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컴백으로 PK 라이벌전 다시 불붙나
  • 배지헌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0 14:47
  • 호수 14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빅보이’ 이대호 복귀한 롯데, NC 상대로 PK 라이벌 대격돌 예고

‘빅보이’ 이대호가 돌아왔다.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에서 긴 여정을 마치고, 6년 만에 친정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야구팬들 품에 다시 안겼다. 계약 조건부터 파격적이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역대 KBO리그 FA(자유계약선수) 최고액인 150억원을 통 크게 쐈다. 종전 FA 최고액인 KIA 타이거즈 최형우의 100억원 기록을 단숨에 깨뜨렸다. 현재 KBO리그의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한 구단이 한 명의 선수에게 투자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이대호 입장에서도 150억원은 파격적인 ‘양보’의 결과다. 롯데와 계약 전까지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구단의 러브콜을 받아 왔다. 아직 2년 정도는 충분히 국외리그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외에 머물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 규모는 4년간 15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고향팀 롯데와 다시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롯데와 부산 야구팬들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통 큰 결단을 내렸다.

 

롯데는 이대호가 필요했고, 이대호는 롯데가 그리웠다. 롯데와 이대호의 재결합은 서로를 너무나도 원했던 구단과 선수가 조금씩 타협하고 양보해서 이뤄낸 멋진 반전 드라마다.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의 복귀에 부산 민심도 들썩이고 있다. 롯데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 © 연합뉴스

세 번 싸우면 두 번 NC가 승리

 

취재 열기도 뜨겁다. 미국 캠프를 진행 중인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애리조나 롯데 캠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이 찾아왔다고 들었다”며 롯데를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을 전했다. 이런 열기는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이 시작하고 이대호의 활약이 본격화하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롯데의 팀 성적은 물론 인기도에 끼치는 ‘이대호 효과’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대호의 컴백은 PK(부산·경남) 지역 라이벌 구단인 NC 다이노스와의 경쟁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NC의 창단은 PK 지역 터줏대감이던 롯데에 큰 타격을 안겼다. 당시 롯데 수뇌부가 NC 창단을 공세적으로 반대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PK 연고 팀이 롯데 하나뿐이던 시절에는 지역 팬들이 응원팀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NC 창단과 함께 경남권은 물론 부산 지역 팬들까지 상당수가 롯데에서 신생구단 NC로 응원팀을 갈아탔다. 여기엔 NC가 창단 초기 구축한 신선하고 긍정적인 이미지와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할 만큼 뛰어난 성적이 주효했다. 나성범·박민우 등 젊은 스타플레이어의 등장과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지역 밀착 마케팅도 효과를 봤다. 한 야구 관계자는 “NC의 성공적인 리그 안착은 NC가 구단 운영을 잘한 것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롯데에 대한 지역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롯데의 한 시즌 홈 최다 관중 동원 기록은 이대호가 전성기를 구가한 2009시즌에 나왔다. 그해 사직야구장에는 약 138만 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뒤로는 2012년 136만 명 동원을 마지막으로 홈 관중 수가 가파르게 내리막을 탔다. 특히 2016시즌에는 총 관중 약 85만 명, 경기당 평균 1만1800여 명으로 이대호의 전성기와 비교해 관중 수가 반 토막이 났다.

 

NC는 창단 이후 팀 성적 면에서도 이대호가 떠난 롯데를 압도했다. 2014년부터 최근 3년간 롯데가 7위-8위-8위로 하위권을 맴도는 동안, NC는 3위(준플레이오프 진출)-2위(플레이오프 진출)-2위(한국시리즈 진출)로 매년 한 계단식 신분 상승을 거듭했다. 롯데와 맞대결에서도 줄곧 NC가 우위를 보였다. 1군 진입 첫해인 2013시즌 6승2무8패로 대등한 경기력을 발휘했고, 2014년에는 9승7패로 우세를 기록했다. 2015년 11승5패로 격차를 벌린 뒤, 2016년에는 16번 맞대결에서 15승1패라는 일방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창단 이후 4년간 NC의 롯데전 상대전적은 41승2무21패다. 세 번 싸우면 두 번은 ‘동생’ 구단인 NC가 이긴 셈이다.

 

이대호 복귀와 함께 이런 흐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우선 떠났던 롯데 팬들이 하나둘씩 다시 돌아오고 있다. 롯데가 다시 프로야구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대호 영입이 발표된 당일, 롯데 구단 사무실엔 수많은 전화가 쏟아졌다. 대부분 부산 팬들이 이대호 영입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전화였다. 시즌 회원권 구매 문의, 이대호 상품 관련 문의도 줄을 이었다.

 

2016년 6월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대 롯데 경기 © 연합뉴스

예전 영화 되찾을 자신감 얻은 롯데

 

팀 성적 면에서도 이대호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타선에 확실한 4번 타자가 생긴 것은 물론, 팀 전체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으로서 이대호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대호와 가까운 한 야구인은 “롯데 팀원들 사이에서 이대호라는 존재가 갖는 무게감은 상상 이상이다. 무뚝뚝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 이대호는 후배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좋은 선배이자 팀의 리더다”며 “이대호가 돌아온 만큼 롯데가 예년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은 더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특히 NC전 14연패 같은 참담한 결과는 이대호가 돌아온 이상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대호도 이런 안팎의 기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대호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촉’을 발휘해 라이벌팀 NC 다이노스를 향해 선전포고를 보냈다. 이대호는 “NC는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다. 만반의 준비로 어떻게든 (NC에)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운을 뗀 뒤 “창원·마산은 원래 롯데 팬들이 많은 곳이었다. 올 시즌엔 떠나간 롯데 팬들을 마산구장이 아닌 사직구장으로 돌아오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대호 한 명의 복귀만으로 이미 NC를 택한 팬들이 대거 롯데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창원·마산 지역민들 사이에서 NC는 이제 완전히 ‘우리 팀’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좋은 전력을 구축한 만큼, NC의 팀 성적이 갑자기 수직 추락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이대호의 복귀로 롯데는 다시 예전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스프링캠프에서 느껴지는 선수단의 분위기부터 확 달라졌다. 팀 전체에 활력과 생기가 넘친다. 이제는 라이벌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대 NC와 한번 제대로 붙어볼 만한 채비를 갖췄다.

 

PK 라이벌전이 이제야 라이벌전다워졌다. NC 창단 초기엔 프로 원년팀(롯데)과 신생팀(NC)이란 차이로 인해 제대로 된 라이벌전을 치르기 어려웠다. 최근 3년은 롯데의 침체와 NC의 도약이 대비되며 라이벌의 의미가 퇴색했다. 이제는 롯데도, NC도 자신 있게 라이벌과 맞설 수 있는 준비가 됐다. 이대호 복귀와 PK 라이벌 대격돌, 2017시즌 KBO리그가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롯데와 NC는 3월31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리는 개막 3연전부터 맞붙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