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 “헌정 유린 청와대 문건 또 있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1.29 14:25
  • 호수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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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 前 세계일보 사장 “국세청, ‘정윤회 문건’ 보도 후 통일교 세무조사 해”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재직 시절인 2014년 11월,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담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이 문건은 지금 와서 보면, ‘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조 전 사장은 정윤회 문건이 보도된 지 3개월 뒤인 지난해 2월27일 해임됐다. 그로부터 1년9개월이 지난 지금, 조 전 사장은 “당시 세계일보에는 정윤회 문건의 내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8개의 청와대 특급 정보가 함께 들어왔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탄핵 정국으로 치닫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는 치명타일 수 있다. 아울러 조 전 사장은 “정윤회 문건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통일교 산하 기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있었으며, 문건에 담긴 국세청 관련 내용을 더 이상 보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세무조사를 무마시켰다”고 주장했다. 조 전 사장과의 인터뷰는 11월23일 서울 서대문 모처에서 진행됐다.

 

조한규 前 세계일보 사장 © 시사저널 최준필

8개 특급 정보에 대해 ‘내란죄에 준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문건은 현재 세계일보 내에 있는 게 확실하다. 사장, 편집국장, 담당 기자 등 소수만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문건을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내용의 제보가 들어왔다는 구두 보고는 받았다. 전체 내용은 아니고 제목 정도를 보고받은 수준이었다.

 

 

당시 8건의 제보 내용이 기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는가.

 

물론이다. 이건 찌라시(사설정보지)가 아니다. 엄연한 청와대 공식 보고 문건이다. 쉽게 말해 그 문건은 ‘정윤회 문건 세트’라고 보면 된다. 그중 정윤회 문건은 3건(‘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 동향,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언론보도 관련 특이 동향, ‘초안’ 성격인 시중여론)이다. 나머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내가 보기에는 크게 3파트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공개된 2건도 그때 거기에 포함된 것이었다(세계일보는 11월13일 최순실씨 관련 문건 2건을 추가 공개했다).

 

 

담긴 내용이 ‘정윤회 문건’보다 훨씬 충격적이라고 들었다.

 

나는 그렇게 봤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국정 농단이라면, 당시 내가 들었던 내용은 성격이 조금 다른 사안이었다.

 

 

무엇을 근거로 내란죄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본 건가.

 

내란죄와 관련해서는 오해가 있다. 형법 제87조에는 내란죄의 기준을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라고 돼 있다. 대체로 법학자들은 내란죄의 성립 근거를 ‘폭동’으로 본다. 유혈사태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학 박사인 나는 폭동을 좀 다르게 본다. 물리적 충돌이 아닌 심리적 충격도 엄연한 폭동이다. 5000만 국민을 ‘인격살인’한 것도 폭동이라면 폭동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인격살인’한 거다. 그래서 방송에 나와 지금의 최순실 사태는 내란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언론이 앞뒤 다 자르고 ‘문건 내용=내란죄’라고 말한 거다. 내 기억으로 문건에 담긴 내용 중 하나는 입법·사법·행정 등 ‘삼권 분립’이라는 헌정 질서를 뒤흔들 만한 사안이었다.

 

 

세계일보가 조만간 문건을 공개할 거라고 보는가.

 

내 생각으로 세계일보 사장은 (문건을) 공개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장이 됐으니까. 내가 문건을 까서 사장 자리에서 쫓겨났는데, (후임 사장이) 그걸 깔 수 있겠나. 내가 언론에 나와서 8건을 말하는 것도 세계일보를 향해 ‘그거(문건) 까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다.

 

 

정윤회 문건이 공개되고 통일교 재단 기업이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이것도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솔직히 세무조사는 사장 재직 시절 내가 마무리한 거다. 정윤회 문건에 국세청장 관련 내용(김덕중 당시 국세청장이 능력이 부족하다며 교체해야 한다는 정윤회씨 발언)이 있었다. 그런데 신문 보도 때는 그걸 사인펜으로 가렸다. 당시 내가 국세청 인사에게 ‘당신들 생각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계속 이렇게(세무조사) 하면 지운 거 그거 다 공개할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국세청 인사가 ‘사장님께서 저희를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셨으니 우리(국세청)하고는 그만하시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국세청이 조사해 봤는데 금액(탈루액)도 얼마 되지 않았다더라. 조사4국이 조사해 탈세액이 겨우 몇 천만원 나왔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웃겠는가?

 

 

사장 해임 과정에 정부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있는가.

 

2월 이사회 때 유경석 통일교 한국회장이 물러나라고 해 ‘‘정윤회 문건’ 사태가 잘 마무리되고 있는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유 회장이 ‘그렇지 않다. 나도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 당시 유 회장에게 전화를 걸 사람이 누구겠는가. 문체부 종무실장과 그 위 차관(당시 김종 차관)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는 둘 중에서 김종 전 차관이 했을 거라고 본다.

 

 

퇴직금 반환 소장에 보면 ‘통일교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이 나온다.

 

내 생각으로는 아마 정부 쪽에서 뒤늦게 유경석 회장이 나를 자를 수 없다는 걸 알았을 것 같다. 당시 통일교 내부에서 나를 자를 수 있는 사람은 한학자 총재밖에 없었다. 나중에 한 총재 측 인사로부터 정부 인사가 전화를 걸어 와 ‘조한규 사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통일교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겠다’고 압력을 가했다고 들었다.

 

 

판도라의 상자 내용이 무엇인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근거로 최순실씨가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19대 총선(2012년)에서 국정원이 이애란 박사를 추천했다고 들었다. 이애란 박사가 누구인가. ‘탈북여성 1호 박사’ 아닌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비례대표 명단에서 빠졌다더라. 나중에 국정원에서 파악해 보니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거다. 20대 총선까지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19대 총선과 관련해 제보를 받은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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