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대통령의 거짓말’의 무게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12.09 14:57
  • 호수 14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호(1416호)는 ‘박근혜의 거짓말’을 커버스토리로 올렸습니다. 11월 마지막 주와 12월 첫째 주는 주간지 종사자들에겐 고뇌의 한 주였습니다.

 

최대 관심사인 탄핵을 둘러싼 상황이 급변을 거듭한 탓에 탄핵 기사 다루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당초 12월2일 목표였던 탄핵안 표결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로 미뤄지는 것을 보고 커버를 ‘박근혜의 거짓말’로 정했습니다.

 

탄핵안 표결이 이뤄질지, 결과가 어떨지 12월2일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습니다. 탄핵을 둘러싼 제반 상황이 너무나 정신 사납지만, 이런 상황이 초래된 원인을 차분히 짚어보는 것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일련의 사태는 박근혜 게이트로 번졌습니다.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난 이유는 많습니다. 사이비교주 일가에게 휘둘렸다는 것에 자존심 상했고 대통령이 권력형 범죄의 주범이었다는 것에도 기절초풍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열받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이것은 단 한순간도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나올 때마다 촛불집회 참가 인원이 오히려 늘어난 것만 봐도 명백합니다.

 

ⓒ 연합뉴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공인(公人)도 물론 거짓말을 하지만 이게 들통나면 사인(私人)과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공인은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직위가 높을수록 더 문제가 됩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거짓말이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지 짐작되죠.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로 하야한 것도 불법행위보다 거짓말 때문이었습니다.

 

망가지기 전에 박 대통령의 대표 이미지는 ‘신뢰와 원칙’이었습니다. 노년층에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이라는 점이 먹혔다면, 젊은 층에는 이 ‘신뢰와 원칙’이 호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 이후로는 이 이미지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를 믿고 표를 줬던 보수층이 받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박 대통령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 여부는 곧 개시될 특검 수사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그러나 특검 결과와 관계없이 그가 하야든 탄핵이든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거짓말’입니다. 그는 11월4일의 2차 대국민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약속을 번복하고 검찰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2차 담화에서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을 지킬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11월29일의 3차 담화에서는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통령의 승부수가 먹혔는지 여야 정치인들은 지금도 이해득실을 계산하느라 영일(寧日)이 없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의 말에 신뢰가 안 간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믿어지지가 않는군요.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입니다. 대통령이 거짓말을 예사로 하니 이 나라도 믿음이 안 가네요.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요. ​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