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발표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의 세 가지 쟁점
  • 김은샘 인턴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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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본에서 큰 수정 없어 비판 목소리 여전

교육부는 1월31일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내용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은 지난해 11월28일 공개된 현장검토본에다 교육부에 접수된 의견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2015년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발행이 국정제(국정교과서제)로 결정되면서 1년여 기간 동안 준비를 했다”며 “교과서 개발 사상 최초로 원고를 웹상에 공개해 국민의견을 수렴했다. 제출된 의견은 국사편찬위원회와 집필진의 면밀한 검토와 편찬심의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최종본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현장검토본에서 논란이 됐던 내용도 대폭 수정됐다. 그는 “지도 및 도표, 연표, 사진 설명에서 나타난 단순 오류를 정정했다. 친일 반민족 행위의 구체적 제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서술 강화, 제주 4·3사건의 구체적 서술, 새마을 운동의 한계점 명시 등 본문 및 읽기 자료의 내용도 크게 수정·보완됐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홈페이지를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1월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이영 차관이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 “현장검토본에 논란 됐던 부분 대폭 수정”

 

현장본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이 반영됐다는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이젠 문제가 없는 것일까. 교육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장검토본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학계 일반에서 핵심 쟁점으로 거론되는 부분은 모두 세 가지다. 

 

우선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이 적합한가 여부다. 현장본 공개 전부터 논란이 됐단 이 표현은 최종본에도 수정 없이 그대로 반영됐다. 교육부는 최종본 브리핑에서 “2018년부터 국정 교과서와 함께 사용되는 검정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 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함께 쓸 수 있도록 집필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하며 해당 표현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1948년이 대한민국 수립일이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게 될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된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술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지난해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는 ‘5월18일 광주에서 전남대생들의 주도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신군부는 계엄군을 광주에 투입해 과잉 진압했다’고 기술돼 인과관계가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계엄선포 이후 계엄군이 전남대에 들어오자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력진압이 있었고 이로 인해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것”이라며 “계엄군의 학살 행위와 대규모 항쟁의 인과 관계를 뒤바꿔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역시 최종본에서 수정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이 일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큰 수정은 없었다. 박정희 정권 공과(功過)부분에서 서술 분량을 약간 줄이고 새마을 운동의 성과와 함께 관 주도의 의식 개혁운동으로 전개됐다는 한계점이 명시됐지만, 현장검토본에 서술된 내용이 상당부분 그대로 반영됐다.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을 반대해온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 역사연구소 교수는 “수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며 “1년 만에 교과서를 집필하겠다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점을 꼬집었다.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시끄럽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은 최종본을 공개한 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행 중단을 촉구했다. 각 시 교육청도 ‘국정교과서 폐기’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이날 성명서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며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국정교과서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휘국 광주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현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현장검토본에서 문제가 됐던 내용을 대부분 수정하지 않고 명백한 사실관계나 단순한 오·탈자를 수정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학계에서는 비교적 신중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측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정부의 발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학 역사전공 교수는 “교육부가 정당성이 없는 정책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국가라는 권력의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신철 교수는 “국정 교과서는 폐기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역사학계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 이상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 대한 ‘갑론을박’ 여전

 

반면 국정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보수학계 교수들은 “기존의 교과서보단 나아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국정화 찬성 성명서에 참가했던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좌편향 된 학계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기존의 편향된 교과서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교육부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니 선택지를 주지 말고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한다. 이외의 학교는 기존 검정 교과서를 사용한다. 

 

앞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 발행을 금지하는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전면 백지화 된다. 각계의 강한 반발과 엇갈리는 학계의 입장 가운데 학교현장에서의 적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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