 출국금지 됐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실제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매달 급여를 챙겨간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통해 경영권 확보에 방해가 되거나 잠재적인 경쟁자로 분류되는 오너가 인사들이 대거 정리될 경우 신동빈 회장으로선 독립적인 경영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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