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사라진 30대 부부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5 14:56
  • 호수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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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3개월째 행적 오리무중…온갖 억측만 난무, 가족들 고통 호소

8월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부산에서 실종된 최아무개씨(35)를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최씨의 친구인 이아무개씨였다. 그는 “경찰이 총동원돼 수사했지만 증거와 흔적이 전혀 없다. (친구가) 장을 본 후 들어간 CCTV(폐쇄회로)는 있는데, (집에서) 나간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최씨의 외출복 차림과 CCTV에 찍힌 캡처 사진을 올렸다. 이씨는 “제발 자세히 얼굴을 봐주시고 보거나 하면 연락을 달라”며 자신과 최씨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남겨놓았다. 

 

그런데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이 의외였다. 실종자를 찾자는 분위기 대신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가족이 아닌데 왜 찾느냐” “가정폭력 때문에 도망간 아내를 찾으려고 남편이 친구인 척 가장한 것 아니냐” “첫 번째 사진(외출복 차림)과 두 번째 사진(CCTV)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 남편이 (아내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어버린 것이 아니냐” “주작(없는 사실을 꾸며 만듦)인 것 같다” “글 쓴 내용을 보니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쓴 것이다” 등으로 글쓴이를 의심하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생각지 않은 악플에 상처받은 이씨는 해당 글을 내렸다. 

 

기자는 그 후 이씨와 접촉했다. 실종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그 내막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먼저 부부가 실종됐는데, 아내인 최씨의 사진만 올린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친구의 시아버지가 SNS에 아들 사진과 실명을 올리는 것을 반대해서 어쩔 수 없이 친구 사진만 올렸다”고 말했다. 또 최씨의 가족이 직접 찾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내가 어머니에게 위임받고 올렸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언론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최씨의 가족과 지인들은 “제보는 없고 추측성 기사만 난무하고 있다”며 언론보도에 불만을 터트렸다. 사람을 찾기보다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실종자들을 난도질한다고 지적했다. 최씨의 어머니는 딸이 ‘연극배우’라고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언론이 신상털기에 나서면서 최씨의 직업이 공개됐고, 극단에까지 기자들이 찾아오면서 지인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정작 실종자들에 대한 제보는 전무한 상태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시사저널 자료


어디에도 흔적이 없다

 

동갑내기인 최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결혼한 신혼부부다. 두 사람은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ㅌ아파트 15층에서 살았다. 아직 아이는 없다. 남편 전아무개씨는 후배와 동업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아내 최씨는 연극배우다. 

 

최씨는 지난 5월27일 오후 10시쯤 마트에서 물건을 산 후 집에 들어왔다. 남편 전씨는 5시간 후인 28일 새벽 3시에 식당 일을 끝내고 집에 왔다. 두 사람의 모습은 아파트 현관에 있는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 부부에게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28일 낮부터 전씨 부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 아버지는 이날 아들에게 건강보조식품을 주기 위해 휴대전화로 연락했지만 통화가 안 됐다. 계속해서 몇 차례 휴대전화로 연락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아들이 일하는 가게로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대신 식당 동업자에게 “28일에 ‘집안일이 생겨서 오늘 하루 쉬겠다’는 문자가 온 후 연락이 끊겼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아내 최씨가 사라진 상황도 비슷하다. 최씨가 소속된 극단에서는 다음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약 8일 전인 28일쯤 최씨는 돌연 “공연을 못하겠다”는 문자를 동료 배우인 친구 이씨에게 보냈다. 이씨에 따르면, “원래 그 친구는 문자가 아닌 전화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문자가 띄어쓰기도 하나도 안 된 상태여서 의아했다”고 말한다. 

 

그는 “29일쯤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남편이 받았다. 친구와는 직접 통화하지 못했는데 그 이후 남편과 사라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근거해 친구 이씨는 최씨의 실종 시점을 29~30일쯤으로 보고 있다. 

 

이후 전씨 부부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전씨 부부의 가족과 지인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6월2일쯤 관할 부산 남부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아파트 CCTV를 확보하고 전씨 부부의 흔적을 찾았다. 이상한 것은 이들이 집에 들어가는 모습은 찍혔는데,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점이다. 

 

현관·주차장·아파트 인근 CCTV 등에 전씨 부부의 모습은 없었다. 아파트 비상계단으로 내려갔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주변의 거미줄 같은 CCTV망을 완전히 피해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전씨 부부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모를 정도로 완벽하게 사라졌다. 마치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다. 

 

경찰과 실종 부부의 가족, 그리고 지인들은 집 안팎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열고 집 안을 살펴봤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누군가 외부에서 침입했다거나 집 안에서 다퉜다거나 하는 의심 정황도 없었다. 

