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시민 1만명 새벽까지 촛불 밝혔다
  • 송창섭·송응철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1.12 23: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자동 로터리서 일부 시민, 경찰과 몸싸움…“그래도 평화집회였다”

 

내자동 로터리 일대에서는 막는 경찰과 행진하려는 집회 참가자 간의 충돌이 일부 벌어졌다. (사진=시사저널 고성준 기자)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주변 내자동 로터리 일대에서 경찰과 일부 집회 참가자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경찰에 따르면, 대학생 등 일부 시민들이 흥분한 나머지 경찰 방패를 뺏으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3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집회 참가자는 내자동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는 내자동 로터리를 중심으로 정부종합청사, 한국생산성본부, 사직공원 등 모든 방향에서 계속 몰려들고 있다. 경찰은 경복궁역에서 자하문터널로 향하는 방향으로 2중 차벽을 쌓고 원천봉쇄에 나섰다.

 

현장에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이번 ‘11‧12 촛불집회’의 정당성을 토로했다. 자신을 여고생이라고 소개한 김민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며 “100만 시민들의 엄중한 경고를 받아들여 즉각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행진 선두에서 경찰과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7시30분경 일부 시민이 경찰 병력을 밀어내려 시도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상복(喪服)을 입은 사람들이 ‘청와대’라고 쓴 대형 영정 액자와 상여를 내자동 로터리 쪽으로 갖고 오면서 흥분한 시민과 경찰 간 마찰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일부가 경찰의 시위진압용 방패를 빼앗았고 이를 다시 되찾으려는 경찰과 충돌했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참가자들이 “평화시위 합시다” “흥분하지 맙시다”라고 하면서 자제시키는 분위기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가자, 경찰은 비켜라”고 외치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폭력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에 밀려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8시30분경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저혈당 쇼크로 쓰려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시민들과 의무경찰 1명도 쓰러져 밖으로 옮겨졌다.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집회가 저녁 10시를 기점으로 마무리되면서 일부 시민들이 내자동으로 이동해 긴장감은 높아졌다. 현장엔 대학생단체에서 나온 1만여명의 대학생들이 내자동 일대로 빠르게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언론보도에서 일부 시민들이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작은 마찰이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빠르게 이동한 것으로 보였다.

 

10시30분 현재 경찰은 내자동 로터리부터 자하문터널 방향 차로를 차벽으로 쌓았다. 다만 인도로의 통행은 허용했다. 때문에 시민들은 내자동부터 청운동사무소까지 인도를 따라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다.

 

 

약 1만여명의 시민들은 밤새 촛불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내자동 로터리 일대에 모인 집회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오후 8시 이후부터 귀가했다. 지하철 광화문역이 운행 재개된 9시경부터는 귀가를 위해 광화문역과 서대문역으로 이동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집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있으면 수십만명의 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교통난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방에서 올라와 전세버스 등을 타기 위해 일찍 자리를 뜬 이들도 눈에 띄었다. 

 

집회 중심지인 광화문 광장 일대는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뤘다. 저녁 10시경 가수 전인권의 무대로 집회가 마무리되기까지 별다른 사건・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 차벽 위에 올라간다거나 경찰의 방패를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대체로 평화 집회였다는 평가다.

 

시민들은 질서를 지켜가며 광화문 광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면서도 일부 시민은 “박근혜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또 일부 시민은 거리에 남아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종량제봉투를 대량 구매해 쓰레기를 줍는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집회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텐트를 치고 철야하며 ‘난장 행사’를 이어갔다. 이 행사에선 시민 자유발언이나 추가 집회 등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텐트를 치고 난장행사에 참여하는 참가자가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자동 일대는 13일 새벽 4시30분 경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강제 해산시켜 차량 통행이 재개됐고 광화문은 내자동보다 일찍 통행이 재개됐다.

 

집회를 주최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관계자는 "11월19일에는 전국 100여개 시·군에서 4차 촛불집회를 할 것이며 한 주 뒤인 26일에는 다시 서울에 모여 집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일 집회에는 11월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는 고3 수험생들이 대거 참가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