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복면집필단의 민낯…‘우향우․비전문가’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1.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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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정교과서 집필진 31명 공개

‘복면 집필단.’

 

교과서 국정화가 추진된 2015년 10월부터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줄곧 이렇게 불렸다. 교육부가 ‘교과서 집필진 비공개’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집필진 중 이름이 공개된 이는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정도였다. 

 

하지만 집필진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최몽룡 서울대 교수는 기자 성희롱 논란으로 사퇴했다. 집필진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고등학교 교사는 한국사를 가르친 지 9개월밖에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도 사퇴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집필진을 한 차례의 면접도 없이 서류로 선발해 논란이 증폭됐다.

 

11월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부 새누리당 역사교과서 당정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집필진 공개 문제는 소송까지 갔다. 국정교과서 집필진과 국사편찬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보공개센터가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올해 9월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었다. "집필진이 공개될 경우 집필진과 심의위원의 가정과 직장 등에서 상당한 정도의 심리적 압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까지 교육부가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뭐였을까. 11월28일 오후 교육부가 공개한 집필진 명단은 그 답이 될 수 있다. 명단에 나온 이름들 속에서 ‘보수일색’이거나 ‘자격논란’에 휩싸인 인사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공개된 ‘국정 교과서 복면 집필진’은 31명이다. 당초 알려진 46명보다 크게 줄었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현대사 집필진의 면면(面面)이다. 현대사 집필에 참여한 대학 교수 집필진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 6명이다. 

 

이중 김낙년 동국대 교수를 제외한 5명이 극우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교수 6명중 ‘역사학자’라고 부를만한 이는 없을 정도로 비전문가 일색이라는 평도 나온다. 

 

특히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을 냈다. 또 김명섭 교수는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우호적인 강연과 논문을 발표해왔다. 현대사 집필진 중 김명섭 교수 외에도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교수가 뉴라이트 인사들로 구성된 현대사학회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 마련된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사무실로 직원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최대권, 5․16을 ‘군사혁명’표현…현대사 집필진 자격논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의 현대사 집필 참여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최대권 교수는 ‘근현대사(史)는 역사학자 전유물 아니다(2015.11.11 문화일보)’라는 칼럼에서 5․16 군사 쿠데타를 ‘군사혁명’으로 불러 빈축을 샀다. 또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칼럼 ‘反법치로 기우는 세월호法 (2014.8.7 문화일보)’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에 대해 ‘강경 유가족 대표들의 억지에 동조해 끌려가는 이러한 사태의 진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다른 현대사 집필진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친(親)정부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동안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번 국정교과서는 우리 역사의 긍정적인 부분들을 잘 서술해 젊은 세대가 역사를 자랑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과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겸임하고 있다. 

 

유 교수는 앞서 박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감싸는 글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10월2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면초가,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할 때”라며 “여러분의 기도를 댓글에 올려 오늘 우리가 겪은 아픔과 수모를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 “하느님 앞에 죄 없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외에 세계사 분야 집필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국정 교과서 제도 강행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좌편향 되었나》라는 저서에서 우파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사를 집필한 또 다른 학자,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도 뉴라이트 계열 현대사학회의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이번에 공개된 국정교과서 집필진 31명의 명단이다. 

 

▲선사․고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최성락 목포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서영수 단국대 명예교수

윤명철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

 

▲고려

박용운 고려대 명예교수

이재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고혜령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조선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교수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 대학 석좌교수

신명호 부경대 사학과 교수

 

▲근대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현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세계사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허승일 서울대 명예교수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윤영인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현장교원

(선사/고대) 우장문 경기 대지중학교 수석교사

(고려) 김주석 대구 청구고 교사

(고려) 유경래 경기 대평고 교사

(조선) 정일화 전 강원 평창고 수석교사

(근대) 최인섭 충남 부성중 교장

(근대/현대) 황정현 충남 온양한올중 교사

(세계사) 황진상 서울 광운전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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