 

아내 최아무개씨의 외출 차림 © 최씨 가족 제공


다만 집 안에 있던 두 사람의 휴대전화·지갑·신분증·여권·노트북 등이 보이지 않았다. 아내 최씨의 경우 CCTV에 촬영될 당시 입고 있었던 옷이 없는 걸로 봐서 집 밖으로 나갈 때 같은 복장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정화조·지하창고 등도 수색했지만 어떠한 흔적도 없었다. 지하 주차장에는 아내 최씨가 타고 다니던 승용차가 그대로 주차돼 있었다. 

 

경찰은 사이버 수사에 돌입했다. 전씨 부부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신용카드 사용 내역,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을 살펴봤다. 그런데 신용카드와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이 전무했다. 통장 계좌에도 인출 흔적이 없었다. 정말 이상한 것은 휴대전화의 전원이 끊긴 지점이다. 

 

경찰이 통신기록을 조회한 결과, 전씨 부부는 6월2일에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의아한 것은  남편 전씨는 오전 8시쯤 부산시 기장군 청량리에서, 아내 최씨는 오후 8시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꺼졌다는 점이다. 한날한시에 사라진 부부의 휴대전화 전원이 각기 다른 지역, 그것도 부산과 서울에서 끊겼다는 점이 왠지 석연치 않다. 

 

여기까지 보면 전씨 부부의 실종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그렇다 보니 수많은 언론에서 갖은 추측을 동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들이 스스로 종적을 감춘 것인지, 아니면 범죄에 연루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3의 이유가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억측 난무 의문만 증폭

 

다만, 이들의 실종 전후 정황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집 안에 들어온 흔적은 있지만 나간 흔적이 없다. 밖으로 나간 것은 분명한데 CCTV를 완전히 비켜갔다. 이렇게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면서까지 밖으로 나가야만 했던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을까. 범죄 피해를 당한 흔적도 없다. 아파트를 나간 후의 이동 수단도 확인된 것이 없다. 자가용 승용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그대로 있고, 버스를 탔거나 지하철을 이용했거나 하는 기록이 없다. 물론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대신 현금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이들 부부를 봤다는 목격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이 출국기록을 확인했지만 해외로 나간 것도 아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밀항 가능성’까지 운운하고 있지만 이것은 과도한 억측으로 보인다. 전씨 부부가 범죄 수배자도 아니고 출국정지를 당한 것도 아닌데 일부러 ‘밀항’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부 휴대전화의 전원이 부산과 서울에서 꺼진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경찰은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지역 일대를 수색했지만 전씨 부부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이러한 모든 의문점을 푸는 열쇠는 전씨 부부가 지니고 있다. 이들을 찾아야만 온갖 억측을 잠재우고 모든 의문을 풀 수가 있다. 문제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전씨 부부를 봤다거나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제보는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경찰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실종 전담팀’을 꾸려 전씨 부부를 찾고 있다. 전씨 부부의 가족도 일단 추석 명절 전까지는 경찰을 믿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전씨 부부는 대체 어디로 사라졌고,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경찰과 가족은 부부를 본 목격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아내 최씨가 행방불명되기 전인 5월27일 마트에서 물건을 산 후 아파트로 들어오는 모습이 CCTV에 촬영됐다. © 최씨 가족 제공


“정작 제보 전화는 한 건도 없다”

실종 부부 아내의 친구 이아무개씨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도움이 되고 있나?

아니다. 제발 부풀려서 방송 좀 안 했으면 좋겠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무차별 보도하고 있다. 방송은 오로지 시청률 올리는 데 혈안이 돼서 엉뚱한 내용 내보내고. 없어진 사람들만 바보로 만들고 있다. 

 

최씨의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금 엄청 힘들어 하신다. 언론이 무섭고 싫다고 한다. 애들(최씨 부부)을 언론에서 이상한 사람들로 만드니까 제보 전화는 안 오고, 마음이 더 찢어진다고 한다. 

 

지금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

처음엔 악플이었다. 그런데 내 전화번호가 공개되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번호를 저장하고 있다. 매일 수십 명의 친구 추천이 뜨고 있다. 제보할 것 아니면 내 번호를 저장하기보다는 실종자들에게 더 관심 가져달라. 그리고 내가 일하는 극단에까지 기자들이 들이닥쳐서 너무 힘들다. 제발 극단으로는 찾아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실종자나 가족들에 대한 언론의 배려가 없다는 뜻인가?

원래 알고 있었는데, 직접 당하니까 참 무섭다. 

 

제보 전화가 오기는 오는가?

전혀 오지 않고 있다.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제보인데, 하루가 멀다 하고 추측성 기사만 쏟아지고 있어 속만 탄다. 

 

그럼 제보는 어떻게 하나?

지금 기자들이 무서워서 전화 못 받고 있으니 제보할 것이 있다면 우선 문자로 부탁한다. 그 내용을 보고 통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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