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난동 블랙리스트 항공사간 공유되지 않는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2.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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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매뉴얼 개편∙처벌 규정 강화 필요…남성 승무원 수 감소도 문제로 지적

12월22일 한 편의 난동 동영상이 공개됐다. 중소기업체 사장의 아들인 30대 임 아무개씨가 만취해 대한항공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 일어났다. 문제를 일으킨 임씨는 12월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항항공 여객기 프레스티지석에서 옆자리 승객과 승무원을 때리는 등 2시간 동안 난동을 부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음주자를 단속하고 제압하지 못한 항공사의 대처, 그리고 기내 난동을 경미하게 처벌하는 규정에 대한 지탄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기내난동’은 임씨를 제압한 팝 가수 리처드 막스가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을 통해 알려졌다. 막스는 당시 상황을 찍은 사진과 함께 “한 미친(psycho) 승객이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에게 행패를 부렸지만 승무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 전혀 돼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변 승객들의 도움으로 임씨를 제압한 뒤 승무원들은 임씨를 포승줄에 묶었고, 이 과정에서도 임씨의 욕설과 폭행은 계속됐다. 임씨는 수차례 자신을 제압하는 남자 정비직원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임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넘겨졌다.

 

임씨는 이미 지난 9월에도 여객기 안에서 난동을 피운 적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임씨는 비행기를 타기 전 이미 술을 마신 상태였고, 기내에서 주는 양주를 2잔 반 가량 더 마시고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술에 취해 저지른 일”이라고 진술한 뒤 귀가조치 됐다. 경찰은 만취 상태로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임씨를 다시 소환해 재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리차드막스 페이스북 캡쳐

음주자∙난동자 블랙리스트 유명무실

 

임씨같은 만취자에 대한 탑승 제한은 없을까. 원칙적으로 항공보안법 23조 7항은 ‘항공사는 음주로 인해 소란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탑승을 거절할 수 있고, 항공기 안전운항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음주자에 대한 탑승 제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종수 중부대 항공서비스과 겸임교수는 “항공사들은 기내난동을 부린 전력이 있는 승객을 ‘블랙리스트’로 작성해 관리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블랙리스트를 각 항공사끼리 공유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난동을 부린 전력이 있더라도 다른 항공사를 이용한다면 전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임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실제로 블랙리스트를 이유로 탑승이 거부된 사례는 거의 없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주류도 돌발 상황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미 술을 마신 임씨에게 기내에서 또 술을 제공하는 행위가 쉽게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심 교수는 “비행기 내는 고도가 높기 때문에 술에 취하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형식적으로 몇 잔 이상, 동일 주류 2병 이상 등 어느 정도 주류를 제공한 이후 승객이 취했다고 판단이 된다면 해당 승객에게 주류 제공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술에 관대한 한국 사람들의 정서상 계속 주류를 요구할 경우 강하게 제지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주류를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항공사는 안전과 서비스라는 양축을 안아야 하지만 국내의 경우 서비스 쪽으로 그 축을 기울이고 있다는얘기다.

 

 

보안요원 업무도 승무원들이 대체 

 

미국의 경우 항공보안요원(에어마샬)을 배치해 기내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응한다. 우리나라도 항공보안법을 통해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를 운항하는 경우 항공기 내 보안요원을 탑승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항공기의 보안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청원경찰이나 특수경비원으로 하여금 항공기의 경비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법은 유명무실하다. 승무원이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지만 남자 승무원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난동이 일어났을 때 대처하기란 실제로 어렵다. 

 

심 교수는 “승무원 노조 결성 분쟁 이후 남자 승무원들의 수가 줄어들었다. 보안요원 제도 도입 등 기내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보안 업무 비중이 높았던 남성 승무원들이 줄어든 것이 결국 이번 사건처럼 기내 통제가 되지 않는 결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남성 승무원에게 청원경찰 신분을 부여했지만 2000년 대한항공 승무원 노조 결성 분쟁 때 청원경찰 신분은 해지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2010년까지 남성 승무원 채용을 하지 않았다. 

 

기내난동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 규정 신설과 함께 항공사 매뉴얼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항공사는 기내난동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3단계의 매뉴얼(기내 방송으로 자제 부탁-경고장이나 미란다 원칙 등 제시-포박∙격리조치)에 따라 해결하고 있다. 심 교수는 “현재 국내 항공사의 3단계 매뉴얼은 유명무실하다. 이미 사고∙판단 능력이 없는 주취자에게 경고장을 내미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10~20년 전의 매뉴얼은 현 상황에서 적용할 수 없다. 즉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내난동의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벌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의 경우 연방범죄로 간주해 최대 20년까지 선고하기도 한다. 징역형 등 강력한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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