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개로 쪼개질까 3개로 쪼개질까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12 14:59
  • 호수 14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탄핵으로 새누리당發 정계개편 가능성 커져

국회는 12월9일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은 68년 헌정 사상 두 번째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이은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정국은 대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면서 국정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된 데다, 탄핵 심판 결정(180일 이내)까지 여야와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세력 간의 극단적 대결이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새누리당발(發)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여당은 탄핵을 놓고 찬반으로 갈려 ‘한 지붕 두 가족’ 상태였다. 주류인 친박이 탄핵을 반대한 반면, 비주류인 비박은 탄핵에 찬성했다. 두 진영이 탄핵 가결을 계기로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경우 분당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여당에서 이탈 세력이 생긴다면 이들이 제3지대 또는 제4지대에서 정치 세력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탈당파들이 국민의당 등 야권 세력과 개헌을 고리로 정치적 연대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누리 탈당파, 야권과 연대 모색할 수도

 

탄핵 후폭풍에 휩싸인 여당의 운명은 두 갈래다. 하나는 탄핵 가결을 주도한 비박이 당 주도권을 장악해 당 해체 또는 해체에 준하는 혁신을 통해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박의 당 개혁이 친박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두 세력 가운데 한쪽이 탈당, 분당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선 주류인 친박에 끌려 다녔던 비박은 탄핵 가결로 주도권 장악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정족수(200명)를 훌쩍 뛰어넘어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야당과 여당 비박에 더해 상당수 친박의 이탈 표가 발생한 것이다. 무기명 투표인 데다 새누리당이 자유투표를 결정함에 따라 230여만 촛불 민심을 확인한 친박 의원까지 탄핵 찬성에 가세한 셈이다. 당 지도부와 친박 진영이 완패한 형국이다. 당장 비박이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친박에 공세를 펼칠 태세다. 수세에 몰린 친박 지도부가 비박의 압박 속에 성난 민심을 수용해 퇴진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한 마당에 친박이 비박에 저항할 명분이 없어서다. 친박 지도부의 퇴진으로 비박이 주도권을 쥐면 당 해체와 비대위 구성 등 혁신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의원은 “탄핵 가결 이후 잠시 소강기를 갖겠지만 결국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선 친박 지도부 사퇴 이후 비대위를 구성해 당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 진영은 비대위를 구성하되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는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 이후 대야 협상은 물론 당 혁신과 대선 준비 과정에서도 정 원내대표의 원만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원내대표가 탄핵 표결과 관련해 당론이 아닌 자유투표를 관철시켜 친박의 찬성표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박은 현실적으로 정 원내대표 역할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가 이정현 대표와 최고위원 사퇴 이후 지도부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데다, 당 해체 및 재창당 작업 추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가 12월21일 사퇴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정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을 겸임하면 전당대회 또는 전국위원회 소집을 통한 당 해산 의결이 가능하다.

 

정 원내대표 체제 유지는 비박의 대권 프로젝트와도 맞닿아 있다. 정 원내대표가 ‘충청 대망론’을 꿈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비박은 재창당 이후 반 총장을 영입해 개헌 논의를 주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반 총장이 당내 대선 주자인 유승민, 김무성 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경우 경선 흥행으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아 정권 창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비박의 견해다.

 

 

비박계, 정진석 역할론에 기대는 상황

 

비대위 구성을 놓고선 비박 내부에 이견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비박이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의 탄핵 표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유승민 의원 측은 비대위원장이 리더십을 가지고 당을 혁신할 수 있도록 대권 주자급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당헌·당규를 고쳐 당권과 대권을 통합해 대권 주자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대권가도를 달릴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당내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권을 포기하고 탄핵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가 돌연 ‘질서 있는 퇴진’으로 입장을 바꿨던 김무성 의원 측도 비대위원장이 당 혁신의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비박들은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대선 경선 관리 임무를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자칫 유-김 의원 등 대선 주자들이 비대위원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가 분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차기 대선 주자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반 사무총장을 영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비박 핵심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공정한 경선 관리를 할 수 있는 인사가 맡고 대선 주자들이 경쟁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당 개혁은 비대위와 원내 지도부가 합심해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적 우위에 있는 친박이 순순히 주도권을 내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친박 진영이 자파 세력의 이탈 규모가 크지 않다고 주장하며 주도권 수호를 위해 버티기에 돌입할 수 있어서다.

 

지도부 진퇴를 놓고 친박은 비박과의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지도부 사퇴는 없다고 말한 원칙은 유효하다”면서 “이정현 대표가 말한 대로 오는 21일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지도부가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친박이 버틴다면 비박은 민심을 등에 업고 친박 축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피의자 신세가 된 박 대통령에 대한 공동 책임을 물어 출당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점쳐진다. 비박 의원은 “친박 핵심들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보단 눈치를 살피며 정치적 영달만 추구하고 최순실 국정 농단을 방기한 세력들”이라며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박은 친박의 반발로 당 개혁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집단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분당을 통한 야권과의 정계개편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나경원 의원은 “탄핵 가결 후에도 주류(친박)에서 전혀 당권을 내놓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계파) 갈등이 굉장히 첨예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