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송인서적 부도로 동네서점들 직격탄
  • 조문희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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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관계자 “적게 먹으며 버텼는데, 이제는 못먹어 쓰러질 정도”
“말라죽을 거라고 봅니다. 출판사는 출구가 사라져 꽉 막혀 죽을 거고, 서점은 당장 문을 닫진 않겠지만 너무 어렵거든요.” 
1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작은 서점 ‘책방이음’에서 만난 조진석 대표의 말이다. ‘책방이음’은 7년 전 대학로에 자리를 잡았다. 40평 남짓의 작은 서점. 공간 중 반은 책을 팔고 나머지 반은 손님들이 음료를 마시는 공간과 갤러리로 쓰인다. 서점 안 카운터에는 2명이 서 있었다. “직원이냐”고 묻자 조 대표는 “자원봉사자에요. 인건비를 받지 않아야 수익을 맞출 수 있는 정도거든요”라고 말했다. 

‘책방이음’은 유일한 거래처였던 서적도매상 ‘송인서적’이 최근 부도가 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송인서적은 전국 2000여 개 출판사와 1200여개의 서점과 거래하는 도매상으로 출판업계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100억원 규모의 어음을 처리하지 못하고 결국 1월3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송인서적 채권단에 따르면 송인서적의 부도 규모는 총 688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송인서적의 부도는 ‘책방이음’처럼 작은 서점에게 직격타를 날렸다. 조 대표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송인서적’과 일원화 계약을 맺어 90% 가까운 책을 납품받아왔다. 적지 않은 작은 서점들은 거래처를 여러 곳에 두는 것보다 대규모인 송인서적만 택해 거래했다. 이곳도 그랬다. 하지만 예고 없는 부도 탓에 책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난감해졌다. 

ⓒ 연합뉴스

업계 2위 도매상, 송인서적 부도에 출판계 휘청

동네 작은 서점들이 어렵다는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업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리면서 동네 서점의 입지는 살수록 줄어들었다. 책을 제 값 주고 사면 손해라는 인식도 그들을 힘들게 했다. 동네 서점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서정가제가 시작됐지만, 동네 서점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시장 환경 자체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대형 서적도매상인 ‘송인서적’마저 부도를 내면서 동네 서점의 2017년은 비극으로 시작했다. 

이후 상황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송인서적’의 부도가 가져올 도미노 현상 때문이다. 출판업계의 연쇄 부도가 우려되고 있다. 출판사는 ‘송인서적’에 대금을 돌려받지 못해 운영에 차질을 빚을 거고, 동네 서점은 책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책방이음’처럼 ‘송인서적’과 일원화 계약을 맺은 곳은 이제부터 새로운 공급 판로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수익률은 떨어진다. 조 대표는 “송인서적에서 공급 받은 책은 다른 도매상보다 5~10% 싸게 받았다”며 “이제는 다른 도매상을 찾거나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책방이음을 운영하는 건 지금도 빠듯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적자가 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문제가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서점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재고 부담’도 작은 서점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서점은 도매상에 미리 일정 규모의 책을 주문한다. 그리고 한 달 뒤 팔리지 않은 책은 다시 도매상에 반품한다. 그런데 ‘송인서적’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1200여 개에 달하는 서점들이 재고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우선 앞선다. 그나마 잘되던 7년 전도 적게 먹으며 버틴 거였다면, 이제는 못 먹어 쓰러져 죽을 정도다.” 조 대표의 지금은 보릿고개와 같았다.


동네 서점 ‘소멸’할 위기…근본적 대책 필요해

‘송인서적’과 거래하지 않은 동네 서점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대형도매상의 부도가 가져온 심리적 붕괴 탓이다. 출판계 전체가 휘청거리자 송인서적과 직접 거래하지 않은 서점들이 느끼는 생존에 대한 압박감도 커졌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동양서림’ 관계자는 “직접적 타격은 없지만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업계 전반이 위기라 언제 망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성균관대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서점 ‘풀무질’의 은종복 대표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줄줄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질의 하루 판매량은 5~10권에 불과하다. 그는 “빚이 많아 서점을 닫고 싶어도 못 닫는 상황”이라며 그 역시 고개를 내저었다. 

작은 서점의 추락은 가파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서점(문구점 경영 포함) 수는 2005년 3429곳에서 2015년 2116곳으로 38.3%가 감소했다. 이중 가장 타격이 큰 곳이 작은 서점이었다. 20평 미만 소규모 서점은 2005년 51.9%에서 2015년 32.4%까지 하락했다. 반면 대형 서점은 같은 기간 7.6%에서 13.4%로 증가했다. 

동네 서점들은 그들 나름의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건 근본적 대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에서 긴급 자금 대출과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현재는 내 책이 어느 서점에 얼마만큼 팔렸는지 모르는 구조다. POS 시스템을 도입해 유통 구조를 현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 구조 자체를 손보는 것부터 첫 발을 내딛어야 동네 서점도 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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