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지존’ 타이거 우즈 ‘절반의 성공’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15 14:53
  • 호수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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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때와는 다른 스윙…장타력과 아이언샷 살아나

“제가 골프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에게도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를 기다려주신 분들은 제 퍼포먼스 하나하나에 집중할 것입니다. 당연히 긴장이 되겠지만 이런 느낌이 때론 흥분되기도 합니다. 긴장감이 없다는 건 결국 경기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저는 그동안의 노력을 믿고, 특별한 일을 해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끔 스스로에게 ‘골프가 아니면 뭘 할 거지? 은퇴? 아니면 조금 더 쉴까?’라고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있어야 할 곳은 당연히 바로 여기, 코스입니다.”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16개월 만에 그린에 복귀한 ‘왕년의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미국)가 부활에 성공한 것인가. 성급한 결론이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톱스타들과의 경쟁에서 그가 보여준 경기력은 전성기 때보다 약간 기량이 떨어졌지만 본격 시즌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놨다는 얘기다.

 

© AP연합


우승 배당률 ↓,  은퇴 배당률 ↑

 

12월5일 북중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알바니 골프클럽(파72·7267야드)에서 열린 이벤트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350만 달러). 우즈는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 더블보기 3개로 4타를 잃어 합계 4언더파 284타를 쳐 18명 중 15위에 그쳤다. 하지만 18명의 선수 중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보다 버디 수가 1개 더 많은 최다 24개를 기록했다. 물론 더블보기도 최다인 6개나 범했다.

 

그의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몸이다. 185cm에 84kg의 그는 이전처럼 건강해져 돌아왔다. 4일간 내내 장타력을 과시했다. 한두 번의 어프로치 실수가 있었지만 송곳 같은 아이언샷을 만들어냈고, 중거리 퍼팅도 변함이 없었다. 특히 2라운드에서는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골라내는 완벽한 샷을 연출해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재미난 사실은 이번 대회 이전과 이후의 평가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를 앞두고 글로벌 베팅 업체인 ‘북메이커’가 진행했던 베팅 자료에는 ‘우즈가 2017시즌에 우승할 것으로 보는 배당률이 +800인 반면 은퇴할 것으로 예상하는 배당률은 +335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800은 100달러를 투자했을 때 800달러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승보다 은퇴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경기를 마친 뒤 시청률부터 확 달라졌다. 우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12월1일(현지 시각)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 1라운드 시청률은 0.86%, 2라운드 시청률은 0.45%를 기록, 우즈가 출전하지 않았던 지난해에 비해 각각 190%와 200% 올라갔다. 이 수치는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 라이더컵이나 메이저대회 시청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히어로 월드 챌린지가 비정규 대회이고 평일에 열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것이라고 미국 매체들은 분석했다. 주말에 열린 3라운드 시청률은 1.59%, 4라운드는 1.08%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가 부상 없이 대회를 마치자 내년 4월 열리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의 우승 확률도 높아졌다. 미국의 도박 업체 ‘웨스트게이트 슈퍼북’은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배당률을 20-1로 책정했다. 우즈보다 낮은 배당률을 받은 선수는 제이슨 데이(호주)와 조던 스피스(미국·이상 8-1),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9-1), 더스틴 존슨(미국·10-1), 마쓰야마 히데키(일본·15-1)까지 5명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12월2일 히어로 월드 챌린지 골프대회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 AP연합


“메이저 우승 시작점에 있다”

 

그의 복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단순하게 연습량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 회복을 위해서도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드와 그린에 투자하면서도 다음 날 훈련을 위해 얼음찜질과 고압산소실 회복 과정이 필요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운동과 재활 치료에 쏟아 부었다.

 

12월30일 생일을 맞는 그는 이제 만 41살이 된다. 젊은 골퍼들과 비거리 경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재활하는 동안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매일 1000번 이상의 칩샷을 연습하면서 강하게 멀리 치는 대신 정확하고 효율적인 쇼트게임 연습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 몇 년간 부족했던 부분들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특히 그린 주변 플레이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는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그의 창조적인 플레이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최종일 2번홀(파3). 티샷한 볼이 바운드돼 핀을 지나 프린지에 들어갔다. 잠시 고민하던 우즈는 퍼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헤드의 토 부문으로 툭 쳐서 홀에 붙여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6번홀(파5). 티샷 실수에다 트러블 지역으로 볼이 낙하. 드롭하고 친 볼이 그린으로 올라갔으나 퍼터로 할 수 없는 상황. 그는 웨지를 꺼내 들고 어프로치. 그러나 2퍼팅으로 더블보기가 됐다. 결과는 나빴지만 새로운 시도였다는 평가다.

 

그의 스윙은 무엇이 변했을까. 우선 어드레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스탠스 폭이 조금 좁아졌다는 점이다. 또한 볼의 위치도 왼쪽 어깨 라인으로 놓았다가 거의 중앙으로 옮겨 왔다. 양팔의 형태도 ‘역(逆) K자’에서 ‘Y자’로 바뀌었다. 톱스윙은 이전보다 히프턴이 더 된다. 목표 반대 방향보다 더 왼쪽으로 쏠려 있다. 특히 강력한 어깨 턴이 약간 부드러워진 모습니다. 그만큼 파워가 약해진 탓으로 보인다.

 

임팩트는 볼이 스탠스 중앙으로 바뀐 탓인지 임팩트 순간 파워가 덜 실려 보인다. 임팩트 직전에 이전 스윙 때는 왼발바닥 앞쪽이 약간 들려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다운스윙을 하면서 오른발바닥으로 지면을 차주는 행동도 조금 약해졌다. 손목과 팔도 핸드 퍼스트로 많이 나간 것과 달리 조금 줄었다. 피니시는 어깨와 히프가 그리던 ‘역(逆)C’자가 일직선으로 바뀌었다. 파워에서 부드러운 피니시로 변한 모습을 알 수 있다.

 

1996년 PGA투어 신인상을 수상한 우즈는 메이저 통산 14승을 거뒀다. 2008년 US오픈 이후 아직 우승이 없다.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18승 기록에 4승이 부족하다. PGA투어는 통산 79승이다. 82승의 샘 스니드(미국)의 기록에 3승 모자란다.

 

타이거 우즈는 “우승은 하나의 과정이다. 먼저 집에서 하는 연습부터 시작해 집 근처의 코스에서 하는 훈련, 다음에는 대회에 나가서 하는 실전, 그리고 최종 라운드의 마지막 9개 홀을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 메이저대회의 마지막 9개 홀은 일반 대회와는 말 그대로 완전히 다른 생명체다. 메이저 우승으로 가는 이 긴 과정의 시작점에 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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