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서 야권 연대 균열 생긴 내막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12.05 09:03
  • 호수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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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박지원, 자기 보따리만 챙기나

야 3당이 우여곡절 끝에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2월2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야 3당은 “탄핵안을 오늘 중 발의해 8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9일 표결 처리하겠다”며 “야 3당은 굳은 공조로 흔들림 없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뒤늦게 12월9일 탄핵안 표결 처리에 합의하기는 했지만,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두 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놓은 덫에 걸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의 3차 담화에 대해 정치권 인사들은 대체적으로 퇴진 로드맵을 국회로 떠넘겨 여야 그리고 야당 간 분열을 노린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2일 탄핵안 표결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12월2일 처리가 예상됐던 탄핵안 표결이 대통령 담화로 인해 일주일 밀리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탄핵안 처리에 있어 키를 쥐고 있는 야당 대표 간 정치적 속내가 서로 다르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12월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 3당 대표회담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추미애 “박지원, 거국내각 총리 욕심 못 버려”

 

먼저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추 대표는 11월14일 단독으로 영수회담을 청와대 측에 제의했다가 비판이 일자 회담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당내 비판이 거셌던 것은 물론이고, 야권 공조에도 균열이 생겼다. 추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2월1일 또다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협상을 하면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반발을 불렀다. “탄핵에 대해 강력히 협조를 요청한 자리”라는 추 대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그가 “대통령의 사퇴는 늦어도 1월말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야당은 발칵 뒤집혔다. 11월30일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은 없다”며 야권연대를 확인했던 추 대표가 하루 만에 사실상 혼자 여권과 협상을 한 것과 마찬가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야 3당 대표회담에서 임기단축 협상은 없다고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추 대표의 태도에 대해 그의 제1 협상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12월1일 기자들에게 “추 대표가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때 제 몸에 불꽃이, 우리 시골 말로 두드러기가 났는데, 오늘 아침에 다시 그런 현상이 나고 긴장돼 있다”며 “추 대표가 12월3일 촛불집회에서 야 3당 합동보고대회를 갖자고 했는데, 그 제안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치권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촛불에 의거해 활용하려 하면 정치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추 대표의 돌출행동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이른바 ‘추다르크 콤플렉스’라는 표현으로 비꼬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영수회담은 자신이 항복 선언을 받아내겠다는 욕심을 부린 셈이다. 1일 김무성 전 대표와의 회담 역시 자신이 탄핵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욕심을 부린 것”이라며 “뭐든지 자신이 깃발을 꽂아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독단적인 행동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 대표의 독단적 행동은 이번은 아니라도 다음에는 대통령에 도전해 보겠다는 욕심의 발로에서 시작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문재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가 가까스로 재기한 것은 물론이고 친노계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까지 되니 욕심이 생긴 것 같다”고 꼬집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월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

박지원 “추미애 때문에 온몸에 두드러기”

 

추미애 대표의 독단 행동에 묻혀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야권 공조에 혼란을 안긴 측면도 없지 않다. 김무성 전 대표와 회동한 뒤 민주당은 ‘2일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위원장은 “탄핵안을 발의하면 지금 이 순간 잠깐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결코 2일에 탄핵안을 가결시킬 수 없다는 게 냉정한 상황 아니냐”면서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상관없으니 빨리 발의하자는 태도는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민심과는 동떨어진 결정이었다. 국민의당 불참으로 ‘2일 탄핵’이 무산되면서 당 홈페이지는 성난 네티즌들이 몰려들며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이런 국민의당의 모습에 대해 민주당 측은 박지원 위원장이 거국내각 총리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의 한 측근은 “추 대표는 처음부터 2일 탄핵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었으나 박 위원장이 자꾸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통화하면서 장난을 치고 있다”며 “아직도 거국내각 총리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거국내각 총리를 하면서 어떻게든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속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10월말부터 거국내각 총리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본인은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주변에선 욕심이 없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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