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3세 ‘갑질’ 또 다시 도마 위에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7.02.22 13: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초부터 한화 3세 음주 폭행으로 물의…정부 “갑질 심한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이른바 ‘현대BNG 갑질 사건’으로 재벌 후계자들의 갑질 폭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BNG스틸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로,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업체다. 현대가 3세이자 정몽우 전 현대알미늄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 사장이 현재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15년 말 6889억5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잇따른 악재로 휘청거렸다. 정일선 사장은 지난해 9월 운전기사 A씨를 상승 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약식 기소됐다. 법원은 1월 중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된 정 사장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벌 2·3세 잘못된 특권의식 다시 도마에 

 

이런 상황에서 직원 채용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회사 유흥종 상임고문의 비서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채용 요건을 바꾼 것이 발단이 됐다. 면접 당일 채용 요건이 바뀌면서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4명의 지원자는 모두 불합격 처리된 것이다. 현대BNG스틸 측은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종 면접 이후 추가된 2명 중 한 명이 최종 합격 처리됐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재벌 2․3세나 중견그룹 후계자들의 일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당사자들은 하나 같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잊을만 하면 새로운 얘기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최근 상황은 더하다. 지난해 말 불거진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재벌과 정권의 유착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최씨 모녀에게 400억원을 지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구속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벌 2․3세들의 갑질 문제는 ‘약방의 감초’처럼 언론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씨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그는 1월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고급 술집에서 종업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연행 과정에서 동선씨는 경찰에 욕설을 했을 뿐 아니라 순찰차 좌석을 찢기도 했다. 

 

경찰은 동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동선씨가 초범이 아니고,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는 등 죄질 또한 불량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뤄져 ‘불기소 의견(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려 했지만 재벌 2세의 갑질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판단 하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만취한 상태로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고 순찰차를 파손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 김동선 씨가 1월7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0월 말에는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 장선익 이사가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용산구의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생일 파티를 갖는 과정에서 컵을 던져 양주병을 파손하는 등 재물을 손괴한 혐의였다. 

 

문제가 불거지자 장 이사는 서둘러 술집 주인 김아무개씨와 합의했다. 술집 업주 역시 장 이사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경찰에 전달했다. 하지만 동선씨와 마찬가지로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물손괴죄는 반의사불법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나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혹은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국제강 장세주 전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이사 ⓒ 시사저널 자료


12월20일에는 두정물산 회장의 아들 임범준씨가 대한항공 내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 기내에서 제공한 양주를 마시고 술에 취한 임씨는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고, 자신을 제지하려는 정비 직원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이 사건은 세계적인 팝 가수 리차드 막스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팝가수 SNS 통해 기내 난동 생중계

 

지난 10월에는 서울 강남 L특급호텔 회장의 2세인 신아무개씨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다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당시 신씨는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술집 주인과 직원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여자 손님을 뒤에서 껴안는 등 성희롱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최근 ‘왕따’나 ‘갑질’,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심한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다. 재벌들의 갑질이 이미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일 서울 양천구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능력 중심 인력 운영의 핵심은 근로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일부 기업들의 업무 관련 괴롭힘 등 비인격적 인력운영이 나타나 매우 안타깝다”며 “상반기 중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