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시즌2] 흡연·비만·당뇨 50대 해당자 췌장암 검사 필요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7.01.09 13:55
  • 호수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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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국립암센터 이행성임상 제1 연구부장, 국내 최초 치료신약 개발 중…6개월에 체중 10% 줄면 의심해야

 

박상재 국립암센터 전문의는 누구

 

199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0년과 2003년 같은 대학 대학원 의학과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국립암센터 간암센터에서 외과의사로 재직 중이다. 2006~0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메디컬센터에서 연수했다. 2010~14년 국립암센터 간암센터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국립암센터 간담췌암연구과장으로 있으며 2015년부터 국립암센터 외과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행성임상 제1 연구부장직도 맡고 있다. 2008~09년 대한간암연구회 이사를 지냈다. 2004·2006·2008년 한국간담췌외과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소화효소와 호르몬(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생긴 악성종양이 췌장암이다. 10년 전보다 췌장암이 약 40% 늘어서 한 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환자가 약 5500명이다. 간암 1만6000명, 위암 3만 명에 비하면 발병률이 낮은 편이지만 췌장암은 암 중에서 가장 독한 암이다. 증상이 없고 췌장의 위치가 배 속 깊숙한 곳에 있어서 진단도 어렵다. 우연히 암을 발견해도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이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5년 생존율이 다소 증가했지만 겨우 10% 선이다. 세계적으로 췌장암 조기 발견 방법과 치료제 개발이 뜨겁다. 우리도 최근 국가적인 차원에서 췌장암 잡기에 나섰다. 그 핵심인물이 박상재 국립암센터 전문의(이행성임상 제1 연구부장)다. 특히 국내 최초 면역치료제 개발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재 국립암센터 이행성임상 제1 연구부장 © 시사저널 박은숙

췌장암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암의 특이 항원에 항체를 투여하는 표적치료제가 여러 암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췌장암만큼 표적치료제가 듣지 않는 암도 없다. 그래서 췌장암에는 면역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면역세포(T세포)가 암을 죽이는 세포치료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 연구팀도 2년 전부터 이 연구에 매달려 세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췌장암에 걸린 쥐에 특정 물질을 주입하니 상당히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아직 그 물질을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성분이고 인체에 해가 없다. 올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성공하면 국내 최초의 췌장암 치료제가 된다.

 

 

수술적 치료의 성적은 어떤가.

 

췌장암 환자 가운데 수술할 수 있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 국내 5000명 환자 중 약 1000명 미만이 해당한다. 수술하면 다 완치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100명의 수술 환자 중 완치는 25% 전후다. 75명은 수술을 받아도 재발해서 췌장암으로 사망한다. 그래서 췌장암 5년 생존율이 9%에 머문다. 그나마 수술한 사람이 이 정도이고 수술하지 않은 사람의 생존율은 0%다.

 


수술을 못하는 환자 80%는 어떤 경우인가.

 

그 80% 가운데 50%는 이미 암세포가 온몸에 퍼진 경우이고, 30%는 퍼지진 않았지만 암이 혈관까지 침범할 정도로 커진 상태다. 이런 사람에게는 수술 대신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한다.

 

 

진행이 느린 암이 있는가 하면 빠른 암도 있는데, 췌장암은 어떤가.

 

췌장암은 진행이 아주 빠른 암에 속한다. 다른 암은 1~4기까지 진행하는 데 3~5년이 걸린다면 췌장암은 2~3년이다. 무엇보다 1~2년 사이에 수술할 수 있는 사람이 수술받을 수 없을 만큼 악화한다. 췌장암은 전이도 잘된다. 췌장은 그 주변에 막이 없고 많은 혈관이 관통하는 장기여서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간이나 뼈로 이동하기 쉽고 주변 임파선을 통해 퍼지기도 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얼마나 되나.

 

췌장암 1기는 전체 환자의 5~10%이며 치료했을 때 생존율이 40~50%다. 1기란 암의 크기가 2cm 이하를 말한다. 암의 크기가 1cm 이하, 그러니까 초1기에 암을 발견하는 게 전 세계 췌장암 전문가들의 목표다. 이 시기에 치료하면 생존율이 70~80%로 높아진다. 일본은 초1기의 생존율을 80%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췌장암 환자 100명 중 1~2명이다. 그만큼 췌장암 발견이 어렵다.

 

 

현재 가장 유용한 검사는 무엇인가.

 

유용한 검사법이 없다. 위암 등 다른 암을 수술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로 췌장에 조그마한 덩어리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국립암센터 영상의학 CT 촬영실에서 복부 및 췌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그것은 소극적인 진단인데, 내시경 초음파 검사 등 적극적인 방법은 없나.

 

위나 십이지장까지 내시경을 넣어 그 뒤편에 있는 췌장에 내시경 초음파를 밀착해 영상으로 관찰하고 필요하면 췌장 조직을 뗄 수도 있는 게 내시경 초음파 검사다. 내시경 초음파는 CT보다 췌장암을 잘 찾아낼 수 있다. 가족성 췌장암이 있는 사람은 1년마다 검사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이 검사를 한다. 방사선 위험이 있으므로 건강한 사람이 정기적인 CT 검사를 받는 것은 무리가 있다.

 

 

소화불량으로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췌장암을 의심해 봐야 하나.

 

그렇다. 췌장암 환자들이 처음에 뭔가 이상해서 동네 병원을 찾는 공통된 증상은 식욕감퇴나 소화불량이다.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면 췌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체중감소도 중요한 증상이다. 운동 등 특별한 이유 없이 6개월에 자기 몸무게의 10% 이상 떨어진다. 등 쪽에 통증을 호소하는 췌장암 환자도 많다. 췌장암이 척추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통증이다. 또 췌장암은 작아도 위치에 따라 담도를 막는데 이때 황달이 나타난다.

