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다 2% 성장 받아들이고 저력 키워야”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2.30 11:02
  • 호수 14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경제 전문가’ 이지평 LG경제연 수석연구위원 “2017년은 한국 경제 골든타임”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963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태어나 1985년 호세이(法政)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나오고 1988년 LG경제연구원에 입사한 그는 지금까지 ‘일본 경제’ 한 분야만 연구하고 있다. 그가 편집장으로 있는 ‘재팬인사이트’는 2016년을 기준으로 ‘발간 10주년’이 됐다.

 

화제를 모은 보고서 ‘일본 경제의 쇠퇴 현상, 한국 경제에 경고등’(2010년 2월), ‘일본형 저성장에 빠지지 않으려면’(2013년 5월)의 중심에는 모두 이 수석연구위원이 있다. 보고서에서 그는 “한·일 경제는 20년 차를 두고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디플레이션 시대에는 좋은 물건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 싸도 팔리지 않는다”며 한국 산업계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2016년 5월에는 이근태 수석연구위원, 류상윤 책임연구원과 함께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를 펴냈다. 한·일 경제의 ‘동조화’는 중요한 화두다. 비관론자들은 우리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으로 요약되는 일본 경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일본형 불황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한국 역시 ‘장기 저성장’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 경제가 일본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유사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인구구조 측면에서 생산가능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은 분명 비슷하다. 선진국을 ‘캐치 업’(추격)하는 것에서 벗어나 남이 시도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하다 보니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

 

일본은 그나마 기초·소재 산업이 튼튼하기에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는 한국이 더 위험한 것 아닌가.

불리한 측면도 있고 유리한 측면도 있다. 기초기술과 공업화 기반은 분명 일본이 앞서 있다. 세계 진출도 일찍부터 시작했다. 다만 세계 최대 순채권국이라는 부분에서 거품 경제가 시작됐다. 일시적인 자산 버블(거품)이 장기 저성장을 만들지 않았는가? 순식간에 4%대에서 1%대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한국은  3%에서 2%대로 완만하게 떨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디플레(경기 불황)를 막을 수 있어 다행이다.

 

 

지금으로선 장기 불황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그것 자체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경제는 심리다. 저성장 기조로 간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일본이 어떻게 했는지를 추적·관찰하면 된다. 구조조정·개혁을 미루면 진짜 일본처럼 장기 불황이 올 수 있다. 일본 언론도 불황 초기에는 너무 비관적으로 봤다. 이게 일본 내 자신감을 떨어트렸다. 충분히 2%대 성장이 가능한데 자신감이 약해지면서 투자나 소비가 1%대에 맞춰진 것이다. 최소 ‘2% 성장, 2% 물가’라는 기대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고성장에 익숙한 한국 국민에게 저성장은 아직 가지 않은 길이다.

 

저성장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분간 3%대에 가까운 2%대 성장을 기록하겠지만, 2%대 성장은 어느새 일상화가 될 것 같다.

 

 

2017년 한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구조조정이나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2017년은 한국 경제에 있어서 골든타임과 같다. 우선 대선이 치러진다. 일본 경제에서도 리더십은 중요한 문제였다. 불황기의 일본도 1~2년마다 총리가 바뀌면서 리더십이 흔들린 바 있다. 아베 총리도 처음 총리 자리에 올랐을 때는 인기가 지금 같지 않았다. 위기 속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일본 경제는 확실히 턴어라운드(경기 회복)했다고 봐야 하나.

 

2016년 3분기는 지표상으로 확실히 그렇다. 집권 이전 0.8%였던 실질성장률은 이후 0.9%로 높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0.28%에서 1.29%로 올라갔고, 4.3%였던 실업률은 3.4%로 내려갔다. 절반의 성공인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자살률이 낮아진 것만 봐도 일본 사회가 어느 정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은 회복했다고 봐야 한다.

 

 

일본의 불황 극복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

 

역시 ‘이노베이션’(혁신)이다. 우리는 일본과 달리 내수를 통한 회복에 한계가 있다. 수출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예전에는 모든 분야를 다 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자기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불황기에 무너진 일본 기업을 보면, 하나같이 ‘종합기업’이었다. 예를 들어 후지필름은 필름 시장이 무너지니, 필름에 들어가는 소재기술을 활용해 LCD(액정표시장치)나 헬스케어 쪽으로 옮겨갔다. 호텔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발뮤다’가 만든 토스터기는 빵의 습도를 높여 고객이 촉촉한 빵 맛을 느끼게 했다. 이제는 서비스적인 가치까지 포함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저성장 기조에서 한국의 재벌식 경제 시스템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은 높은가.

 

그건 내가 정확하게 코멘트 하기는 힘들다. 다만, 과거에는 뭐가 좋다면 ‘와’하고 몰려갔지만, 앞으로 그건 힘들다. 단적으로 일본 도레이가 개발한 탄소섬유로는 비행기를 만든다.

 

 

저성장 시대, 혁신 말고 기업이 선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예전 일본 기업의 조직경영을 설명할 때 많이 쓴 것이 ‘오미코시’(御神輿)라는 말이었다. 신전(神殿)을 우리나라 상여처럼 만들어 어깨에 메는 걸 이렇게 불렀다. 서구식으로 말하면 피라미드 경영방식이다. 일본 기업이 그동안 힘들어 했던 것이 전략경영이다. ‘다 합의한 뒤 하자’는 마인드로 어떻게 불황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어떤 면에서는 CEO(초고경영자) 스스로가 전문가가 돼야 한다.


 

중국 기업의 추격도 한국에는 불안요인이다.

 

그건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일본은 한국 기업이 추격해 오자 ‘그래봤자 우리를 이길 수 없다’며 자만심을 키웠다. 일본은 오로지 선진국에만 포커스를 맞춰, 주 수출 지역도 선진국이었다. 반면 한국은 신흥국의 추격을 예상하면서, 이들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 확대를 동시에 추구해 왔다. 이건 일본보다 확실히 우리가 잘하는 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