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잘 치를 수 있을지 모르겠드래요”
  • 강원 평창·강릉=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7.01.23 12:25
  • 호수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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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개최지 평창·강릉 주민들마저 외면…“관광객은커녕 스키장 찾는 사람도 줄었다”

1월17일 출근 시간대를 피해 일찌감치 평창으로 향했다. 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둔 개최지의 모습이 궁금해서였다. 평창으로 향하는 길은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광주-원주고속도로(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된 덕분이었다. 기존 영동고속도로와 차량이 분산돼 도착 시간도 20여 분 단축됐다. 평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선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알리는 조형물과 도로 공사에 한창인 인부들의 모습이 목적지에 근접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대관령 나들목으로 빠져나오자 정면에 대형 조형물이 올림픽 개최도시라고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은 딱 여기까지였다. 올림픽 플라자(개·폐회식장)와 주요 설상 경기장이 위치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곳이 맞는지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올림픽 유치 당시 대관령면 곳곳에 붙어 있던 현수막을 이제는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용평스키장과 알펜시아스키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올림픽 플라자, 선수촌을 짓고 있는 공사 현장만이 “이곳이 올림픽 개최지”라고 알려주는 듯했다.

 

한때 평창 주민들은 장밋빛 희망을 갖고 있었다.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11년만 해도 오랜 시간 낙후지역이었던 이곳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한국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총 64조9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지역관광 효과만 32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내용이었다. 대회기간 중에는 약 39만 명의 외국인이 찾아와 7213억원을 쓸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평창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1월17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로터리 인근의 상점가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 시사저널 이민우

적막한 평창 ‘그들만의 축제’ 우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변두리에 위치한 올림픽 플라자를 찾았다.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릴 중요한 시설이다.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제법 큰 시설물이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지붕을 설치하거나 돔 형태로 짓자는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느라 공사가 지연됐다. 대부분의 경기장 공정률이 90%대인 반면 이곳의 공정률은 38.5%에 불과하다. 예산 부족으로 두 차례 입찰이 유찰되면서 대림산업과 수의계약으로 어렵사리 첫 삽을 떴다.


공사장 인부들은 낯선 기자를 경계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미리 통보했다고 말했지만 “현장 관계자의 허락 없이는 출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공사장 입구 출입을 관리하는 직원은 처음에 “공사장이 위험하기 때문에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얘기했다가 “최근 언론에서 비판적인 보도가 쏟아지면서 상부에서 기자들 출입을 막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조직위에 항의한 끝에 공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5각형 형태의 올림픽 플라자는 제법 구조를 갖춰 각각의 변에 임시 스탠드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바닥에 잔디 등을 심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눈이 녹은 질퍽한 땅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림픽 플라자에서 200여m 지점에 위치한 횡계로터리 인근 상점가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눈꽃축제가 열려 관광객들로 부산했지만, 올해는 눈조차 많이 내리지 않아 오히려 휑한 모습이었다. 면사무소와 파출소 등이 위치한 중심 지역이지만 오래된 건물과 세월을 짐작하게 하는 간판도 그대로였다. 도로 양쪽에 길게 늘어선 차들과 간간이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를 바 없었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상점가는 텅 비어 있었다. 한 분식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스키장에 놀러온 듯 보이는 연인 한 쌍과 인근 주민 1명이 전부였다. 지역 특산물인 황태를 파는 식당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하고 눈이 내리지 않아 예년에 비해 관광객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느낌”이라며 “올림픽을 유치하면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말은 다 헛소리였다”고 말했다.

 

18년간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해 온 박아무개씨(55)는 “올림픽이 1년 남았다고 하는데 관광객은커녕 스키장을 찾던 사람조차 줄었다”며 “근처의 공사 인부들도 대부분 공사장 현장에서 식사를 해결해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모여도 올림픽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상인 대부분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픽 개최 소식을 듣고 2년 전 문을 연 편의점 직원은 “11월말부터 무슨 이벤트를 한다고 하는데 여기 찾아오는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용평스키장에선 ‘2017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극동컵 대회’가 열렸지만 관중석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강원지역 일간지인 강원도민일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강원도민 43%는 평창올림픽에 대해 “성공적인 대회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대로 가면 대규모 관중 동원해야 할 상황”

 

주요 빙상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시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지역 명소인 오죽헌과 경포대 인근에 올림픽 파크가 조성돼 있지만 공사 막바지 작업을 서두르는 인부들만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상대적으로 인기 종목이 열리는 아이스아레나는 한 달 전 문을 열고 국제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올림픽조직위는 2016년 12월 열린 국제빙상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기간 동안 2만9500명의 관중이 아이스아레나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는 입장권 판매율이 부진하자 강릉시 각 기관·단체에서 입장권을 대규모로 구입해 배포한 결과였다.

 

아이스아레나를 빠져나와 경포대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올림픽 홍보관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를 위해 7억여원을 투입해 조성한 무료 홍보시설이지만, 이날 오후 4시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일행인 5명이 전부였다. 이들은 경포대를 방문했다가 올림픽 홍보관을 찾았다고 했다. 홍보관 관계자는 “주말에 300여 명 정도가 찾지만 평일이라 방문객이 적다”며 “그래도 방문객 대부분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이 같은 주민의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예산 부족 등으로 올림픽 분위기 조성사업이 많이 늦어졌다”며 “이대로 가면 올림픽 기간 내내 관중을 대규모로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홍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국장급 인사들이 계속 바뀌어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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