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앞두고 마지막 팸투어 떠나는 기업들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9.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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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사는 8월 마지막 주와 9월 첫째 주에 걸쳐 64개 언론사 출입기자들을 두 개조로 나뉘어 각각 2박3일 일정의 베트남 현지 기자간담회를 다녀왔다. H사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일정을 보면 현지 체류 3일 동안 취재 일정은 저녁 식사를 겸한 기자간담회나 팝업스토어 방문뿐이고, 대부분 관광 위주로 짜여 있다. 첫날에는 공항 도착 후 대형마트를 방문하고, 둘째 날에는 시내관광 또는 골프, 마사지, 전동차 투어 일정으로 짜여 있다. H사 뿐만 아니라 유통 관련 기업인 S사, C사 등 유통 관련 기업들도 대부분 7월과 8월에 한 차례 이상 기자들을 이끌고 대규모 팸투어를 다녀왔다. 

 


H사를 비롯해 기자들을 이끌고 해외취재를 다녀온 기업들은 대부분  김영란법 시행 전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현지취재임을 염두에 두고 일정과 규모를 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행을 코앞에 두고 다녀온 이러한 형식의 해외취재가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사실상 외유 성격이 짙은 해외취재를 굳이 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서 다녀오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행들을 뒤집어 보면 김영란법으로 기업과 기자들의 취재 관행이 크게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월28일 본격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의하면 기업들이 출입기자들을 데리고 해외 취재를 다녀오는 ‘팸투어’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언론사가 항공료·숙박비 등 동반 취재에 필요한 부대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이 자사 홍보를 위해 출장을 기획하는 만큼 대부분의 비용을 기업에서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령은 직무와 관련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같은 사람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 이상, 회계연도당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경우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 팸투어의 경우 목적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1인당 수십만~수백만원(동남아·중국 등)에서 많게는 1000만원(유럽·미국 등)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항공료·숙박권 등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수준의 금품이나 향응으로 간주될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9월28일 이후에는 이런 해외취재들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각 기업 홍보팀도 더는 기자들을 데리고 가는 해외취재가 어렵다고 판단, 법 시행 전에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부랴부랴 해외취재를 다녀오는 것이다. 한 사립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실상 외유성 해외취재가 계속돼 왔다는 것은 기업과 언론 간 관계가 어떠했을 지를 짐작할 수 있다”며 “역설적으로 김영란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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