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균충' 비하는 틀렸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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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선발 입학자의 학업성취도가 정시보다 높아

“솔직히 ‘지균’으로 쉽게 들어왔으면 동기라는 생각이 안 들지 않나요?”

2013년 서울대는 일부학생이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을 ‘지균충’으로 비하했다는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균충’이란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을 지칭하는 약자 ‘지균’에 ‘벌레’라는 의미의 ‘충(蟲)’자를 붙여 비하하는 말이다. 

 

일부 학생이 커뮤니티에서 비난한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서울대가 2006년부터 다양한 지역과 계층의 학생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다. 서울대는 각 지역의 일반고에서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 중 학교장 추천을 2명까지 받아 선발한다. 

 

학우를 ‘지균충’이라고 비하한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능력과 실력이 떨어진다.” 또 지역균형선발전형 입학자보다 수능점수가 높은 정시일반 전형 지원자가 ‘실력’이 더 있는데도 탈락했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역균형선발제도가 도입된 지 이제 10년이나 됐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해보니 일부 학생들의 ‘지균충’ 비하 논리는 근거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학사과정 2012~2016학번 학생 학업성취도 변화 추이’에 따르면,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정시일반전형을 통해서 들어온 학생들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균형선발전형 입학자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실력’을 발휘했다. 2012~2016학번들의 1학년 1학기 평균학점은 지역균형선발전형 학생들이 3.15(4.3만점)로, 3.13인 정시일반전형 학생들과 거의 대등했다. 반면 4학년 2학기 학점평균은 지역균형선발전형 학생들이 3.55, 정시일반전형 학생들이 3.35로 0.2점 차이가 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역균형선발전형 학생들이 정시일반전형 학생들과 성적 차이를 벌린 셈이다. 

 

전체 평균학점도 지역균형선발전형 학생들이 더 높았다. 지역균형선발전형 학생들은 3.38, 정시일반전형 학생들은 3.25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이런 결과는 ‘실력’을 문제 삼아 ‘지균충’이라 비하했던 이들이 머쓱해할 결과다.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4년 3월 《경향신문》기고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 입학자를 ‘실력 없다’고 비하하는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지역·기회균형선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지역·기회균형선발 학생의 환경에 처해 있었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었겠느냐고, 지역·기회균형선발 학생이 당신의 환경에서 살았더라면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었겠느냐고. 그리고 지역·기회균형선발로 선발된 학생의 ‘행운’이 부러우면 현재 누리고 있는 환경을 지역·기회균형선발 학생의 환경과 교환할 의향이 있느냐고.”

오히려 지역균형선발제도는 필요성․정당성에 대한 고민보다 취지와 맞게 운영해 내실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들어 지역균형선발 제도가 점점 원취지가 훼손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들어온 서울 출신 학생 비율은 27.5%였다. 수도권(서울포함) 출신으로 확대하면 그 비율이 52%로 절반을 넘었다. 2012년 지역균형선발전형 입학자 중에서는 서울 출신이 22.1%, 수도권 출신이 45.3%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수도권 지역 학생은 감소하고 서울과 수도권 학생이 증가하는 셈이다.

 

김병욱 의원은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낮을 거란 인식은 오해에 불과하다”면서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일반전형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높아진다는 것은 이들 학생이 학업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높다는 것으로, 입학 전형 시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더욱 확대하고 내실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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