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 실종자들’ 죽었나, 살았나?​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3 17:33
  • 호수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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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만 명 이상 실종자 발생…장기밀매 범죄조직 존재 가능성 제기

해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실종자를 찾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5세 미만의 아동에서부터 18세 미만의 청소년, 20세 이상의 성인 등 다양하다. 한 해 동안 우리 주변에서 실종된 사람들의 숫자를 알면 까무러칠 정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매년 1만 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수만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700여 명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실종자도 있고, 지금까지 종적이나 행적을 찾지 못하고 ‘장기 실종’ 상태인 사람도 있다. 단순 실종인지 범죄에 연관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종자가 살아 돌아오거나 변사체로 발견되지 않는 이상 ‘영원한 실종’으로 남게 된다.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모임 주최로 6월10일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 참가한 동구마케팅고교 학생들이 실종자 찾기 전단지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 실종 부부 미궁에 빠져

 

올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종자는 5월말 부산에서 행방불명된 전아무개씨(35) 부부를 꼽을 수 있다. 동갑내기인 전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결혼한 신혼부부다. 아내 최씨는 5월27일 오후 10시쯤 마트에서 물건을 산 후 집에 들어왔고, 남편 전씨는 5시간 후인 28일 새벽 3시에 식당 일을 끝내고 집에 왔다.

 

두 사람의 모습은 아파트 현관에 있는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후 전씨 부부는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SNS를 통해 실종자들을 찾아 나서면서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다. 전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했고, 경찰은 전담반까지 편성해서 전씨 부부의 행적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전씨 부부의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이 이들의 행적을 찾기 위해 이 잡듯이 뒤졌지만 흔적도 찾지 못했다. 가족과 지인 등을 상대로도 이들의 행방을 조사했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해외로 출국한 기록도 없다. 부부의 휴대전화는 서울과 부산에서 꺼졌다. 한순간에 증발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완벽하게 사라지기는 힘든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전씨 부부의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다. 수사도 답보상태다.

 

가족의 실종은 예고 없이 한순간에 찾아온다. 누구나 실종자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족 중에 실종자가 생기면 모든 삶의 시계가 멈춰버린다. 생업도 포기하고 오로지 실종자를 찾기 위해 평생 거리를 헤매는 처지가 된다. 실종이 장기화되면 가정이 파괴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경기 평택에 거주하는 송길용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18년째 딸을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송씨 가족의 평범했던 삶은 1999년 2월13일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이날 오후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딸 혜희양(당시 18세)이 실종됐다. 그는 그때부터 생업을 손에서 놓았다. 아내와 함께 1톤 트럭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딸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송씨의 아내는 딸의 실종 상태가 길어지자 몸과 마음이 지쳐 우울증을 앓게 됐다. 결국 10년 전인 2006년 딸의 전단지를 가슴에 품은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때부터 송씨는 혼자서 딸을 찾아 나섰다. 지금까지 나눠주고 붙인 전단지만 300만 장이 넘고, 내건 현수막도 2500장이 넘는다. 전 재산을 전단지와 현수막을 제작하는 데 썼다.

 

송씨가 딸을 찾기 위해 다닌 거리만 해도 지구를 18바퀴 돈 것과 맞먹는다. 송씨는 그 길을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나 나들목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 인근에서는 종종 송씨가 내건 현수막을 볼 수 있다. 그는 집에 ‘나의 딸 송혜희는 꼭 찾는다’는 글이 적힌 액자를 걸어놓고 있다. 혜희양이 살아 있다면 올해 36세, 결혼해서 자녀들을 두고 있을 나이다.

 

서울 구로동에 살던 5살 하늘이는 1995년 6월16일 집 앞 골목에서 놀다가 없어졌다. 하늘이 아버지 조병세씨도 21년 동안 딸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하늘이를 봤다는, 하늘이를 알고 있다는 제보 전화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6월10일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송혜희양 아버지 송길용씨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초동대처 여전히 문제투성이

 

