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의 일성, “지위고하 고려 않고 수사로 보여주겠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12.06 14:34
  • 호수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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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저승사자’ 박영수 특검 출범…“특검은 법이 통하지 않는 성역 감시”

“이번 특검은 국민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국민주권의 명령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에 박영수 변호사(사법연수원 10기, 법무법인 강남 대표)가 임명됐다. 박 특검은 취임 일성으로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심정이다. 통치권자(대통령) 본인과 주변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일체의 사실관계에 대한 명백한 규명에 초점을 두되,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강력통’ 박영수 특검

 

지금까지 11번의 특검이 있었지만 이번 특검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특검에게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박 특검은 1983년 서울지검 북부지청을 시작으로 대검 강력과장, 서울지검 강력부장, 서울지검 2차장검사,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거쳐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박 특검은 이른바 ‘재계 저승사자’로 통한다. 검찰에 몸담고 있을 당시 재벌기업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을 여러 차례 수사했다. 2003년 박 특검이 서울지검 2차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1조5000억원대의 SK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은 ‘차떼기 사건’으로 불린 대선자금 수사의 단초가 됐다. SK그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와중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최도술 비서관과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의 측근 최돈웅 의원에게 억대의 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나온 것이다. 이후 검찰수사 결과, 한나라당은 800여억원, 민주당은 70여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트럭을 이용해 LG그룹으로부터 현금 150억원을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가 12월2일 오후 서초구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특검은 2006년 대검 중수부장을 맡아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당시 박 특검은 1000억원대 비자금 횡령 혐의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또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해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 등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반면 박 특검과 황교안 국무총리,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간의 인연을 이유로 수사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특검이 2003년 부산 동부지청장으로 근무할 때 황 총리는 박 특검의 바로 아래인 차장검사를 지냈다. 2004년 박 특검이 서울고검 차장으로 근무할 때도 황 총리가 서울고검 검사로 함께 발령을 받았다. 박 특검은 지난 2015년 6월 황 총리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공사 구분이 아주 분명하고 바른 분으로 알고 있다”며 “평소 노력하는 모습이나 대화하는 모습으로 볼 때 능히 여러 부처 장관이나 국회와 두루 협조하며 부드럽게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황 총리를 적극 두둔했다.

 

 

현 정권 실세와 인연 도마에 올라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과는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을 사이에 두고 인연을 맺고 있다. 박 특검은 최 2차장의 ‘양아버지’로 불릴 만큼 돈독한 사이며, 최 2차장은 우 전 수석의 천거로 국정원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재경 수석과의 인연은 10여 년 전 중수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 특검이 중수부장으로, 최 수석은 중수1과장으로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을 함께 수사했다. 박 특검은 현 정권 실세들과의 인연에 대해 “수사로 말하겠다”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대면조사를 가이드라인으로 해서 생각하고 있다. 직접조사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세월호 사라진 7시간’에 대해서도 “특검은 일반 검사와 달리, 비록 범죄 혐의가 없더라도 국민이 궁금해하는 의혹의 진상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도 이번 특검이 풀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박 특검은 2014년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특검 수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특검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지위에서 수사권과 소추권의 행사를 통하여 사회정의 실현을 책무로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특검은 민주주의라는 토양에서 태어난 법치주의의 구현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특검은 검찰권을 ‘시녀화’(侍女化)하려는 정치권력에 맞서왔고, 법이 통하지 않는 성역을 감시해 왔다. 더 이상 특검을 정치적 타협이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법과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국가를 건설하는 일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대명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는 탄핵이라는 정치적 책임 외에 특검을 통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뜨겁다. 박 특검이 칼럼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수사는 ‘법과 정의가 살아 있는 국가를 건설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특검은 임명된 날부터 20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본조사 70일과 연장 30일까지 최대 120일간 수사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의 눈과 귀가 특검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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