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우승’ 두산 베어스는 왜 강한가
  • 배지헌 엠스플뉴스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07 14:04
  • 호수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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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우승’ 전문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
11월2일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우승 현수막을 든 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가 역대 가장 ‘완벽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두산은 11월2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8대1로 대파하고 4전 전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시리즈 내내 등판한 투수는 ‘판타스틱 4’로 불리는 선발 4명과 불펜투수 이현승·이용찬까지 단 6명. 이로써 두산은 전신(前身)인 1995년 OB 이후 21년 만에 투수를 6명 이하만 기용하고 시리즈를 끝낸 팀이 됐다. 타자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되고 불펜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 야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기록이다.

 

여기에 두산은 시리즈 4경기 38이닝 동안 단 2점만 실점하며, 2005년 삼성이 기록한 역대 한국시리즈 팀 최소실점(5점) 기록도 경신했다. 시리즈 기간 등판한 두산 투수진은 매 경기 NC 타선을 1회부터 7회까지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2005년 당시 삼성에 5득점으로 꽁꽁 묶인 팀은 다름 아닌 두산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올 시즌 정규시즌 단독 1위와 한국시리즈 2연패까지 달성하며 두산은 새로운 ‘왕조’의 문을 활짝 열었다. 두산은 과거 1982년과 1995년, 그리고 2001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지만, 우승 다음 시즌에는 번번이 성적이 추락하며 ‘우승 후유증’을 겪었던 팀이다.

 

하지만 지금의 두산은 그때와 다르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부터 출발해 어렵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성공했지만 후유증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올 시즌 더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리그 ‘절대 1강’ 팀으로 우뚝 섰다. 스타플레이어 몇 명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주전부터 백업과 2군까지 탄탄하고 두터운 전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결과다. ‘반짝 우승 전문’ 구단에서 지속 가능한 성공을 추구하는 강팀이 된 두산이다.

 

 

강한 프런트, 막강한 시스템

 

두산의 힘은 ‘강한 프런트’에서 나온다. 아직도 모기업 낙하산 인사가 구단 수뇌부를 꿰차는 일부 구단과 달리, 두산 베어스는 오랜 기간 야구단에서 일하며 프로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사들이 수뇌부로 승진했다. 구단 대표이사 김승영 사장은 1991년 OB 베어스 시절 과장으로 입사해 여러 파트를 두루 거친 뒤 단장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김태룡 단장 역시 야구선수 출신으로 1990년대 매니저와 운영팀 등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사장·단장 둘이 함께 야구단에서 근무한 기간만 25년이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며 구단의 가치와 비전을 고민해 온 사이다. 잠시 머물다 모기업으로 돌아가는 낙하산 인사들과는 팀에 대한 애정은 물론 전문성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11년부터는 사장과 단장으로 함께 취임해 팀의 지속적 성공을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왔다.

 

구단 수뇌부뿐만 아니라 각 파트별 관리자들 역시 구단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잔뼈가 굵은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지방 구단 한 관계자는 “두산은 프런트 직원들 간에 손발이 아주 잘 맞는 것 같아서 부럽다. 위기 대응 능력도 뛰어나다. 그게 두산만의 힘인 것 같다”고 했다. 프로구단 감독을 지낸 한 야구인은 “두산은 구단 운영 시스템이 탄탄한 팀”이라며 “사람도 잘 바뀌지 않는 편이지만 설령 한두 명이 빠져나가더라도 시스템이 탄탄해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팀이다”라고 지적했다.

 

두산 특유의 시스템은 특히 선수 스카우트와 육성 파트에서 빛을 발한다. 두산의 신인 지명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우승 멤버인 허경민·박건우·정수빈·유희관이 모두 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이 지명한 선수들이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대부분 팀에서 스카우트는 선수 출신이 잠시 거쳐 가는 자리로 여긴다. 하지만 두산은 다르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두산은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이 보직 변경 없이 오랫동안 스카우트 팀을 이끌어 오고 있다. 경험이 적은 스카우트들이 흔히 겪는 시행착오가 적다. 선수의 성장 가능성과 팀에 필요한 능력을 판단하는 소위 ‘선구안’이 뛰어난 것 같다.”

 

물론 1군 선수를 만들려면 잘 뽑는 것만큼이나 잘 키우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두산은 2군 시스템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두산은 OB 베어스 시절 프로야구에서 가장 먼저 2군을 구축한 팀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화수분 야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선수 육성에 성공을 거둬왔다. 하지만 여기 만족하지 않고, 이천 훈련장 전면 개보수 등으로 육성 파트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매년 우수한 신인 선수들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여우·구렁이·호랑이, 김태형 감독의 세 얼굴

 

두산의 선수 육성은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이뤄진다. 신인 유망주라고 바로 1군에 기용했다가 실패하면 2군에 내리는 식의 운영을 하지 않는다. 2군에서 일정 기간 기량과 경험을 쌓은 뒤, 군 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1군 백업부터 시작해 주전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거친다. 리그 최고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는 일찌감치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주전 3루수로 성장한 허경민, 올 시즌 김현수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운 김재환도 상당기간 2군과 백업 생활을 거쳤다.

 

이렇게 잘 갖춰진 구단 시스템을 바탕으로 잘 키워낸 선수들을 데리고, 지난 시즌 ‘초보 사령탑’ 김태형 감독은 감독 데뷔 첫해 우승을 이뤘다. 지난해 우승 때만 해도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따랐지만, 올 시즌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더 이상 김 감독을 ‘운장’으로 평가하기는 어렵게 됐다.

 

포수 출신의 김태형 감독은 단순히 ‘덕장’이나 ‘지장’ ‘용장’과 같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독특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아직 1군 레벨에 근접하지 못한 선수, 실망스러운 경기를 하는 선수에게는 다소 모질게 느껴질 만큼 직설적인 말로 비판을 한다. 반면 양의지나 니퍼트처럼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들에게는 강한 믿음을 보여주고 자율을 부여한다.

 

기존의 감독들이 집착하는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도 갖췄다. 한국시리즈 기간 불펜 투수 6명의 등판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걔들도 안 나오는 게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6명의 투수는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감독이 보여주는 이런 ‘대범함’은 두산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도 드러난다. 수년간 큰 경기 경험으로 단련된 두산 선수들은 지난해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시종 일관 여유 있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0대0의 팽팽한 승부가 펼쳐진 연장전에서도, 상대가 바짝 쫓아온 위기에서도 전혀 긴장하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이런 야구를 하는 팀이 과거에도 있었다.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을 차지한 해태 타이거즈(現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꼭 지금 두산 선수들 같았다. 두산 왕조가 한국시리즈 2연패에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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