실종자 중에서도 아동 실종의 경우에는 초동대처가 아주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실종 후 3시간을 아이를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그 시간을 넘기면 찾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이들의 경우 성인보다 교통사고, 납치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동 실종은 30분 만에 못 찾으면 3시간이 걸리고, 3시간 만에 못 찾으면 3일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만큼 처음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대응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신고 후 경찰의 초동대처 문제를 지적한다. 2002년 11월 새벽에 잠을 자다가 사라진 김은지양(당시 5세)의 부모는 아이를 찾다가 파출소에 갔지만 도움 대신 핀잔만 들었다고 말한다. 당시 경찰관은 “조금 더 찾아보고 다시 오라”며 실종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전 9시에 파출소를 다시 찾아 실종 신고를 했으나 순찰 강화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은지를 찾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이 김씨 부부를 찾아온 것은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지 며칠이 지나서였다. 그나마 실종 전단지 몇 장을 가져간 것이 전부였다. 은지 어머니는 “그날 새벽에 실종 신고만 제대로 받아줬어도 우리 은지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경찰이 원망스럽고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성인 실종의 경우는 뚜렷한 범죄혐의점이 없는 경우 ‘가출’ 가능성에 무게를 둬 실종자를 찾는 데 소극적이다. 물론 성인 실종의 경우 ‘가출’인 경우가 적지 않다. 9월12일 실종됐던 대전의 한 대학 1학년생인 박아무개양(19)의 경우 SNS에서 찾기 시작해 언론 보도로 이슈가 됐었다. 그러자 관할 경찰서 실종팀이 찾아 나섰는데, 10일 후 박씨는 전남 여수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일부 언론은 박양의 실종이 결국 해프닝이었고 전 국민을 걱정시키고 공권력만 낭비했다고 비난했다. 10월24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실종됐던 문아무개씨(26)의 경우도 비슷하다.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SNS에 인적사항을 공개한 후 15일 만에 찾고 보니 친구 집에 있었다.

 

그러나 성인 실종자라 하더라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 가출’로 판단해 찾는 것을 소홀히 하면 범죄의 희생양이 된다거나 또 이미 사망한 상태로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종자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고 실종자 찾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장기 밀매조직 희생양 됐을 수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제발,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것만 알 수 있다면…”이라며 긴 한숨을 내쉰다. 기나긴 고통과 기다림이 묻어나는 말이다. 생사를 알 수 없기에 찾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잊을 수도 없다. 그런데 정말 실종자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모임(전미찾모)의 나주봉 회장은 “해마다 실종되는 아이들은 증가하는데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숫자는 적다. 장애아 실종도 증가 추세에 있다. 내가 오랫동안 실종 아동을 찾으면서 느낀 것은 분명 아이들을 조직적으로 빼돌리는 범죄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 회장은 실종된 상당수의 아이들이 범죄에 희생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납치한 후 장기를 적출한다는 괴담은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나 회장도 그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했다.

 

현재 불치병 환자들에게는 장기 이식이 유일한 희망이자 생명줄이다. 그렇다고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다. 현행법상 기증자와 수혜자가 친인척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이식 승인 절차가 까다롭다.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서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식 대기자는 넘쳐나는 데 반해, 정작 이식이 이뤄지는 경우는 적다는 것이다.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은 후 피를 말리며 기다려야 한다.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기약이 없고, ‘운’을 기대하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실제 대기 상태에서 숨진 환자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일부 환자의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기이식을 하려고 한다. 해외에 나가 원정 장기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우려해 국내에서 찾을 수도 있다. 이때 ‘장기 밀매업자’들과 접촉에 나서는데, 수요를 ‘납치’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것이다.

 

결국 실종자들이 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18세 미만 아동이 실종되면 잠재적인 유괴 범죄로 간주해 즉시 전문 수사 인력이 투입되고, 자체 개발한 얼굴성장변환 프로그램을 2년마다 실시한다. 우리는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던 경찰의 ‘실종전담팀’도 여성청소년계로 흡수된 상태다. 

 

SNS로 실종자 ​신속하게 찾는 방법​


SNS를 통해 실종자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요즘에는 실종자가 발생하면 가족들이 경찰서 대신 SNS를 먼저 찾는다. 신고 절차가 필요 없고 빠른 전파력 때문이다. 전단지나 현수막 제작 비용도 들지 않는다. 실제로 10일 이상 된 장기 실종자도 SNS를 통해 하루나 이틀 만에 찾는 것을 보면 SNS의 힘은 대단하다.

 

그러나 SNS에 글을 올린다고 실종자를 모두 찾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실종자와 가족의 신상과 개인정보가 공개되면서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일단 SNS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서는 ‘전단지’를 만들고, 그 안에는 실종 관련 정보가 자세하게 들어 있어야 한다. 육하원칙에 의해 실종자의 이름, 나이, 인상착의, 당시 복장, 실종 장소, 실종 당시 상황 등이 비교적 자세하게 들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페이스북 타임라인보다는 실종자를 전문으로 찾아주는 곳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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