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잘 모르겠다” 기업마다 아우성
  • 정지원 시사저널e 기자 (yuan@sisajournal-e.com)
  • 승인 2016.09.09 09:25
  • 호수 1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월28일 본격 시행 앞둔 ‘김영란법’ 두고 각 기업들 비상···적용 가능성 사례별 분석
법 제정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현실화된다. 오는 9월28일 법 시행을 앞두고 각 기업과 언론사가 부랴부랴 내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시 대응 매뉴얼을 담은 책까지 출간했다. 

특히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전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가 있다. 조직 내 구성원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경우 조직에도 책임이 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적발되면 기업 이미지 손실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경쟁사에 대한 적대적 신고가 우려되고, 김영란법 위반자를 고발하는 속칭 ‘란파라치’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법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기업 임·직원들의 법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형편이다. 지난 9월2일 창원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영란법 설명회(권익위 주최)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특히 기업에서 궁금해하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과 양형기준에 대한 주요 질문사항과 답변을 10개 사례별로 정리해 봤다.   

9월1일 광주상공회의소에서 김영란법 설명회가 지역 기업인들을 상대로 열렸다. © 연합뉴스


#1. 기업 직원 C씨는 직무상 관련성이 있는 공무원 A씨 자녀의 결혼 축의금으로 150만원을 냈다. 

=C씨와 A씨는 모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 공무원 등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이해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 이하 또는 연 300만원 이하 금품을 받을 경우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1회 100만원 초과 또는 연 300만원을 초과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대가성이 있으면 형법상 뇌물수뢰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시행령에서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부조 차원에서 예외사항으로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까지는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3·5·10 규정’). 

#2. 기업 대관담당 직원 A씨는 담당 공무원 B씨에게 사업 관련 인허가 등 각종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현금과 고급 양주 등 선물을 주고 거액의 술접대를 했다. 

= 먼저 금품수수 혐의를 살펴보면, 직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3·5·10 규정에 어긋날 경우 A씨와 B씨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편의만 봐달라고 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부정청탁으로 처벌될 여지가 있다. 

#3. 기업 직원 C씨는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A씨의 자녀 결혼식에 10만원 상당의 화환을 보내고 축의금 5만원을 별도로 냈다. 

= 화환 가격과 축의금 액수를 합해 10만원을 초과했기 때문에 A씨와 C씨 모두 처벌 대상이다. 경조사비의 개념에는 축의금·조의금 등 각종 부조금과 화환·조화 등 부조금을 대신하는 선물·음식물이 포함된다. 부조금과 선물·음식물을 함께 수수한 경우 그 가액을 합산해 10만원을 초과할 경우 처벌받는다. 

#4. A회사 영업담당 직원 B씨·C씨·D씨가 유관기관 공무원 E씨에게 제공한 금품이 회계연도 기준 300만원을 넘었다.

= 원칙적으론 B씨·C씨·D씨가 각각 처벌받는다. 하지만 직무관련성이 있는 특정 공무원에게 한 회사의 여러 직원이 금품을 제공한 것은 회사 차원에서 공모한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따라서 A회사는 방어적 차원에서 공모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할 수도 있다. 

#5. B회사에서 공직자 C씨를 전문자문위원으로 두고 자문강연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나 해외여행 골프 기회를 제공했다.

= 보수는 자문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제공된다고 보기 때문에 문제없다. 다만, 자문내용에 상응하는 보수가 돼야 한다. 적정 보수의 수준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자문계약에서 구체적 보수나 금품제공에 대한 규정을 둬야 한다. 하지만 해외여행이나 골프는 자문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6. 다수 기업의 직원들이 공직자 B씨 및 언론인 C씨와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 후 기업 직원들 중 몇 명은 귀가하고 나머지는 2차 장소로 이동했다.

= 원칙적으로 제공된 식사금액은 전체금액을 인원수로 나눠 따진다. 입증할 수 있다면 1차 참석인원과 2차 참석인원을 구분해 1차와 2차 각각 n분의 1로 계산한다.

#7. 관할 소방서에서 P회사에 안전점검을 나온 경우, P회사 직원 B씨·C씨가 소방관 A씨와 1인당 2만원 상당의 식사를 하면서 편의를 봐달라고 했다. 

= 3만원 이하라도 언제나 안전한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식사시간이 돼서 통상적 범위에서 식사를 했는데 뇌물이냐고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더치페이’하는 것이 안전하다. 

#8. 기업 홍보담당 직원 A씨가 기자 B씨에게 제공한 금품 등이 한 해 1~12월까지 합계 300만원을 넘었다.

= 김영란법은 9월28일 이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 계산한다. 즉, 9월28일 이후부터 12월31일까지 B씨에게 제공한 금품이 300만원을 넘으면 처벌한다. 다만, 실제 계산한 날은 28일 이전이라도 행위는 28일 이후이면 법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9. 기업 홍보담당 직원 A씨는 추석선물로 공무원과 기자 등에게 할인가 4만9000원(시가 6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했다. 

= 먼저 불특정다수에게 배포하는 기념품이나 홍보, 경연, 추첨을 통해 제공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김영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즉,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공한 선물을 공직자가 받았을 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 사례의 경우 시가로는 5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저촉되지만 할인가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일반적으론 구입가 기준이 원칙이지만 구입가가 시가와 현저하게 차이가 날 때는 시가로 계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땐 정상적으로 할인받았음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 

#10. A언론사가 B회사에 A사 주최의 마라톤 행사에 대한 금품·상품 등 협찬을 요청해 B회사가 이에 응했다.  

= 김영란법은 공직자 개인에게 금품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금품이 단체에 귀속되는 경우는 금지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A언론사에 협찬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금품이 사실상 특정인에게 돌아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