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 합의 뒤 급증한 일본 국회 소녀상·위안부 발언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0.0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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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일본 공식 사과 전제 없는 위안부 합의 파기 주장…일본 내 소녀상 관련 발언도 주목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 편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9월20일 “‘화해·치유재단’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본 총리 명의 서한을 포함한 일본 측의 추가적 조치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9월2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본 측이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추가적인 감성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번 아베 총리의 발언이 이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되면서,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가 타결한 위안부 합의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일본 측은 계속해서 사죄 편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지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일한 합의(한일 위안부 합의)는 작년 12월 발표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추가적인 조치는 전혀 합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0월1일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편지를 감정적으로 요청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한국 주재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철거 문제를 등한시한 채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한일이 기존 합의를 실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베 총리의 망언이 일본 내 보수층의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며 “12·28 합의 이후 일본 국회에서 소녀상 발언이 급격히 늘어났으나 우리 정부는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인 의원에 따르면 일본 국회 회의록 검색 시스템을 사용해 일본 참의원·중의원 회의록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12년 이후부터 2015년 한일 12·28 합의 이전까지 3건에 그치던 소녀상·위안부 관련 발언은 합의 이후부터 현재까지 79건으로 늘어났다. 

 

 


“소녀상 철거는 10억엔 기부의 전제”

 

2월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의원은 “서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하는 것이 우리나라(일본)의 10억엔 기부의 전제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고, 2월25일 와타나베 슈 민진당 의원은 “일본은 행동 대 행동으로 10억원을 내는 것도…이(소녀상)를 이전시키는 것이 우선이지 않는가”라고 발언했다. 5월18일 마루야마 호다카 유신의당 의원은 “10억엔의 재단을 만든다는 말투도 나쁘지만 10억엔을 빼앗기게 되고, 결국 이 위안부 동상(철거)도 진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최악의 위기”라고 발언했다. 자민당 소속의 의원들은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은 불법 점용”, “명백한 법 위반이기 때문에 한국 당국이 마음에 걸리면 이것을 분명히 철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안부상 철거가 없는 한 위안부를 응원하는 재단에 대한 일본의 10억엔의 거출금은 없다는 식으로 생각해도 좋겠습니까”라는 언급하기도 했다. 

 

인 의원은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합의문 제1항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일본 관료와 의원들이 소녀상 철거와 이전 발언을 하며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우리 정부 책임이 크다. 한일 간의 협상 결과를 소녀상 철거와 이전이 전제되는 것으로 일본 측이 인식할 수 있도록 오해의 여지를 남긴 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소녀상 철거나 이전에 대한 불가 입장을 일본 측에 명확히 전달해야 하고, 이 같은 빌미를 제공한 한일 정부의 12·28 합의에 대해서도 무효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소녀상 철거와 일본의 10억엔을 맞바꿨다는 논란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 합의에 소녀상 철거에 대해서 적절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구절이 있는데, 외교적으로 성의를 다하겠다는 내용이 오해된 것 같다”며 “시민단체에서 철거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강제철거나 소녀상에 대한 다른 행위를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도 이번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역사를 거래했고 그 결과 파렴치한 아베 총리의 발언에 아무런 반박도 못하는 무기력한 정부만 남았다”며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국민에게 공개하지도 않는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 먹고 떨어지라는 식의 화해·치유재단의 10억엔 출연금, 위안부 소녀상 철거 요구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아베 내각의 행태에 청와대는 침묵만 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가 전제되지 않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약109억원)을 송금하면서 일본 측 책임을 완수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추가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확률은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외교 당국은 아베 총리의 발언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일본 측과 계속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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