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는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리더십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7.01.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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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홍삼액 판매 파문으로 여론 뭇매…뒤늦게 사과문 게재했다 ‘된서리’

원료를 속여 홍삼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천호식품이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천호식품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천호식품은 뒤늦게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하지만 사과문 내용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천호식품은 잘못이 없고, 원료 공급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계바늘은 지난해 12월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변철형)는 한국인삼제품협회장 김아무개씨 등 인삼업체 대표 7명을 구속 기소했다. 중국산 인삼 농축액에 물엿과 캐러멜 색소, 치커리 농축액 등을 섞어 만든 가짜 홍삼제품 433억원어치를 국내산 홍삼으로 속여 판 혐의였다. 이들이 납품한 업체 가운데 천호식품도 포함돼 있어 1차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한때 지자체나 소비자 단체의 강연 섭외 1순위로 꼽혔던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가짜 홍삼액 파문으로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 연합뉴스

검찰 기소 5일 지나 사과문 게재한 이유는? 

 

천호식품은 2010년 ‘남자한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로 유명세를 탔다. 광고에 출연한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은 전국구 스타가 됐다. 지자체나 소비자 단체들이 주최하는 강연 때마다 김 회장은 ‘섭외 1순위’로 꼽혔다. 

 

지난해 10월에는 로또 당첨금 전액을 기부하면서 또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 회장은 로또 2등 당첨금에 개인 돈 140만원을 보태 총 5000만원을 출산 지원금으로 기부했다. 언론에서는 김 회장의 ‘나눔 경영’을 극찬하기 바빴다. 

 

불과 1개월여 만에 사정이 180도 바뀌었다. 김 회장은 11월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 “촛불시위, 데모, 옛날 이야기 파헤치는 언론 등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언론과 촛불집회 참가자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 천호식품 홈페이지

12월 말에는 ‘가짜 홍삼액 파문’이 불거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월2일 문제의 제품에 대해 회수 및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일부 언론은 ‘천호식품이 제품의 문제를 알고도 속여 판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천호식품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김 회장 역시 성공한 사업가 반열에서 소비자들의 ‘공적’으로 내몰렸다. 그 동안 쌓아왔던 좋은 이미지 역시 가짜 홍삼액 판매 사건으로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천호식품은 1월3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천호식품 측은 “납품 업체의 홍삼 농축액에서 원산지를 속이고 일부 첨가물을 넣는 등 부도덕 행위가 밝혀졌다”며 “홍삼 농축액이 입고될 때마다 홍삼의 유효성분인 진세노이드의 함량의 철저하게 검사했다. 하지만 당성분을 높이는 물질을 미세량 혼입하는 경우 육안 검사와 성분 검사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천호식품 역시 피해자로, 일부 언론이 보도한 고의 판매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 수사에서 문제가 됐던 원료 역시 즉각 폐기 처리했고, 해당 제품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제품의 상태와 관계없이 모두 교환․환불 처리해 주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사과문 내용이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더 큰 공분을 샀다. ‘면피성 사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사과문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납품 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한 모양새”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김 회장은 평소 인터뷰에서 “내가 먹어서 효과가 없으면 남에게도 권하지 않는 게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문제가 터지자 원재료를 납품한 업체 잘못으로 돌리면서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더했다. 

 

 

김영식 회장 신뢰성 훼손 불가피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1월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일반 소비자가 (가짜 홍삼과 진짜 홍삼을)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장비를 갖추고 기기분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홍삼 농축액 같은 제품의 진위 여부를 판명하는 것은 회사의 몫”이라며 “결과적으로 책임은 천호식품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천호식품의 신뢰성과 함께 김영식 회장의 이미 추락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 교수는 “소비자가 결국 신뢰성 있는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며 “가짜 홍삼 제품을 판매한 천호식품은 앞으로 신뢰성 없는 브랜드로 추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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