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소장의 창업 톡톡] 편의성·가성비로 무장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살길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7 17:25
  • 호수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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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폭풍 성장 속에도 아날로그에 강한 판매업종의 생존 비결

2015년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창업기업의 업종은 도매 및 소매업이 29.8%로 가장 높았으며 숙박 및 음식점업이 27.5%로 뒤를 이었다. 도·소매업 분야는 여전히 창업 비율이 높지만, 인터넷의 확산으로 변혁기를 맞고 있다.

 

2016년 11월11일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동안 178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알리바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온라인의 거대 공룡들이 오프라인 소매점들의 매출을 싹쓸이 하다시피 훑어가고 있다.

 

외식업은 너무 경쟁이 치열하고, 판매업종을 하자니 온라인 시장과 부딪힐 것 같고, 그래서 할 만한 업종을 찾지 못하겠다는 게 창업자들의 푸념이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소매업종들의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나 고객 편의 제공을 통해 급성장하는 판매업종들도 있기 때문이다.

 

2016년 2분기에 편의점 3사의 매출이 4조원을 넘어서면서 소매업종에서 급성장 하고 있다. ⓒ 이경희제공

편의성 제공 업종들 가장 인기

 

오프라인에서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소매업종은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편의성을 제공하는 업종들이다. 대표적인 게 편의점이다. 지난해 2분기에 편의점 3사의 매출은 4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도의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22% 이상 성장한 수치이다. 한잔에 1000원하는 편의점의 원두커피는 가성비를 내세워 급성장해 요즘 같은 불황기에 200~400%의 성장률을 보였다. 편의점의 눈부신 성장비결은 온라인 쇼핑몰이 대체할 수 없는 편의성에 있다. 길가다가 목이 말아 생수 한 병을 사는데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금서비스·택배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와 도시락 커피 같은 가성비 있는 상품 제공, 1인가구의 증가 등도 편의점의 눈부신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이런 놀라운 성장률은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의 수익 분배 비율 및 운영방침 등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갈등요인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의 창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일명 ‘뷰티앤헬스샵’으로 불리는 ‘멀티화장품샵’도 접근 편의성과 선택 편의성을 내세워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올리브영은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1999년 출범이후 17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성장률은 2015년 대비 30% 이상 높다. 급성장 하는 올리브영이 2017년부터 기존 매장의 4분의 1 크기인 올리브영 미니를 출시한다고 발표해 창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에 출점한 올리브영의 매장 면적은 평균 132~165㎡(40~50평) 규모였다. 올리브영 미니는 33㎡(10평) 규모로 기존 매장이 입점하지 못하는 곳에 출점해 새로운 상권을 개척할 예정이다. 기존 매장에 비해서 투자비가 적게 들고 가맹점 창업 기회도 늘어나 창업자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접근 편의성과 선택 편의성을 내세워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 이경희제공

가성비 있는 상품 판매하는 균일가 매장도 성장

 

가성비 있는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균일가 매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소매업종이다.

 

다이소는 2014년에 ‘1조 클럽’에 가입했으며, 2015년에 이미 매출액 1조2000억원대를 넘겼고, 2020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15년에는 사업한지 18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급성장세를 이어가는 만큼 다이소는 창업자들에게도 주목 대상이다.  다이소는 몇 천 원짜리 저렴한 생활용품을 3만 가지 이상 갖추고 있어 온라인이 주지 못하는 쇼핑의 편의성 제공이 오프라인 파워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소가 저가 생활용품 분야의 강자라면 패션 쥬얼리 분야의 가성비 있는 강자는 ‘못된고양이’다. 점포 구입비 포함, 2억원에서 3억원이면 창업할 수 있는 못된고양이는 1000원에서 2000원하는 다양한 저가 액세서리는 물론 패션가방·목도리·지갑·벨트·모바일 용품까지 3만종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 못된고양이 제품은 모두 정품이며, 1000원짜리 액세서리도 무납·무니켈 등 착용자의 건강을 고려한 가성비 있는 제품들이다. 이처럼 다양한 품목수는 온라인 쇼핑몰이 주지 못하는 편의성을 제공해 여성들의 유동이 많은 길목에서 인기 있는 사업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O2O 활용한 옴니채널 전략

 

O2O를 활용한 옴니채널 전략은 오프라인 소매업종 생존에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나물투데이’는 청년 5명이 운영하는 나물가게이다. 경기도 광명시장 안에 있는 나물투데이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를 병행해서 나물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나물농사꾼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나물 정보도 제공한다.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면 오늘 나물을 신선하게 배송해 준다.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영양이 가득한 제철 나물을 사시사철 즐길 수 있다.

