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지원과 횡령에 따라 붙는 ‘창조경제’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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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관련 사업들, 예산낭비에 권력개입 의혹까지

#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앞에서 ‘전자 칠판’ 기술을 시연한 IT(정보기술)기업 I사의 대표 김아무개(32)씨를 극찬했다. 김씨는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 정책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 됐다. 어린 시절부터 ‘빌게이츠 유망주’라 불리며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한 그였다. 창업 이후 성공가도를 달리자 그에게 ‘천재 기업가’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상징이었던 그는 신문사 경제면이 아닌 사회면에 등장했다. 9월29일, 김씨가 대전지검에 구속됐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회사 매출 규모 등을 부풀려 투자자들에게 170억원대 투자금을 받은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경법상 사기)를 받았다. 

 

‘창조경제’를 상징했던 청년 기업가의 몰락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에 불과할까. 이 사건을 두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창조경제의 허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많다. ‘창조경제’는 예산낭비와 권력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실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한 ‘창조경제’의 예산 중복 편성은 꽤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해 창조경제의 거점을 만드는 사업의 경우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가 중복으로 예산이 투입되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혁신센터’와 유사한 곳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테크노파크’, 중소기업청의 ‘창업보육센터’와 ‘수출지원센터’, 특허청의 ’지역지식재산센터‘, 고용노봉부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이 있다. 이 유사․중복 사업에 2523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창조경제’의 기치 아래 연구소기업 설립도 급증했다. 현 정부 이전 6년간 연구소기업은 연 평균 6.3개가 설립됐지만, 지난 4년간은 연 평균 53개로 8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 

 

이렇게 설립된 기업들 중 상당수는 유령회사가 많다는 게 김의원의 주장이다. 설립된 210여 개의 연구소기업 중 상당수는 연락이 닿지 않는 등 전국 5개 특구 내에 서류상으로만 회사를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연구소기업 중 070인터넷 전화만을 등록한 기업은 42개인데, 이 중 10곳은 결번이었다. 또 직원이 없는 회사도 다수 발견됐다고 한다. 김 의원은 “특구 내 연구소기업을 등록하면 연구비 지원이나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령 회사로 등록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관리 부실 속에 창조경제 지원금을 횡령하는 사건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김아무개씨 사건 외에도 올해 8월에 부산 소재 E사 대표가 부산 특구로부터 지원받은 3억3000만원의 연구비 중 1억7000만원을 회사 외상 대금 등 용도 외로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유사·중복 사업이 난립되어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 문제가 심각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조성한다고 밝힌 대기업별 투자액이 실제와는 차이가 많아 이에 대한 실태 점검과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창조경제’ 사업을 추진하며 권력과 가까운 인사가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 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지목된 CF 감독 차은택씨가 대표적이다. 차씨가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임명된 뒤 소속 회사가 ‘창조경제’ 관련 광고를 무더기로 따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계획에 없던 캠페인 광고를 차씨 회사에 맡겼고, 올해 KT가 제작한 광고 대다수를 차씨와 가까운 회사가 따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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