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장관님 병간호 20년, 그림으로 버텼죠”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9.26 15:26
  • 호수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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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가신’ 최형우 前 장관 부부, 서화전 연다

‘우형우(최형우), 좌동영(김동영)’으로 불리며 상도동계 핵심 정치가였던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치적 동지로 6선(選)의원, 내무부 장관 등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그런 최 전 장관은 YS 임기 말인 1997년 돌연 정치활동을 중단했다. 갑작스레 뇌졸중이 발병했기 때문이다.

 

최 전 장관은 그길로 현재까지 병마(뇌졸중 후유증)와 싸우고 있다. 올해로 20년째다. 최 전 장관 ‘투병 20년’은 곧 부인 원영일 여사의 ‘간호 20년’이기도 하다. 원 여사는 최 전 장관이 정치활동을 할 때나 병상에 누웠을 때나 언제나 함께였다. 미술을 전공해 작품 활동을 하던 원 여사는 그 시간들을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올해 원 여사와 최 전 장관은 결혼 50주년, 금혼식(金婚式)을 기념해 ‘세월의 흔적’ 서화전을 연다. 

 

서화전을 여는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과 부인 원영일 여사.


9월23일, 서울 장충동 최 전 장관 자택에서 만난 원 여사는 “갑작스럽게 장관님(최 전 장관)이 쓰러져서 10년 동안은 병간호하느라 정신없이 지냈다”면서 “10년 전부터 노희정 화백을 만나 병간호로 놓았던 붓을 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채화를 그리며 마음을 달랬다”고 했다. 결과물은 《산책길》 《보랏빛 합창》 등 수채화 30여 점으로 남았다. 

 

원영일 여사의 작품 《보랏빛 합창》

 

최형우 전 장관의 서예 작품


 

서화전에는 최 전 장관의 서예 작품도 전시된다. 뇌수술 이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최 전 장관은 자택을 찾은 기자에게 “수고하십니다”라며 거실 액자에 걸린 자신의 작품을 가리켰다. 상락아정(常樂我淨·몸과 마음을 비우는 열반)이라 적혀 있었다. 원 여사는 “최 전 장관이 정치에서 마음을 비우겠다는 뜻으로 썼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1980년대 신군부 시절, 정치활동이 제약됐을 때 서예를 깊게 공부했다. 최 전 장관은 서예를 통해 ‘온산(최 전장관의 아호)장학회’를 설립, 장애아를 돕는 게 꿈이기도 했다. 

 

최 전 장관과 원 여사의 작품이 전시될 ‘세월의 흔적’ 서화전은 9월28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10월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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