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쉘위워크] 작은 걸음이 모여 루게릭 환우에게 희망을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9.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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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소함이 누군가에게는 큰 희망이 된다. 일상의 한 걸음이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환우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인 루게릭병은 현대 의학으로도 풀지 못한 난제 중의 난제다. 이 병에 걸리면 온 몸이 점차 마비되고 끝내는 말을 할 수도, 호흡을 할 수도 없게 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온 몸의 의식은 또렷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무서운 병이 바로 루게릭병이다.

 

루게릭 환우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한 ‘2016 쉘위워크 페스티발’이 9월24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렸다. 루게릭 환우들을 위해 만들어진 ‘승일희망재단’과 시사저널이 손잡고 해마다 개최하는 행사다. 승일희망재단은 가수 션과 루게릭병 투병 중인 박승일 전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코치가 공동대표로 있다. ‘눈으로 희망을 쏘다’란 책으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킨 박 전 코치는 이날 아픈 몸을 이끌고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 참가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2009년부터 박 전 코치와 인연을 맺은 가수 션은 희망재단 공동대표를 맡으며 루게릭 환우를 위한 요양소 건립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시작 전부터 주황색 티셔츠 ‘물결’

 

오후 2시로 예정된 행사 시작 전부터 서울숲은 ‘쉘위워크 페스티발’의 주황색 티셔츠 물결이 가득찼다. 이날 행사에는 약 2000여명이 참가했다. 어린 아이를 데려 온 가족,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연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행사에 함께했다. 행사 열기에 “나도 참가하고싶다”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낸 서울숲 환경미화 아주머니들도 있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Shall we walk’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 병마와 싸우는 환우들과 함께 걸을 수는 없지만, 그들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걷자는 취지에서다. 티셔츠에는 ‘희망’, ‘함께 나누다’,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도 붙였다. 이날 참가자 전원에게는 에코백과 티셔츠, WITHICE 팔찌, 물병 등이 기념품으로 제공됐다. 

 

무대가 마련된 서울숲 광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골을 넣을 때마다 3000원씩 기부금이 적립되는 축구공 차기 행사와 트램폴린을 활용해 점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점핑 포토존’ 등을 즐겼다. 본격적인 걷기 행사 전부터 서울숲 광장은 자유로운 축제와 같은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 시사저널 고성준


오후 3시부터 걷기 행사가 시작됐다.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인 가수 션과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가 인사말을 통해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참가자들은 무대 오른편에 마련된 출발선에서 색색의 풍선을 들고 신호와 함께 걸음을 뗐다. 참가자들은 공원 길을 따라 약 2.3km를 걸었다. 임하룡, 현진영, 양동근, 모델 박영선 등도 행사에 함께했다.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는 “‘쉘위워크’ 행사를 통해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기를 기대한다”며 “모든 루게릭 환우들이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이겨내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걷기 행사가 끝난 후 서울숲 피크닉존에서는 가수들의 공연이 열렸다. 체리필터와 더더, 분리수거가 공연무대에 나섰다. 가수들이 노래에 참가자들이 환호하며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가수들의 공연이 끝나고 해가 진 후에는 영화 ‘유아낫유’ 상영회가 이어졌다. ‘유아낫유’는 모든 것을 가진 피아니스트가 루게릭병에 걸린 뒤 이를 견뎌내는 과정에서 간병인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진정한 인생의 목표를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3살 된 아이 손을 이끌고 행사에 참석한 정아무개 씨는 “모두가 조금씩이나마 마음을 나누면 환우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재능기부․후원 줄이어

 

이날 행사에는 각종 재능기부와 기업 후원이 줄을 이었다. 행사전문 대행사 크리플커뮤니케이션은 안전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할 수 있도록 모든 직원이 직접 나섰다. 또 플랜파크는 자율적으로 기부하고 즐기는 스포츠게임을 진행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비씨카드는 ‘빨간밥차’를 운영해 참가자 전원에게 떡볶이와 어묵탕을, 케이스위스는 주황색 티셔츠를 후원했다. 이밖에도 한국HP, 지본코스메틱,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 쟌슨빌, 오드리햅번카페, 아프리카TV 등에서 직접 행사에 참석해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아프리카TV에서 유명한 BJ철구와 지혜부부, 공부의 신 등도 행사 소식을 전하며 함께 걸었다. aT센터 농식품 미래기획단 얍(YAFF) 소속으로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 이아무개 씨는 “평범하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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