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8년 만에 해체 수순 밟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2.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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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 있다면 없애겠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오너 일가 및 전문경영인 등과 함께 삼성의 3대 축으로 평가받던 미래전략실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11월6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비상식적인 지원 배경에 미래전략실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며 “그룹 최고경영자인 이 부회장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해야 한다. 아버님의 약속을 실천하라”고 이재용 부회장을 압박했다.  

 

이 부회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 저 자신도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달게 받겠다”고 대답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폐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여기서 말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오늘 여러 의원들의 질타가 있었다. 질문 중에 미래전략실에 대한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며 “창업주인 선대 회장께서 만들었고, 회장께서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오너 일가 및 전문경영인 등과 함께 삼성의 3대 축으로 평가받던 미래전략실이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 연합뉴스

미래전략실 해체되면 그룹 의사결정 구조 변화 예상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그룹의 의사결정 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은 그룹 총수가 기업의 미래를 제시하면 각 계열사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다. 총수와 계열사 간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곳이 미래전략실이다. 상법상 존재하지는 않는 조직으로, 사실상 그룹 총수가 직접 관리하는 부서다. 과거 회장 비서실(1959∼1998년)에서 구조조정본부(1998∼2006년), 전략기획실(2006∼2008년)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명맥을 이어왔다.

 

삼성 비서실은 1959년 이병철 창업주가 처음 설치했다. 미쓰비시나 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 거대 상사들의 비서실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수집이나 홍보, 기획조사, 기획, 인사, 국제금융 등 사실상 그룹의 모든 것을 총괄 관리하는 게 비서실의 역할이었다. 삼성그룹의 역대 회장은 비서실의 힘을 빌려 ‘도쿄 구상’이나 ‘프랑크푸르트 선언’ 등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금의 미래전략실은 2008년 ‘삼성특검’으로 사회적 물의을 빚자 해체됐다가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하면서 부활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미래전략실을 그룹 총수를 보좌하며 후계 구도 등 그룹 차원의 핵심 사안을 결정하는 브레인 및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보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나 이건희 회장이 관련 조직을 없애지 않고 명맥을 이어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당초 삼성 미래전략실은 6팀, 1단, 1실 체제로 운영되다가 최근 와서는 8팀(전략1팀, 전략2팀, 경영진단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커뮤니케이션팀, 준법경영팀, 금융지원팀) 체제로 재편돼 운영돼 왔다. 실장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최근 최순실 모녀를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장충기 사장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그룹에서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에 근무하는 것은 승진을 의미한다. 송세창·소병세 전 비서실장은 사실상 그룹의 2인자 역할을 했다. 현 마사회장으로 있는 현명관 회장도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미래전략실 차원의 승마 지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관련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보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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