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Q&A] 감기에 한약이 잘 듣는 이유
  •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8 11:21
  • 호수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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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이 나게 만들기 때문”

 Q  37세 가정주부인데 감기에 잘 걸립니다. 저는 양약보다 한약이 잘 듣는 편인데요. 한약이 왜 잘 듣는지 궁금합니다. 남편은 약의 효능이 불확실한 한약을 먹지 말라고 하는데, 저한테 잘 맞으니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A  감기의 시작은 체온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 것도 체온 중추가 회복되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상 바이러스는 체온이 떨어지는 데 도화선 역할을 할 뿐이지요. 체온을 빨리 회복시키면 비록 몸속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어도 감기 증세는 없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몸을 따뜻하게 하거나 땀을 내는 한약이 감기에 잘 듣습니다. 

 

한의학에도 감기에 대한 다양한 진단법(辨證·변증)과 그에 맞는 다양한 처방들이 있는데요. 이런 인식을 현대 언어로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감기에 대한 한의학적 인식을 저의 주관적 이해를 바탕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 리빙센스

© 리빙센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면역계와 자율신경계 그리고 내분비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합니다. 감기를 바이러스 감염과 이에 대한 면역 반응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의학적 관점과 달리 한의학에서는 한사(寒邪·차가운 기운)에 대한 자율신경 기능의 변화(경락병)를 중심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증상이 시작되는 전반부 사흘은 교감신경이 많이 흥분되고, 후반부 사흘은 회복되는 기간으로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집니다. 첫날은 체온 중추 기능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오한이 생기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반응으로 교감신경의 흥분이 강해지면서 혈관이 긴장돼 맥박이 쉽게 만져지고, 근육이 긴장되면서 머리와 목덜미가 아프고, 추위를 느끼지요. 이를 ‘태양병’이라고 합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내는 따뜻한 한약을 먹으면 체온 중추가 안정되면서 교감신경의 흥분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감기는 저절로 없어집니다. 

 

둘째 날, 체온 중추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면 항상성을 회복하고자 교감신경 흥분이 과하게 진행되면서 열이 심해지고 감기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열이 나고 땀이 흐르며 맥박이 커지는 것을 ‘양명병’이라고 합니다. 셋째 날은 과도한 교감신경의 흥분은 줄어들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조금씩 작용하면서 더웠다 추웠다를 반복하는데, 이를 ‘소양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한사가 물러가므로 2~3일 아프면 낫는다고 생각합니다.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서 회복되는 기간에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태음병·소음병·궐음병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증세를 ‘태음병’,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에너지 생산이 줄어 온몸이 춥고 나른하고 눕고 싶어지는 것을 ‘소음병’, 조금씩 교감신경의 기능이 살아나면서 오한에 열이 섞여 있는 것을 ‘궐음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 바퀴의 경락을 돌고 나면 감기가 낫거나, 다시 한 바퀴 더 돌아 똑같이 한 번 더 아플 수도 있습니다. 추위를 느끼는 태양병 상태의 초기 감기나 궐음병처럼 회복이 되지 않고 질질 끄는 감기나 알레르기를 같이 갖고 있는 감기에는 양기를 회복시키는 따뜻한 한약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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