 

사무용품전문점도 옴니채널 방식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업종 중의 하나이다. 사무용품점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쇼핑몰을 동시에 운영하는 O2O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문구의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신 오피스 등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용품을 공급하는 사무용품 B2B 거래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사무용품전문점은 잉크나 복사지, 파일바인더, 사무기기, 사무용가구를 비롯해 식음료탕비용품이나 청소 위생수납용품, 소형가전, 컴퓨터용품, 여기서 나아가 명절 선물세트까지 취급하는, 기업들을 위한 작은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B2B 거래의 특성상 여러 업소를 거래하는 것은 불편하다. 믿을 수 있는 업체와 지속적인 거래를 하는 특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하는 옴니채널의 편리함이 B2B 사무용품점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오피스넥스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품목의 지속적인 개발과 확대, 그리고 구매 편의성을 제공하는 가맹점 맞춤형 온라인 B2B몰의 제공과 오프라인 카탈로그 제작 등을 통해 동업종 프랜차이즈 중에서 가맹점당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오피스넥스는 가맹점 맞춤형 온라인 B2B몰의 제공과 오프라인 카탈로그 제작 등을 통해 동업종 프랜차이즈 중에서 가맹점당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 이경희제공

안경전문점 역시 제품의 특수성 덕분에 오프라인에서 여전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및 컴퓨터 사용의 증가로 시력이 나빠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안경의 패션상품화로 안경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 사람이 3~4개 이상의 안경을 보유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안경은 시력 검사를 해야 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역 밀착형 식료품점들도 전문성과 제품력, 편의성을 무기로 생존하고 있는 소매업종 중에 하나이다. 대형마트 이용률이 떨어질수록 과일가게·야채가게·정육점 등 주택가에 밀착된 전문식료품점 이용 비율이 늘어난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과거처럼 식료품을 대량 구매하지 않고 소량 구매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편의점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야채나 과일을 신선하고 전문적으로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좋은 품질을 유지하고 공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료품점들은 주택가 부근에서 단골고객을 중심으로 생존의 이유를 명확히 갖고 있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 존재이유가 명확한 소매업종들은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프라인의 강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던 거의 모든 제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안방에서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 해외 제품을 직구하는 것도 손쉬워졌다. 그래서 일부 소매업들은 서비스업과의 콜라보를 통해서 제품 판매 채널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전문점이다 거의 모든 차전문점들은 음료만 팔지 않고 완제품을 함께 판매한다. 포장된 차류나 다기 등을 판매하는 소매 코너를 두고 있다.

 

소형 서점들은 커피숍과의 결합을 통해 전문적인 테마를 가진 북카페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서적 판매로 충분한 이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음료 등의 판매를 통해서 매장의 손익을 맞추는 것이다.

 

못된고양이는 1천 원짜리 액세서리도 무납, 무니켈 등 착용자의 건강을 고려한 가성비 있는 제품들로 여성들의 유동이 많은 길목에서 인기 있는 사업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 이경희제공

새로운 소매업 전성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

 

어떤 소매업종들은 서비스업화를 통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동대구에 있는 쌀가게인 ‘청춘정미소’는 쌀집을 서비스업화해서 잘 운영하고 있다. 청춘정미소는 즉석에서 쌀을 도정해준다. 원하는 양만큼, 원하는 분도로 도정을 해주면 고객들은 보다 신선도가 높은 맛있는 밥을 즐길 수 있다. 명절에는 선물용 잡곡세트를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한다.

 

청담동에 있는 과일 가게 ‘아실’은 프리미엄 과일을 판매하면서 과일쥬스도 함께 판매하는 소매업과 서비스업 결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떡전문점인 ‘메고지고’는 즉석떡케잌을 개발해서 판매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즉석에서 쪄주는 떡케잌은 쌀가루 속재료 등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으며, 치즈추가를 통해서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 즉석떡케잌 커피 빙수 등을 판매하는 카페형 매장이지만, 다양한 떡 세트를 주문할 수 있어 판매업과 외식업이 결합된 콜라보 매장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이 물먹는 하마처럼 오프라인의 소매업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면 지속성장하는 소매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편의성·가성비 있는 카테고리킬러 매장, 옴니채널 방식의 채택, 소매업과 서비스업의 결합 등 새로운 소매업 전성기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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