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위 돼지띠 상승세가 무섭다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8 15:37
  • 호수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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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골프 1995년생 전성시대 돌입…김효주·백규정·고진영·김민선·김예진 등 최강 멤버

“글쎄요. 박성현이 대세이지만 누가 우승할는지 예측이 안 됩니다. 어린 선수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거든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갈수록 ‘젊은 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올 시즌 6승을 올린 박성현(23·넵스)이 ‘독주체제’를 갖추고 국내 그린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최근 1995년생 만 21세 돼지띠의 상승세가 무섭다.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김효주(롯데)와 백규정(CJ오쇼핑)이 대표적이다. KLPGA 투어에서는 고진영(넵스)과 김민선(CJ오쇼핑)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대회에 출전하는 166명 중 김예진(요진건설) 등 25명이 1995년생이다. 이 또래가 ‘젊은 피’ 중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박세리가 만들어낸 ‘세리 키즈’를 넘어 ‘제2의 세리 키즈’들이다. 이들이 합작한 국내 승수(勝數)는 모두 18승이다. 물론 특정 선수에게 우승이 몰려 있기는 하지만 1995년생이 최강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전에는 주로 골프장이나 연습장에서 캐디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그만큼 늦은 나이에 프로가 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고교 시절에 이미 프로에 입문해 2부와 3부 투어를 뛰면서 기량을 키워 정규 투어를 준비하기 때문에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김효주 선수(사진 왼쪽)와 고진영 선수 © AP 연합 © 연합뉴스·Freepik


뛰어난 체격 조건에 정신력도 강해 

 

이들은 대부분 주니어 시절에 국가대표나 상비군을 지냈기 때문에 기량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따라서 언제 어떤 선수가 혜성처럼 나타나 우승을 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20대 후반이나 30대를 넘어가면 우승하기가 갈수록 어렵다. 특히 30대는 주부 프로골퍼인 홍진주(34·대방건설)나 안시현(32·골든블루)·홍란(30·삼천리)·김보경(30·요진건설)밖에 없다.

 

1995년생들은 과거의 선수들과 달리 체격 조건이 뛰어나다. 훤칠한 키에 정신력도 강하다. 특히 체계적인 운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탄탄한 근력과 체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는 ‘슈퍼 루키’ 김효주와 백규정이 미국 무대로 옮기면서 고진영을 비롯해 김민선 등 국가대표 출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국내 통산 8승의 김효주는 올 시즌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에서 1승을 했다. 통산 3승이다. 드라이브 평균 거리 251.53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73.96%, 그린적중률 68.78%, 평균 퍼팅수 29.30개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 신바람을 일으켰던 백규정은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직 우승이 없다. 그러나 기량은 뛰어나 언제든지 우승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드라이브 평균 거리 250.58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64.73%, 그린적중률 64.20%, 평균퍼팅수 29.48개를 기록하고 있다.

 

168cm의 고진영은 백규정·김민선과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대형 선수다. 현재로는 유일하게 박성현을 견제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꼽힌다. 시즌 2승을 올린 고진영은 멘털이 특히 강하다. 시즌 중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강도 높게 한다. 드라이버가 248.33야드로 장타자는 아니지만 아이언과 퍼팅이 안정돼 있고 샷의 일관성과 일정한 플레이가 돋보인다.

 

고진영은 올 시즌 KG·이데일리 레이디스와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통산 5승을 올렸다. 박성현에 이어 상금랭킹 2위다. 드라이버 평균거리 248.33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81.48%, 그린적중률 74.29%, 평균퍼팅수 29.84개, 평균타수 70.60타를 기록 중이다.

 


자기 관리도 철저해 언제든지 우승 가능

 

김민선도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선수다. 175cm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력이 일품이다. 올 시즌 256.71야드로 박성현에 이어 드라이버 거리 2위에 올라 있다. 김민선은 전지훈련에서 근력을 키우고 스윙을 보완했다. 특히 인터로킹에서 오버래킹으로 그립을 바꾸면서 스윙에 안정감을 가져왔다. 지난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올 시즌 우승은 없지만 늘 입상권에 들어 있다. 페어웨이 안착률 77.04%, 그린적중률 75.51%, 평균퍼팅수 30.71개, 평균타수 71.41타를 기록하고 있다. 

 

김예진은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면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루키 시즌에 28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10회나 들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신인상을 놓쳤다. 랭킹 2위였다. 그의 강점은 야구선수 출신의 부친 DNA를 물려받아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3년 만에 주니어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다. 2011년 고1 때 국가상비군에 발탁됐다. 

 

김예진은 2013년 5월 고3 때 프로에 데뷔했다. 준회원 Q스쿨에서 수석 합격했다. 정회원으로 입회하고 나서 ‘퍼팅입스’로 인해 6개월 동안 고생했다. 시드전도 탈락할 정도였다. 동아대에 진학했고, 2학년 때 1부 투어로 올라갔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170cm에서 뿜어 나오는 드라이버가 일품이다. 260야드 이상은 시원하게 날린다. 그린적중률도 80%가 넘는다. 다만, 퍼팅이 단점이다. 

 

김예진뿐 아니라 김보령(BNK금융그룹)·김정수2(CJ오쇼핑)·서연정(요진건설)·안소현(삼천리)·정슬기(PBNS)·조윤정(요진건설) 등도 언제든지 우승 가능성을 지닌 선수들이다. 올 시즌 KLPGA 투어는 모두 33개에 상금이 212억원에 이른다. 8월 넷째 주까지 23개 대회를 치렀다. 장기 레이스에선 체력전이 관건인데 1995년생들은 한결같이 생생하다. 전 대회를 다 뛰어도 체력이 넘쳐난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하반기에 남은 대회는 10개. 1995년생 중 누가 먼저 우승할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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