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촛불집회 오려고 가게 문 닫고 상경했다”
  • 송창섭·송응철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1.12 19: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 단위・중고생・자영업자・공무원・연예인 등 참여자 다양

11월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쪽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87년 6・10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인 ‘11‧12 집회’에선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참여자들이 촛불을 들었다. 오후 7시30분 현재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 23만명이 광화문 현장에 섰다.

 

가족 단위로 참여한 시민도 많았다. 부모님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는 대학생 김아무개양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참다 못 해 오히려 집회에 나가야 한다고 앞장 서 함께 집회에 나오게 됐다”며 “대통령도 국민들의 이런 분노를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너살 남짓으로 보이는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주부는 “박근혜가 누구냐”는 아이의 질문에 “대통령이다. 우리가 사는 나라 대표인데, 우리가 뽑았다. 그런데 일을 잘못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등학생 등도 집회 대열에 합류했다. 중학생 심 아무개양은 “그동안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망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앞날이다. ‘그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집회 참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는 고교생 김성국 군은 “지금 이 시대는 우리가 수업시간에 배운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학생이기 전에 하나의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김군과 친구들은 “집회 참가에 대해 이미 부모님께 허락을 받았다”고도 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생업을 내려놓고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도 있었다. 전북 익산에서 오늘 첫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홍 아무개씨는 “오후 1시부터 시청광장으로 진입하는 도로 위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요기를 하면서 집회를 기다렸다”며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게 문도 닫았다”고 전했다.

 

공무원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 헌법에서도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행정자치부는 앞서 11월1일과 9일 전국 44개 중앙행정기관 및 17개 시·도 단체의 장에게 집회시위 참여와 관련,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복무관리’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일종의 집회 참여 금지 ‘경고’였다.

 

그럼에도 집회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많았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 근무하는 김아무개씨는 “공무원은 국민이 아니냐”고 반문한 뒤, “공무원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집회에 나왔다”며 “나 말고도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료 직원들 상당수도 이번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참여도 적지 않았다. 태평로 옛 삼성본관 앞에선 전국농민회 소속 농민들이 꽹과리와 징, 북 등을 치며, 시민들과 함께 놀이마당을 펼쳤다. 놀이마당이 열린 곳엔 ‘박근혜 하야’ 등의 피켓을 든 시민들이 동참했다. 경북 의성농민회 소속 관계자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갖자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 반응도 뜨거웠다. 서울 아현동에 사는 박수진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처음 찾는 시국집회라서 다소 걱정했는데, 행사장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아이들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는 다수의 연예인도 재능 기부 차원에서 함께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남편 윤승호 교수와 함께 단상에 올라 “노무현 대통령 수사 때처럼 정정당당하게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그룹 크라잉넛도 “원래 ‘말(馬) 달리자’는 크라잉넛 노래인데, 이러려고 크라잉넛 했나 자괴감을 느낀다”면서 “말은 독일로 가는 게 아니다. 바로 청와대다”라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말’을 꼬집었다. 주최 측은 이날 행사에 가수 이승환, 전인권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