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해조류가 좋다는 정부의 거짓말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7.02.10 15:21
  • 호수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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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식약처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가 유일한 대안”

환경부는 2016년 펴낸 미세먼지 홍보 책자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에서 ‘다시마·미역 등 해조류와 섬유질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를 자주 먹으면 장운동이 촉진돼 몸속의 중금속을 흡착해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또 서울시는 대기환경정보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마늘·생강·채소·해조류가 미세먼지에 좋다’고 안내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인지 질병관리본부인지 확실치 않으나 그쪽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며 “어떻게 좋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언론도 ‘미세먼지에 좋다’는 음식을 소개한다. 심지어 고등어도 미세먼지 제거에 탁월한 식품으로 등장했다. 정부와 언론은 특정 음식에 있는 성분이 중금속 배출이나 해독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개하지만, 전문가들은 의학적 근거가 없는 정보라고 지적한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특정 음식이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정보는 거짓말이다. 미세먼지는 대개 호흡기로 유입돼 문제가 되는데, 어떻게 장 속에 있는 음식물이 흡착해서 배출시킨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미세먼지 배출에 효과적인 특정 음식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때 유행했던 ‘황사나 미세먼지 배출에 돼지고기 삼겹살이 효과가 있다’는 헛소문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삼겹살의 역효과가 밝혀지면서 ‘미세먼지 해소=삼겹살’ 등식은 깨졌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와 특정 음식은 무관하며 미세먼지 예방에는 전용 마스크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이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걸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마스크 ‘의약외품·KF80’ 표시 확인

 

미세먼지에 뾰족한 대책은 없고 그 유해성은 계속 밝혀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 특정 음식이 미세먼지의 특효약인 것처럼 부풀려진 것이다. 중국 북부나 몽골 사막에서 강한 바람을 타고 한반도까지 이동한 흙먼지인 황사와 달리, 미세먼지는 화석연료 연소, 자동차 운행, 조리 과정 등에서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황산염·질산염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머리카락 굵기가 70㎛(마이크로미터·1㎛는 1000분의 1mm), 고운 모래 알갱이의 크기가 90㎛인데 미세먼지는 10㎛이다. 특히 지름이 2.5㎛보다 작은 것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미세먼지는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속 깊숙이 침투해서 허파 꽈리에 흡착해 기관지나 폐를 손상시키며 각종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WHO는 2014년 세계 사망자 8명 가운데 1명은 실내외 공기 오염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나쁜 공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40%), 뇌졸중(40%), 만성폐쇄성 폐 질환(COPD·11%), 폐암(4%) 등으로 사망한 것이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건강에 미치는 수많은 환경 요인 가운데 미세먼지가 7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고, 이는 특정 직업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며 “미세먼지가 폐를 거치지 않고 코를 통해 바로 뇌로 이동해서 뇌 질환과 치매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 보고도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국민행동요령은 외출을 자제하라는 비현실적인 내용이어서 국민의 관심은 마스크로 쏠렸다. 그러나 마스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화여대 의료원이 지난해 20~40대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마스크 사용자의 77.8%는 주로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없는 일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차단을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보건용 마스크(황사·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약국·마트·편의점 등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살 때 포장에 ‘의약외품’이라는 문자와 ‘KF80’ 또는 ‘KF94’ 표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KF80은 초미세먼지를 80% 이상, KF94는 94% 이상 차단한다는 의미다. KF는 Korea Filter(한국 필터)의 약자다. 이 마스크에는 미세먼지를 흡착할 수 있는 특수 필터가 들어 있는 일회용이다. 대개 한번 사용하고 버리기 아깝다는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손으로 툭툭 털거나 세탁해서 2~3회 사용하지만 보건용 마스크를 세탁하면 내부의 특수 필터가 손상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한킴벌리가 보건용 마스크를 세탁기로 세탁한 후 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실험해 보니 그 효과가 49% 정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내 공기청정기보다 환기 권장”

 

호흡기나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 노인, 임신부에게는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착용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라는 게 복지부의 권고다. 강희철 교수는 “호흡기 질환이나 심장 질환은 그 자체로도 숨쉬기가 원활하지 않은데 그런 사람이 마스크까지 착용하면 호흡곤란이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그 외의 유용한 생활수칙으로는 손 씻기가 있다. 외출 후 귀가하면 미세먼지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발과 얼굴을 씻어야 한다. 또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외부에서 운동을 삼가는 편이 좋다. 식약처에 따르면, 활동량이 클수록 호흡량이 증가하므로 더 많은 미세먼지를 흡입하게 된다. 실내 공기가 매우 나쁠 경우에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유의사항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공기청정기에서 발생하는 오존으로 아이와 노인이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린 사례가 있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기보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는 게 좋다. 부득이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오존 발생장치가 없는 제품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장했다.

 

국내 미세먼지 기준은 100㎍/㎥(마이크로그램·1㎍은 1000분의 1mg), 초미세먼지는 50㎍/㎥으로 모두 WHO의 권고 기준보다 2배 높다. 그러나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외국보다 심각하다. 2015년 서울시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3㎍/㎥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12.9㎍/㎥, 일본 도쿄 13.8㎍/㎥, 프랑스 파리 14㎍/㎥, 영국 런던 11㎍/㎥보다 높다. 

 

 

황사·미세먼지 전용 마스크 선택 및 사용법 


  •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에는 면 마스크 대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보건용 마스크 착용
  • 보건용 마스크를 살 때는 제품 포장지에 ‘의약외품’과 ‘KF80’ 또는 ‘KF94’ 문구 확인
  •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코 지지대와 동봉된 고리 등을 활용해 마스크가 얼굴에 밀착되도록 조정
  • 화장 등의 이유로 수건이나 휴지 등을 마스크 안쪽에 덧대어 사용하면 마스크 틈새로 미세먼지가 유입되므로 주의
  • 보건용 마스크는 1회 사용 권장
  • 보건용 마스크 제품 확인은 식약처 의약품·화장품 전자민원창구 홈페이지(ezdrug.mfds.go.kr) → 정보마당 → 의약품 등 정보 → 제품정보 → 분류번호에 ‘32200’ 입력 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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