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미학] 세계유산 가치를 지닌 사찰은 왜 명당으로 불릴까
  •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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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한국 전통산사 세계유산등재신청 대상 선정…통도사∙부석사∙법주사 등 7곳

문화재청은 9월2일 ‘한국의 전통산사’를 2017년 세계유산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전통산사(山寺)는 보은의 속리산 법주사, 공주의 태화산 마곡사, 영주의 봉황산 부석사, 안동의 천등산 봉정사, 언양의 영축산 통도사, 순천의 조계산 선암사, 해남의 두륜산 대흥사 등 7개 사찰이다. 

 

2013년 12월1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곳으로 한국 불교의 대표적 도량처이자, 산사의 생활공간들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사찰들은 불교가 전래되어 온 뒤 고승(高僧)들에 의해 터를 잡거나 창건한 곳으로 산을 의지하고 있는 입지다. 이처럼 전통사찰의 가람공간이 오랜 세월동안 존속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풍수적으로 산세가 좋은 곳에 입지하여 명당 터의 지기를 받는 곳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찰입지 측면에서 볼 때 풍수적 명당지표는 어떠한 것일까.

 

대웅전의 터는 주산의 중심용맥(龍脈)이 입수한 곳에 자리하여야 한다. 대웅전은 가람 배치의 중심처이므로 역량이 큰 용맥을 의지할 때 지속적으로 지기를 받을 수 있는 혈장(穴場:지기가 응집되어 머물고 있는 공간)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대웅전 터의 우측 편에 지맥을 의지하여 삼성각(三聖閣)이 입지해야 한다. 대웅전을 비롯한 가람공간을 수호하는 신을 모신 곳이 삼성각인데 산신(山神), 칠성(七星), 독성(獨聖) 등 세 분의 탱화로 모신 공간을 말한다. 삼신은 중국도교의 칠성, 우리고유 종교의 산신, 불교 고유의 신앙 속에 나오는 부처님의 제자 독성 나반존자를 뜻하며 대부분 가람배치에는 산신각이 많다. 따라서 기도발을 받으려면 대웅전보다 삼신을 모신 곳에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 위치한 부석사 전경 ⓒ 연합뉴스


용맥 빠져나가지 않도록 석탑 배치가 중요

 

대웅전 앞 마당공간에는 3층 또는 5층석탑(일탑 혹은 쌍탑)이 자리하여야 한다. 석탑은 대웅전으로 입수한 용맥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머물게 하는 비보(裨補)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든다면 일탑일 경우는 대웅전 앞의 중심축과 일치하는 곳에 있거나, 쌍탑인 경우는 대웅전 앞마당 좌우에 세워져 있어야 한다. 경주 불국사의 대웅전 앞에 석가탑과 다보탑이 좌우에 자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주산이나 현무봉의 용맥이 급하게 경사를 이룬 곳은 석탑과 더불어 앞쪽 중심축 상에 부속건물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가람배치는 강한 지맥이 급하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 번 더 비보를 하기 위한 것으로, 건물은 경사면에 의해 루(樓)형태를 갖추게 된다. 이 경우 대웅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누하진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사찰은 가람공간과 가까운 곳에 득수가 이루어진 입지라야 한다. 사찰은 도량공간으로 깊은 산에 입지하므로 득수가 중요하다. 여기서 득수란 사찰의 주산에서 개장한 좌우 지맥에 의해 생성된 계류수를 얻는 것이다. 계류수는 산세의 정기를 머금은 채 흐르는 명당수다. 풍수적으로 산은 음이고 물은 양이 되므로 음과 양의 교합이 필요한 것이다. 

 

득수형태는 1차로 중심용맥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도록 가람공간을 끼고 환포하듯이 감싸는 형태를 이루어야 하며, 다시 유유히 흘러가다가 2차로 계류수와 합수하여야 한다. 이러한 합수형태는 산의 기를 머금은 수기(水氣)가 보국 내에서 머물게 함으로써 생태공간을 형성하게 된다. 만약 물소리가 크게 난다거나 거수(去水)형태는 바람 길을 형성하므로 기가 머물 수 없는 흉수가 된다. 따라서 산을 의지한 가람공간과 궁수형태의 물길이 서로 조화를 이룬 곳은, 지기와 수기가 만나서 생기가 머물고 있는 명당인 것이다.

 

 

풍수지리를 적용한 공간 안에서 기 받아

 

주변산세는 사신사(四神砂 : 현무·청룡·백호·주작)를 이룬 장풍국 입지를 갖추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입지가 보존된 곳은 지기가 분출하거나 머무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사찰은 주변으로 산세가 에워싸는 곳에 입지한다. 특히 사찰경내에 들어서면 온화한 기운을 느끼는 것은 지기가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기는 주산과 현무봉에서 흘러들어오는 용맥을 말한다. 이처럼 용맥은 땅속으로 지기가 흐르고 있는데, 계속 이어져 나가다가 지맥이 머물면서 혈장을 이룬 곳에서 분출하게 된다. 이때 바람을 갈무리하지 않은 지세를 이룬 곳은 좋은 기가 흩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찰의 초입처에 입지한 일주문 형태는 두 개의 기둥으로 웅장한 처마를 받들고 있는데,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풍국(藏風局)을 이룬 보국 내에 입지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외국의 건축가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건축형태이지만, 우리 한국학인 풍수지리를 적용한 공간 안에 자리하여 기를 받기 때문이다.

 

부도탑(浮屠塔)의 입지도 중요하다. 부도탑은 주로 나말여초(羅末麗初) 선종의 개산조(開山祖)를 위한 부도탑에서 유래하였다. 즉 사찰을 창건하신 큰 스님이거나 이곳에서 수행한 고승의 사리나 유골을 넣고 쌓은 원통형의 돌탑을 말한다. 부도탑은 일종의 비보탑으로 사찰의 허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빠져나가는 수기를 걷어주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러한 부도탑은 사찰을 존속시키기 위해 사후에도 계속 보호하려는 고승들의 정신적 염원이 담긴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고려시대 이래의 풍수비보설이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전통사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정책은, 우리나라의 사찰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사찰에 대한 역사적 배경, 건물형태나 가람배치, 주변의 자연환경이 생태공간임을 강조한 관료적 보고서는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본다. 이제는 왜 이러한 사찰이 수백년 세월동안 현존하고 있는지에 대한 입지공간의 의미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가람배치에 있어서 중심건물은 어떠한 터를 이룬 곳에 자리하는지, 삼성각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가람공간과 물의 조화가 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득수형태가 무엇인지, 누하진입에 따른 가람배치가 왜 필요한 것인지, 부도탑의 입지가 어떠한 논리에 의해 조성되어 있는지, 장풍국을 이룬 보국 내의 지기와 바람과의 관계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한 학술적인 기초자료는 우리 한국학인 풍수지리학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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