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사생활 폭로 두 얼굴의 SNS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28 10:56
  • 호수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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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사람 살리기도 죽이기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개인 사생활뿐만 아니라 취미 등 각종 관심사까지 공개하고 공유하며 정보를 얻고 소통한다. 그리고 각자의 관심사를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통해 뽐내기도 한다. 공공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 여론을 형성하고 여론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SNS는 양면성이 있다. 무서운 전파력을 자랑하지만 양날의 칼이다. 사람을 살릴 수도 또 죽일 수도 있다. SNS의 ‘빠른 전파력’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 한 번 공유되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 제어하기 힘들다. 이런 파급력을 가진 SNS는 세상의 어떤 권력보다도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언론도 SNS를 쫓아가며 기사를 생산하는 형국이다.

 

실종자를 찾거나 범죄 용의자를 추적해서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도 한다. 경찰도 특정 사건이 장기화되거나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경우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 SNS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7살 어린이 뺑소니 사건도 차량 번호판 식별이 안 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자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SNS의 힘으로 7살 아이의 원한을 풀어주자”고 호소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손가락 독립군’ SNS가 세상을 바꾼다

 

단순 가출로 밝혀진 대전 여대생 실종 사건도 SNS를 통해 알려졌고, 언론이 이를 받아쓰거나 후속취재하면서 전 국민의 이슈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는 언론이 먼저 이슈를 만들고 온라인에서 확산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서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한 경우에도 SNS를 통해 호소하고 있다. SNS가 ‘국민 신문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SNS는 큰 힘을 발휘한다.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熊本) 강진 후에는 행방불명된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거나 고립된 사람을 구조하는 데 SNS가 크게 기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면서 SNS가 진가를 발휘했다. 국민안전처의 홈피가 마비되고, 재난문자가 뒷북을 치면서 제대로 된 역할이나 대처를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런 때에 한 개발자가 연예인의 이름을 딴 ‘지진희’라는 지진 알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SNS를 통해 알려주는 것인데 실제 9월21일 경주에서 규모 3.5 여진이 발생했을 때 기상청 트위터보다 2분, 국민안전처 재난문자보다 6분이 빨랐다. 이렇듯 대중들은 갈수록 SNS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SNS가 여론을 주도하고, 또 여론을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공권력도 SNS의 눈치를 본다고 할 정도다. SNS가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손가락 독립군’ 또는 ‘손가락 혁명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SNS 권력은 ‘시민권력’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밑바닥 여론의 바로미터이자 민의의 분출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부터 각 기관·단체·기업 등에서 정책이나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SNS 소통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SNS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SNS 순기능에 속한다. 

 

 

불특정 일반인 개인정보 무차별 폭로

 

하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SNS의 무서운 전파력을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군가 특정 또는 불특정인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문제는 SNS 특성상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정정하거나 흔적을 지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유포자를 처벌해도 피해회복이 완전하게 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반인들 신상을 무차별 폭로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강남패치’ ‘한남패치’ ‘성병패치’ ‘재기패치’ ‘오메가패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언제부터인가 SNS에서는 ‘○○패치’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이 수사에 나서 해당 계정의 운영자들을 잇따라 붙잡았다. 

 

경찰에 적발된 ‘강남패치’ ‘한남패치’는 연예인들과 화류계 종사자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SNS에 폭로했지만,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강남패치의 운영자 정아무개씨(여·24)는 경찰 조사에서 “클럽에서 알게 된 모기업 회장의 외손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질투심 때문에 강남패치를 시작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열등감, 질투심,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불특정인에 대해 악의적인 흠집내기로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남패치 운영자 양아무개씨(여·28)도 불특정 남성 100여 명의 사진과 과거 경력 등 개인 신상과 관련된 허위 정보를 SNS에 유출했다. 양씨는 피해자가 “글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더 공개하겠다”고 오히려 협박했다. 지금까지 적발된 ‘○○패치’ 운영자들은 모두 20~30대 초반의 여성이었고, 범행 동기에 대해 “이전에 남성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혐오가 ‘SNS 폭로전’ 형태로 변질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SNS에서는 일반인의 실명과 사진, 각종 개인 신상정보 등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가 되지만 대부분은 ‘~카더라’식의 찌라시 수준이다. 

