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세 한 푼도 안 낸 대부업체들 국정감사 끝나자 ‘모르쇠’로 돌변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11.15 11:14
  • 호수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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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교육세 전가 행위 침묵한 기재부, 대부업체엔 반대 논리로 면죄부

 

서울역 앞에 위치한 근생빌딩. 아프로서비스그룹의 러시앤캐시, 미즈사랑 등 대부업체가 입점해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저신용자들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대부업체들이 그동안 교육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이자 수익이 있는 곳에 목적세를 부과하겠다’며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교육세를 부과하면서도 유독 대부업체들에게만 면죄부를 줘왔던 셈이다. 제도 시행 도중 양지(陽地)로 나온 대부업체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로 인해 대부업 양성화가 시작된 2002년 이후 2015년까지 700억~1000억원 수준의 세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자 대부업체들은 자세를 낮추며 기존 미부과 세금 납부까지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감이 끝나자 태도가 변했다. 대부업체들은 “세금을 납부할 방법이 없다” “세금 내야 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미납이 아니다” “여전히 검토 중이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정작 제도를 개선해야 할 기획재정부조차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14년 전 유권해석으로 면죄부 받은 대부업체

 

10월13일 서울 여의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실.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감이 이뤄지는 날에 두 명의 낯선 사람이 긴장한 표정으로 증인석에 앉아 있었다. 바로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과 최상민 산와대부 대표였다. 이들은 대부업체의 고금리 관행과 교육세 부과 면제 등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국회로 불려 나왔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들을 증언대에 세웠다. 정 의원은 “러시앤캐시가 산와머니하고 공히 2002년도 한국에서 영업이 시작되면서부터 해서 교육세를 안 냈다”며 “교육세 납입하지 않은 부분을 감독기관들하고 협의해서 납입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최윤 회장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최상민 대표 역시 “법에 정해진 바에 의해서 충실히 따를 생각이고, 대주주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엔 교육세를 납부해야 할 의무도, 방법도 없다. 2002년 기획재정부(당시 재정경제부)의 유권해석으로 인해 교육세 납부 대상에 등록된 대부업체를 제외해 버렸기 때문이다. 왜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교육세를 부과하면서 대부업체만 빠지게 됐을까.

 

당시 유권해석의 논리는 이렇다. 교육세법상 납부 대상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전대부업자’는 포함돼 있지만 시행령에서 ‘정부의 허가 또는 인가 등을 받지 아니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자’라고 규정해 버렸다. 비록 대부업의 경우 등록제이긴 하지만, ‘허가 또는 인가 등’에 포함돼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미였다. 재경부가 임의로 ‘등록’의 법적 효력을 정부의 인·허가와 동일시해 버린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국감이 끝난 이후 자세를 낮췄던 대부업체들은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부과도 안 했던 세금(교육세)을 한꺼번에 내라고 한다면 누가 내겠느냐”며 “만일 정치권 압력으로 세금을 낸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배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러시앤캐시와 원캐싱, 미즈사랑 등 대부업체를 보유한 아프로서비스그룹 관계자는 “(국감에서) 교육세 미납 문제가 지적됐지만, ‘미납’이라는 표현은 잘못됐다”며 “다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 제도 개선조차 미온적 태도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2년 유권해석 당시 대부업 양성화 차원에서 필요한 당근책이었을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실제로 2002년에는 법 테두리 밖에서 활동하는 고금리 대부업자의 양성화를 위한 등록제 등이 처음 시행됐다.

 

이후 상황이 변했는데도 제도는 여전히 2002년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대부업체는 일본계 자금을 앞세워 저신용 대출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6월 발표한 ‘2015년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12월말 기준으로 대부업체 거래자 수는 267만9000명가량으로 2년 전(246만6000명)에 비해 7.7% 늘었다. 상위 9개 업체의 이자 수익도 해마다 급성장을 거듭하며 2011년 1조8419억원에서 2015년 2조1491억원으로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부업 양성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으면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양성화가 온전히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현재 국회에서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정부안을 제출하진 않았다”고 답변했다. 앞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1일 대부업체에도 교육세를 내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부는 형평성과 서민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모든 금융기관에 교육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우체국,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등에는 부과하지 않는다”며 “이들과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교육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일부 제외된 특수기관들과의 형평성만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또 “저신용자들에게 교육세를 전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 금융기관의 교육세 전가 행위에 대해선 ‘부가세 성격을 운운하며 당연하다’는 논리와 정반대의 이유를 댄 것이다.

 

이에 대해 박광온 의원은 “대부분의 대부업체들이 법정 최고이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세를 부과한다 해도 고객들에게 금리를 높일 수 없다”며 “고객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는 대부업체에 대한 성장세와 타 금융·보험업자와의 공평과세 측면을 고려해도 교육세 납세의무자에서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개정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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