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특검의 숙제는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의 행적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11.21 15:01
  • 호수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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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특검팀 구성…야당 추천 특검 후보 누가 될지 주목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12월초 역대 최대 규모의 특별검사팀이 출범하게 됐다. ‘최순실 특검법’이 11월17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특검팀은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 1명과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등 105명으로 구성된다. 특검팀이 출범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과 관련한 14개 의혹과 수사에서 인지된 추가 의혹 등을 수사하게 된다. 박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보좌진,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도 특검의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특검을 통해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지 여부다. 2014년 4월16일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승객 500여 명이 탑승한 세월호가 침몰하던 상황. 박 대통령은 구조가 한창이던 오전 10시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첫 보고를 받았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서면보고였다. 오후 5시를 넘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7시간의 행적이 묘연한 상황이다. 24차례의 유선·서면보고만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야당에선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사고 당일 행적을 밝혀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첫 보고 뒤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해명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때문에 최순실씨의 전남편인 정윤회씨와 있었다는 의혹(산케이신문)도 제기됐다. 마약을 했다거나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믿기 힘든 루머까지 양산되는 상황에서도 진실은 여전히 어둠 속에 가려져 있다.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이 11월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12월초 역대 최대 규모의 특검팀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세월호 7시간도 수사 대상” 여론이 관건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검찰 불신이 결국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특검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비록 뇌사 상태에 빠진 정부라 하더라도 그 권한은 여전히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특검의 한계는 분명했다.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정치적 논란만 낳고 박 대통령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청와대 문건 유출을 비롯한 최순실씨 국정 농단,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등 최근 제기된 의혹이 총망라됐다.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명확히 규명될 의혹들이 많다. 특검 수사를 통해 대통령 탄핵의 중요한 근거인 위법 사항이 규명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도 수사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특검법 2조 15호에 ‘1호부터 14호까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대상을 포괄 명시해 특검 판단에 따라 수사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2조 14호에 명시한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한 성형외과 원장’ 수사에서 ‘세월호 7시간’이 연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모호한 법 조항이 특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법 2조 14·15항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성형외과 원장과 관련된 청와대와 비서실의 개입과 특혜 의혹 사건’ 및 여기서 파생된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 조항이다. 반대로 특이사항을 못 찾게 될 경우 7시간 의혹 수사를 막을 수 있는 독소조항이 되기도 한다.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특검 임명을 고의적으로 연기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검법은 법 명칭에만 ‘박근혜 정부’라고 명시했을 뿐, 수사 대상에 박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포괄적 수사 권한이 있는 검찰과 달리 법이 명시한 수사만 가능한 특검을 향해 박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이 얼마든지 ‘버티기’가 가능한 구조다. 검찰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힌 뒤 조사를 지연시킨 박 대통령의 최근 행적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관건은 국민 여론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9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100만 촛불’이 보여준 민심은 특검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설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도 있다. 현 정부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할 경우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봉착할 수 있다. 과거 여느 특검팀보다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칼날, 누가 쥘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의 유력한 후보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거론된다. 본인의 의지도 강하고 수사 능력도 검증받았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는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지지도 뜨겁다. 매머드급 특검팀을 장악할 강한 리더십도 갖췄다. 채 전 총장은 “맡겨만 준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내비치기도 했다. 야권에선 그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일신상의 이유(혼외자 논란)’ 때문에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여론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야권에선 검찰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판사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출신이 거론되는 이유다.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형 전 대법관을 비롯해 야권 성향 인사로 알려진 이홍훈 전 대법관과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박시환 전 대법관, 김상준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오르내린다. 또 다른 판사 출신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에서 특검을 맡은 바 있는 이광범 변호사가 꼽힌다.

 

검찰 출신으로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PD수첩’ 제작진 기소 여부를 두고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고 사직한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비롯해 박영관 전 제주지검장,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소병철 전 대구고검장,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등의 이름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특검 후보로 십 수 명이 거론되고 있다. 특검보를 하겠다고 자원하는 인사도 적지 않다”며 “여당 반발 등을 고려해 최대한 중립적인 인사를 선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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