 

 

증상과 검사법 등이 뚜렷하지 않아 췌장암 발견이 어려운데, CA19-9(암 존재를 나타내는 암 표지자)와 같은 ‘췌장암 표지자’는 없나.

 

CA19-9는 가장 유용한 암 표지자다. 그러나 췌장암의 표지자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물질의 농도는 암뿐만 아니라 췌장염·황달·담관염에서도 올라간다. 또 췌장암이 생겼는데도 이 수치가 상승하지 않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절반을 넘는다. 그래서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표지자를 찾는 게 세계적인 관심사다. 지금까지 암 표지자를 혈액에서 찾으려고 했지만 현재는 장 내용물(대변·소변·복수)에서 암세포 유래 물질을 발견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국립암센터도 지난해부터 ‘똥 연구’를 시작했다.

 


췌장암 환자 10명 중 9명에게서 발견되는 특정 유전자(KRAS) 돌연변이를 췌장암 진단에 활용할 수 없나.

 

KRAS는 본래 우리 몸에 있는 유전자인데 돌연변이가 되면 활동성이 증가해서 세포가 잘 사멸하지 않고 증식한다. 거의 100% 췌장암 환자에게서 이 돌연변이가 관찰된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가 KRAS를 연구 중이다.

 

 

그런 연구의 결과는 희망적인가.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현재까지는 모두 실패했다. 기술적인 면이 부족했던 탓인 것 같다. 그러나 최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면서 다시 KRAS에 관한 연구에 불이 붙었다. 성과도 일부에서 있었다. 그러나 췌장암의 돌연변이 패턴은 다른 암보다 복잡하다. 결정적인 돌연변이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여서 하나만 해결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췌장암 관련 연구가 어려워서 과거에는 췌장암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열심히 해도 매번 결과가 나빴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 전 정부가 췌장암 연구에만 100억원 단위의 비용을 투자했다. 미국도 췌장암 연구 예산을 늘렸다. 비록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능성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간암에 전 단계(이형성 결절)가 있는 것처럼 췌장암도 그런 게 있다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될 듯하다.

 

췌장암도 전 단계가 있다. 대표적인 게 물혹이다. 물혹도 종류가 있는데 장액성(맑은 물이 있는 물혹)은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혼탁한 물이 있는 점액성은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제거한다. 유두상점액종양(IPMN)은 암이 되기도, 안 되기도 한다. 이것을 CT로 발견한 후 관찰할지, 제거할지 그 기준을 찾는 게 연구 대상이다. 물혹이 있으면서 암 표지자(CA19-9)가 증가하면 암 위험이 크므로 물혹을 제거한다. 또 물혹이 3cm 이상이어도 수술한다. 과거보다 췌장암 전 단계를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과거보다 식생활과 위생이 좋아졌고 운동하는 사람도 많은데 췌장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췌장암은 10년 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췌장암의 위험인자는 서구식 식습관과 관련이 있다. 즉 고열량·고지방 식사가 췌장암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췌장암은 못사는 나라보다 잘사는 나라에서 발생한다. 선진국에서 췌장암은 증가속도가 완만해졌고 우리도 가파른 증가세에서 이제 완만한 상태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이 알아야 할 췌장암 위험인자는 무엇인가.

 

부모·형제·자매 등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자신의 췌장암 발병률은 5배 이상 높아진다. 특히 50대에 그 위험성이 급증한다. 또 위험인자 세 가지만이라도 알면 좋겠다. 흡연·비만·당뇨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50세 이후 췌장암 검진을 한 번쯤은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 가운데 흡연자와 비만한 사람이 많다. 췌장암 위험인자 비율을 따지자면 흡연은 30%, 식사(고지방·고열량·알코올)가 20%, 유전이 10%다. 나머지 40%는 우리가 모르는 위험인자이지만 비만이 여기에 속한다. 암이 생기면 췌장이 딱딱해져서 당뇨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당뇨가 있다고 모두 췌장암이 생겼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당뇨를 췌장암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뚜렷한 증상이 없는 사람이 당뇨에 걸렸고, 검사해 보니 췌장암도 있어서 치료했을 때 완치율이 높아질까. 이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런데도 50세 이후 처음 당뇨가 진단됐다면 췌장암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고지방식을 줄이고 금연하면 췌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나.

 

이론적으로 그렇지만 실제로 고지방식을 줄이고 금연한다고 췌장암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그러나 췌장암 예방의 첫 번째 수칙은 금연이다. 그 외에 고지방식(비만)·과음·당뇨 등 위험요인을 피하자는 게 췌장암의 예방 수칙이다. 

 


재발해도 적극적인 치료로 10년 생존 가능

김아무개씨(57)는 2008년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후 4년째 폐암이 발견됐다. 검사 결과, 췌장암이 폐로 전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히 어려운 상태였지만 김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로 했다. 폐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진행 중이다. 중도에 힘이 들어 잠시 항암 치료를 중단했지만 최근 다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재발 후 다시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암은 사라졌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윤아무개씨(56)는 췌장암을 발견하고 수술했다. 전이가 없는 상태여서 수술을 잘 마쳤고 3년 동안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수술 3년째 암이 뼈에서 재발했다. 다시 수술로 암을 제거했다. 6년 후 이번에는 간에서 암이 발생했고 최근 간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박상재 전문의는 “암세포는 전이한 후 수면에 들어가서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 이 두 환자도 췌장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옮겨간 후 몇 년 동안이나 활동하지 않았던 사례다. 이처럼 췌장암은 공식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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