 

지난 5월28일쯤 부산에서 부부가 실종되는 일이 있었다.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그러자 아내의 친구가 8월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종자를 찾는 글을 게시했다. 그런데 일간베스트의 한 회원은 게시판에 실종자 남편이 치정문제로 아내를 살해하고 잠적한 것처럼 묘사했다. 

 

더욱이 아내의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게시하고는 술집 출신 여성이라고 단정했다. 실종자를 찾는 글을 게시한 친구까지도 술집 출신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이로 인해 해당 여성은 지금까지도 “사람이 무섭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SNS에서의 왕따·따돌림·명예훼손 등은 ‘인격살인’으로 표현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의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라는 이유로 SNS상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대인공포증이나 자살 충동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제 자살한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가해자들은 ‘범죄 의식’이 현저히 낮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SNS상에서의 공격자들, 즉 악플러에 대해 ‘과시욕에 의한 관음증적 증상’이라고 정신병적 진단을 내렸다. 이들은 정신적인 피해 의식이나 열등의식을 악의적으로 표출하는 수단으로서 SNS를 이용한다. 악플을 달면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다. 

 

이들은 또 아무 근거도 없는 내용을 장난삼아 유포한다. 내용의 사실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상대편을 집중 공격하는 일에만 치중한다. 

 

6월3일 경찰청에서 사이버 명예훼손을 주제로 한 ‘건전한 사이버 환경 조성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 연합뉴스


SNS 진화는 ‘계속’ 처벌도 ‘강화’

 

SNS의 영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기존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스토리 등에서 메신저 프로그램 등과 연계되면서 전파속도는 초고속급이 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SNS의 진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사이버 명예훼손도 덩달아 급증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은 지난 2013년 6320건에서 지난해 1만5000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8000건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나 SNS 시스템을 운영하는 해당 업체에서도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다. 포털사이트나 페이스북·트위터·블로그 등 SNS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은 명예훼손이나 개인에 대한 공격 등에 강한 제재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미 자체 신고기능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한 수사기관의 요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신용원 의원(국민의당)은 “온라인에서 혐오비방과 사이버 명예훼손이 급증했다”며 가칭 ‘사이버 명예훼손 방지법’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사이버 명예훼손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명시돼 있다. 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서는 이를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지나친 ‘관심병’이 SNS 악령 부른다

 

SNS상에서 불특정 개인 신상을 무차별 폭로하는 ‘○○패치’ 운영자들의 면면을 보면 정신병적인 집착을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플’에 대해 정신병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수년 전 20대 초반의 한 악플러는 포털사이트 댓글과 SNS상에서 심한 욕설과 성적 표현 등이 담긴 악플로 도배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그러다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한 포털사이트 업체가 글을 삭제한 후 악플을 달 수 없게 되자 자살했다.

 

지나친 관심병이 SNS를 통해 표출되기도 한다. ‘SNS 폐인’ 중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하거나 엽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꾸며서 공유하거나, 과한 행동으로 이목을 끌어 인기를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생활 일거수일투족을 SNS로 공유해 ‘보여주기식’ 운영을 한다. 자신의 글에 ‘좋아요’나 ‘댓글’ 등의 반응이 적으면 불안 증세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있는 사실을 과장하는 등 ‘SNS 중독’ 현상으로 이어진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본인이 자살을 시도하는 것처럼 SNS에 글을 올렸다. 팔목이 슬쩍 긁힌 정도의 상처를 “피가 철철 흐른다”는 등의 표현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동정을 끌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는 일명 ‘관심병자’들은 특징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특정인을 공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특정인을 상대로 욕설과 비난, 모욕하는 악성 댓글과 함께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또는 자신의 영향력을 자랑하듯이 특정인을 공격하도록 선동하는 일도 있다. 이런 관심병은 본인은 물론 피해자에게 예기치 못한 상처를 남길 수 있으며 심할 경우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동을 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 중독에 이른다고 경고한다. 이럴 경우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SNS 확산에 따른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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