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국학 현장을 가다-⑭] 전문 교수 인력 폭발적 수요 증가 따라가지 못해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2.01 14:16
  • 호수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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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한국학이 극복해야 할 과제…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절름발이식 성장

“한국을 공부하려는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교수 인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한국학 교수들은 자라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사생활은 포기하다시피 하고 온 힘을 쏟아왔다. 이젠 한계에 도달한 시점인 것 같다. 수요·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외 한국학의 발전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다.”

시사저널 특별기획팀은 6주에 걸쳐 해외 한국학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미국·영국·독일·베트남 등 세계 4개국 르포 기사를 통해 한국학의 성과와 한계를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국학은 한국이 오랜 역사와 압축적 근대화를 통해 갖게 된 풍부한 문화자본과 이에 기반한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 이 두 가지 요소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학문적 관심과 닿으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더불어 통상 국가인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 역시 여러 개발도상국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시사저널이 찾은 미국·영국·독일·베트남 4개국의 한국학 현장 모습 © 시사저널 포토

불모지 독일에서도 한국학 싹 틔워

 

그간 해외에서의 한국학은 고대왕조사나 남북관계사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 한계는 미국 한국학 속에 가장 잘 드러난다. 조선왕조사를 연구한 미국 한국학의 선구자 제임스 팔레(James Bernard Palais) 이후 미국의 한국학은 한국문학 및 역사 연구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냉전 이후의 한국학은 남북관계사가 주를 이뤘다. 미국에서의 한국학은 동부의 하버드, 컬럼비아 그리고 서북부의 워싱턴 대학 등에 의해 시작됐는데, 현재는 서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해외 한국학 사업에 대한 정부의 부족하나마 체계적 지원이 이어지면서 미국·영국 등 일부 지역에서 이 같은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학제적(學際的) 스펙트럼의 다양화와 세분화를 이뤄가는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K-콘텐츠의 영향으로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젊은 계층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학 강의 프로그램이 운용되는 지역 혹은 대학의 교과과정이 한국어를 기반으로 한국의 문화·역사·사회·문학·언어학 등과 경제, 또는 다른 분야를 한국학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즉 경제 연구 대상국으로서 한국을 연구하거나 정치 연구 대상국으로서 한국에 관한 학위 논문을 쓰는 박사 학위 후보들이 속출하면서, 한국학도 이제 연계전공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정책연구소 차원의 한국학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한국학 연구가 오랫동안 활발하게 이뤄져온 나라다. 앞선 르포 기사(1413호 세계 한국학 현장을 가다⑨)에서 살펴봤듯이 이미 한류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런던대학 소아스(SOAS)를 중심으로 활발한 한국학 연구가 진행돼 오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한국학과의 인기가 동아시아 지역학의 강자로 군림하던 일본학과를 앞지르기도 했다.

 

한국학의 불모지였던 독일 역시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독일 내 한국학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2000년 중반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한국학은 이제 한국과 독일 간 공공외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동남아 한국학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한국학의 발전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한국학과 설치 대학의 수다. 1994년 국립 호찌민대학교 인사대 동방학부에 처음 개설된 한국학과는 점차 그 수가 확산됐다. 현재 4년제 대학 기준으로 한국학과를 설치하고 있는 곳은 18군데다.

 

 

“늘어나는 학생 수 비해 교수진 턱없이 부족”

 

취재로 담지 못한 많은 지역에서도 한국학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과 연구자들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한국학 강의는 아시아태평양·북미·중남미·유럽·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남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의 산업화 과정 등을 모델로 삼으며 한국학 강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한편으로는 불안정성을 품고 있었다. 한국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절름발이식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속에 한국학의 육성을 위해 발 벗고 뛰는 학자, 정책전문가, 기관 직원들은 입을 모아 ‘전문 인력의 부족’을 말했다. 한국학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은 늘어나는데, 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책연구소 차원에서도 인력 부족 문제는 현실이었다. 한국 관련 이슈에 대한 전반적 분석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은데 전문적 식견으로 올바른 분석을 내려줄 정책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희석 독일 본대학 한국학 교수는 “늘어나는 학생 수에 비해 교수진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독일 법정 노동시간대로만 일해서는 학생들의 졸업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쩐티흐엉 하노이국립외국어대학 한국어문화학부 교수 역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력’을 꼽았다.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대학에서 온라인을 통한 화상 강의 등이 교육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선 전문 인력의 수적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2011년부턴 ‘글로벌 e-스쿨사업’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한국학 수요 충당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전문 인력 배출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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